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도 수능일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총 49만명의 수험생이 이날 하루 모든 에너지를 쏟아붇는다. 가히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비유되는 국가 중대사라 할만하다.

쌀쌀한 날씨에 곱은 손을 불어가며 부모는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내 자식 좋은 대학 가게 해주세요, 최선을 다한 만큼 좋은 결과 나오게 해주세요, 무사히 이 관문을 통과하게 해주세요...그 간절함을 뉘 모르겠는가.

또 다른 간절함을 담은 시험이 한창인 곳이 있다. 한쪽에서는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내걸고 복마전(伏魔殿)의 우두머리를 쳐낼 요량이고, 다른 쪽에서는 정치권 입김에서 벗어난 사법권력을 사수한다는 그러싸한 명분을 내걸고 대항 중이다.

배수의 진을 진 양 진영의 군사들 앞에서 문제적 인간 두 명이 '단기접전(單騎接戰'을 펼치고 있다. 결국 승리는 적장의 목을 가져오는 자의 몫.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는 죽는 거다. 어느 게임의 광고 카피처럼.

수만가지 난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군주의 마음도 복잡하기만 하다. 도무지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회복 기미 일보직전에 다시 고꾸라지는 경제 그래프, 긁어 부스럼 역효과만 낳는 부동산 대책, 그리고 수십 수백년간 돌처럼 굳어진 적폐와 기득권 세력과의 힘겨운 싸움.

혹자는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되는 데 문제를 삼아서 문제가 된다"고 투덜거린다. 개혁 피로감을 운운하며 애써 다진 전초기지에 그놈이 그놈이라는 양비론 낙서만 내갈긴다.

답 없는 문제는 애초 문제가 아니거늘, 풀고 또 풀면 못 풀리 없건만, 사람들은 제 아니 풀고 문제만 어렵다고 내던지고 드러눕는다. 

무수한 좌절을 겪고 또 겪으며 대한민국은 험난한 현대사의 고비를 넘어왔다. 그러하므로 냉소와 비겁은 약한 자의 변명일 뿐.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인생이란 애초에 무언가를 푸는 데 있지 않은가. 문제도 풀고, 인간관계도 풀고, 오해도 풀고, 어깨도 풀고, 쓰린 속도 풀고....!

다만 풀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과 다리. 무릇 눈에는 힘 주고 내달리는 다리는 강건해야 할 노릇.

대학가는 것도, 나라 바로 잡는 것도, 기나긴 우리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힘! 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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