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성 앞에 진을 친 진영에 추씨성을 가진 여걸이 출정을 앞두고 월광(月光)군주의 술을 받았다더라.

일합에 적장의 목을 베고 술이 식기전에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월광만이 아니었건만, 이에 대적하는 서초성 윤장군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으니 일합은 커녕 수백합을 겨뤄도 자웅이 나지 않고 말밥굽 먼지만 가득하도다.

술은 식은 지 오래고 관전하던 백성이 슬슬 짜증을 내는 가운데, 누구는 "아무나 이겨라"고 응원하고, 다른 누구는 "둘다 져라"고 자포자기.

꽃잎 날리던 전장에 어느새 눈발이 휘날리건만 자웅은 끝이 없으니 이러다 '올해의 인물'이 '내년의 인물'이 될 판.

드디어 추장군의 비수에 윤장군이 옆구리를 내줬나 싶었는데, 윤장군의 살만 취하고 뼈는 그대로니, 수십년 담금질한 서초검(檢)에 추장군도 지치기는 매한가지. 

추장군 잠시 징영에 물러나 싸늘히 식은 술잔을 기울이며 월광에게 머리 숙여 아뢰길 "다음 선수는 공수처 장군인 줄 아뢰오."

천하의 철옹성이라는 여리고성도 무너지고 바티칸성도 무너졌건만 서초성은 미동조차 않으니, 오늘도 월광의 근심은 깊어져만 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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