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중소기업청은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켰다. 당시로서는 유일한 정부조직개편이었다.

700만 소상공인들은 소상공인 지원 행정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하는 기대는 ‘역시나’하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 담당 조직을 소상공인정책실로 확대시켰지만, 큰 틀에서 담당 업무 분야의 큰 변화는 없었다. 로드샵 중 슈퍼마켓 이외의 업종 지원을 위한 기능 확대 작업도 없었다. 슈퍼마켓 이외의 업종에 종사하는 로드샵들은 실낱같은 기대를 접어야만 했다.

복잡 관련법 정비로 예산지원의 형평성 확보 긴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소상공인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 및 내년 2월부터 발효될 예정인 ‘소상공인기본법’에 따르면, 소상공인은 업종별로 상시근로자 5명 또는 10명 미만의 소기업을 지칭한다.

특정그룹의 소상공인들은 별도의 법률에 따라 추가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도시형 소공인’은 노동집약도가 높고 숙련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일정지역에 집적하는 특성이 있는 제조업을 의미한다. 이들은 특화센터 지원 등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다.

반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규정된 시장상인들은 주차장 설치, 고객센터 또는 캐노피설치 등의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하지만, 골목상권에 위치한 슈퍼마켓, 음식점 또는 미장원 등의 수많은 업종의 로드샵 지원을 위한 개별법은 존재하지 않고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소상공인 중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로드샵들은 정부의 예산지원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 형평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예산 지원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로드샵 소상공인들은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온누리상품권 결제를 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온누리 상품권 지원 사업이 전통시장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온누리상품권 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영세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시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로드샵 소상공인들도 온누리상품권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법률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예산은 소상공인시장 진흥기금을 통해 집행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정부의 출연금은 직전 회계연도 관세 징수액의 100분의 3이상을 출연하도록 규정됐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의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일반 예산을 뭉뚱그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에 통합해 버렸다. 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됐던 신규 예산 증액 편성 아젠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의 대부분은 대출예산이 차지하고 있고, 전통시장이나 소공인 특화센터를 위한 뭉텅이 지원액을 제하고 나면 로드샵을 위한 예산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소상공인 종사자 비중이 25%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예산규모로 획기적 예산증액이 필요할 것이다.

중기청의 중소벤처기업부로의 승격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난은 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제도적 갑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공단’)은 2011년 전통시장 지원을 위한 시장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이 통합해 출범한 기구로, 소상공인 육성, 전통시장·상점가 지원 및 상권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준정부기관이다.

공단은 슈퍼마켓 협업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금년 시행한 중소 슈퍼마켓 지원사업과 관련된 행정처리 실태를 살펴보자.

당초 공단은 금년 2월 중 중소슈퍼협업화 지원사업 공고를 발표했다, 하지만, 6월 4일자로 수정 재공고를 실시했다. 물론, 공고문 수정에 대한 사유는 공지하지 않았다. 물론, 사업신청을 준비하는 지역 조합들의 업무상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문제는 공단의 공고에는 심사평가 기준이 빠져있어, 신청조합들은 사업신청서에 어떤 점을 강조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빈틈 투성' 중소슈퍼협업화 사업

지역 슈퍼마켓 조합들은 사업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공단을 방문해 프레젠테이션까지 실시했고, 여러 차례에 걸쳐 자료 보완 요구절차도 수행했다.

그런데, 상당기간 경과한 후 공단은 현장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코로나 19사태로 몇 차례 현장평가 일정을 연기한 후, 하루 전날 현장 방문 예정이라는 통보를 해왔다. 부랴부랴 현장 심사에 대비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현장 평가팀은 서울시의 관리 감독과 부실한 지원으로 서울지역에는 중소유통물류센터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물류센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몇 차례에 걸친 전화 문의에 조만간 사업자 선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답변만 반복됐다. 상당 기간이 경과한 후 담당자는 물류센터 유무가 선정 배점기준이 가장 높아 탈락됐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나중에 공단관계자는 전화통화를 통해 입장을 번복해, 물류센터 유무는 평가기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 양재동 중소유통물류센터는 서울시의 관리 감독 불철저와 사업자의 부실경영으로 오래 전부터 가동되지 않고 있다. 서울특별시에 중소유통물류센터가 가동되고 있지 않는 귀책사유가 서울지역 슈퍼마켓협동조합의 귀책사유가 될 까닭은 없다.

당초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문에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면, 서울 지역 소재 수퍼마켓협동조합들은 사업신청서 제출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공단은 지역 조합의 구두 이의신청도 묵살했고, 사업계획서에 제3자 물류 제휴회사의 물류장비 기재내용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물류센터 유무가 사업자 선정과 무관한 사안이라면, 허위로 기재했다는 등의 주장으로 시시비비를 따질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단은 심사위원 5명은 물류·유통 전문가로 구성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 물류센터 유무가 심사기준에 없다면 물류·유통 전문가로 심사위원을 구성할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또한, 공단은 신청조합이 물류센터 운영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탈락사유로 꼽았다. 하지만, 조합이 조합원들의 저가구매를 지원할 목적으로 제3자 물류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구매단가 비교 또는 물류조달을 위한 섭외 등의 업무협력은 필수적이다.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는 것만이 업무협력은 아닐 것이다.

공단은 향후 정부 보조금을 집행하는 사업자 선정 공고에 배점기준이나 평가기준을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사전에 평가기준을 공개하는 것은 투명행정의 출발점이라는 점은 상식일 것이다. 사후적으로 이현령비현령식의 말 바꾸기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옳은 행정처리가 아니다.

공동 세일전과 무인점포 지원 '헛발질'

공단은 지난 11월 26일 ‘2020년 송년 동네슈퍼 공동세일전’ 공고문을 발표했다.

해당 발표문에 지원 대상은 ‘동네슈퍼 관련 전국 연합체로 회원수가 500개 이상일 것’이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전국단위 연합회에 소속되지 않은 단체는 신청이 불가능한 것이다.

지역단위 소상공인 단체들이 전국 단위 연합회나 중앙회 조직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전국 단위 소상공인 단체장 선거 진행과정에서 불공정 시비 논란이 있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편 가르기 현상도 심각하다. 이런저런 사유로 연합회 가입이 제한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7조 제2항에는 ‘조합, 사업조합, 연합회 또는 중앙회는 특정한 조합원 또는 회원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여 사업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공단의 편 가르기 행정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유통대기업이나 대형마트 또는 SSM의 골목상권 침투로 지역 소상공인들의 골목상권 침투로 동네 슈퍼마켓의 경영상태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유통대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지역 오프라인 소상공인들은 정말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희망고문도 ‘갑질’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은 그렇지 않아도 폐업 일보 직전인데, 소상공인을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단의 제도적 갑질 행위는 근절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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