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기업이 재앙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노동시장의 충격을 예고한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의 말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친다. 숙박과 음식점, 여행업 등 자영업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노동시장의 위기는 소득의 양극화 심화, 계층간 갈등 등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 사회안전망 확충은 환란과 금융 등 양대 위기 때보다 더 절실한 상황이다. 재정건전성 확보도 ‘발등의 불’이다. 기재부는 국세청과 공조,  '조세-고용보험 소득정보 연계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설치, 특수형태 근로자(특고)의 소득정보파악체계를 정비키로 했다. TF는 특고의 소득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실무 전산 시스템 마련을 당면 과제로 내세웠으나  핵심 과제는 전 국민의 소득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조세 체계 구축안 마련이다. 이는 세금 회피와 놓친 세금, 즉 택스 갭(Tax Gap)을 줄이기 위한 조세행정의 일대전환을 예고하는 ‘태풍의 눈’이다. 엄청난 조세 저항이 불가피한 소득정보파악 체계정비는 증세 없는 재정건전화와 사회안정망 확보를 위한 획기적 선결장치다. 관건은 실행 로드맵 마련과 공평과세의 제도화다. [스트레이트뉴스]   

ㅁ 글 순서 ㅁ

1. 소득 파악 왜 중요한가?

2. 이유있는 고소득층 탈세범죄 

3. 복지사각지대 해소 디딤돌 '소득정보파악' 

4. 일용근로자, 사회안전망 선결과제

5. '특고층' 법적 지위 확보가 먼저다

6. P2P 맞춤형 조세 플랫폼 정비 나서라

7. 폐지줍는 노인과 조세포탈

8. '과세투명성', 모진 시어미가 어진 시어미다

근로장려세제는 기초생활 보장제도와 공적 보험 제도를 뒷받침하는 복지제도로서 근로빈곤층에 대한 근로를 유인하고 실질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다.

근로장려세제는 기존의 복지제도가 소멸성 복지인 점과 달리 저소득 근로자들의 근로를 유인해 극빈층으로의 추락을 방지하고, 중산층으로의 편입을 지원하는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1975년 미국에서 도입된 이후 영국 연방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운용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도입했는데, 일본도 아직 채택하지 못한 중요한 복지시스템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근로장려세제 도입을 주장했고, 집권 후반기인 2006년도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 됐다. 아쉬운 점은 이명박 정부인 2009년도에 첫 근로장려금이 지급돼 아직도 보수 정권의 성과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당시 장관을 포함한 관료들의 거센 반대로 근로장려세제 도입을 위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그 이유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소득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시행착오는 이제 그만

근로빈곤층(Working Poor Group)이란 땀 흘려 버는 저소득층을 지칭하는데, 여기에는 일용근로자 등은 물론 영세자영업자도 포함된다.

일용근로자 임금지급조서 제출제도를 신설해 일용근로자 등에 대한 소득파악이 가능해지면서 국세청은 2008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2009년도에 첫 근로장려금 지급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재부 세제실이나 국세청은 자영업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 적용을 차일피일 미루었다.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헌법상 평등권 위반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급기야 당시 자유한국당 김성식 의원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부칙 개정안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영업자들도 근로장려금 수급대상자에 포함됐다. 일용근로자 등보다 6년 늦게 대상자에 포함된 것이다.

법 개정으로 국세청에는 자영소득관리과를 신설해 자영업 소득파악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기재부 세제실이나 국세청은 수수방관하다 있다가, 자영업자 근로장려세제 시행 시점이 임박해오자 졸속으로 업종별 조정율표란 엉터리 제도를 급조해 발표했다.

자영업자의 소득은 장부기장을 통해 사업소득을 확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매출액과 사업소득금액이 비례한다는 가정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은 삼척동자라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장부기장에 의한 소득세 확정신고 비율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한 모순 덩어리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업종별로 적용되는 비율도 기존의 장부 미기장사업자들의 추계신고를 위한 기준경비율에 비해 지나치게 단순해 형평성이 결여돼 있다.

거꾸로 가는 간이과세범위 확대

간이과세자를 과거에는 과세특례자로 지칭했다. 과세특례자라는 표현 자체가 세법상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인지는 몰라도, 명칭을 간이과세자로 바꿨다.

매서운 영하의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한겨울 화재에 가장 취약한 전통시장의 상인이 무방비 화재 위험에 떨고 있다.
거꾸로 가는 간이과세범위 확대

간이과세자란 연 매출액이 4800만원을 넘지 않는 사업자를 말하는데, 매출액의 0.5~3%에 해당하는 낮은 세율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사업자를 지칭한다. 간이과세자 중 연 매출액이 3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자는 납부면제자로 분류돼 아예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도 없다.

만약 편의점 등의 사업자 연 매출액 4,800만원이라면, 월 평균 매출액은 400만원이다. 마진율 25%로 잡더라도 월 100만원 정도의 영업이익이 될 것이다. 이 정도 매출 수준으로 임대료는 고사하고, 전기값도 낼 형편이 못 될 것이다. 아주 지방 소도시의 구멍가게가 아닌 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매유통 분야에서 간이과세자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19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신고자 중 간이과세자는 약 156만명으로, 전체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사업자 648만명 중 약 24%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지역에서는 현금 매출 비중이 높은 전통시장 상인이나 분식집 등이 간이과세자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전통시장 수는 1,451개인데 이 중 상당수는 해당될 것이다.

공평과세, 현장에 답이 있다

정말 안타까운 점은 전통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노점상들과 5일장 회원들 중 상당수가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간이과세자 통계에 포함될 자격도 없는 셈이다.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포장마차도 마찬가지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간한 법률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4,800만원 미만에서 1억원 미만으로 올릴 경우, 향후 5년간 총 5조1,229억원 조세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추계했다. 연간 세수감소효과는 연간 1조원 정도이다.

간이과세범위 확대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하나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한다는 명분을 들어 간이과세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지난 수십년간 기재부와 국세청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과세투명성 제고를 위해 간이과세자범위를 축소해 온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소규모의 치킨집이나 김밥집을 창업해도 인테리어나 설비 등의 초기투자는 필수적이다. 간이과세자는 세금계산서를 받아도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무자료 거래를 원한다. 이 경우 국세청은 인테리어 사업자들로부터 부가가치세는 물론 소득세나 법인세도 징수할 수 없다. 해마다 80만명 정도가 창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탈수 세액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간이과세범위 확대로 무자료 시장을 더 크게 만들어 세수감소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간이과세자들이 매출 한도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료발생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아, 무자료 시장 규모를 확대시킬 우려도 있다. 세원 불투명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 위험이 있는 것이다.

세정상 혼란 발생도 우려스럽다. 일반과세자로 전환될 시점에 폐업을 하고, 친인척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는 ‘모자 바꿔 쓰기’ 현상이 늘어날 우려나 창업과 폐업 통계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

자영업자 소득파악율을 제고를 위해 정부는 소상공인 단체 등을 통해 장부기장 공공 플랫폼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진은 서울시의 배달 공공플랫폼 광고.
자영업자 소득파악율을 제고를 위해 정부는 소상공인 단체 등을 통해 장부기장 공공 플랫폼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진은 서울시의 배달 공공플랫폼 광고.

우리나라에서 활용되고 있는 회계ERP시스템들은 직원 회식비용을 신용카드 결제를 했을 경우, 부가가치세를 자동으로 매입세액 공제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 만약 신용카드영수증을 교부한 사업자가 간이과세자라면 분명 회계처리가 잘못된 것이다. 이런 사실을 법인카드사용 사업자들이 인지하고 있다면 간이과세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의 회식을 기피하는 현상을 초래해 간이과세자의 매출을 줄이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원 포착과 관련해 ‘깜깜이 세상’을 더 넓히는 정책은 투명세정을 거스르는 원칙을 훼손한 것이다.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위한 제안

거듭 강조하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파악은 징세가 아니라 복지형평성 제고와 사각지대 해소 목적이 강하다.

원칙이 훼손되면 불만의 목소리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근로장려금의 수십배에 달하는 복지예산 규모와 사회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제고를 고려한다면 더욱 심혈을 기울여 저소득층 소득파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영업자 소득파악율을 제고를 위해 정부는 소상공인 단체 등을 통해 장부기장 공공 플랫폼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행 범용 회계 ERP에 적용돼 있는 스크래핑 기술을 채택한다면 플랫폼 구축과 운영에 많은 예산이 투입될 이유도 없다. 영세자영업자들이 무료 또는 낮은 비용으로 장부기장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기존의 신용카드 매출이나 현금영수증 실시간 보고제도와 사업자신용카드 제도 등과 연계해 플랫폼이 통합적으로 운영된다면 정확도는 훨씬 정교해 지게 될 것이다.

현행 세제나 사회보험료 부과 제도도 분명 장부기장을 통한 효익이 세무사에게 지불하는 장부기장대리 비용보다 크다. 하지만, 투명세정을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제도와 불이행 사업자에 대한 페널티를 강화시키는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다.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장부기장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소득세 중간예납 시에도 추계 방식이 아닌 기장신고로 유도해 소득파악 정확성과 적시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가 유흥주점 등을 포함한 일부사업자가 아니라 모든 사업자에게 확대 적용된다면,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 정확성은 한층 더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어느덧 뉴노멀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제2, 제3의 코로나사태에 예비책 마련도 중요하다. 탈루와 탈세를 최소화하는 기재부의 '조세-고용보험 소득정보 연계 추진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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