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특검 "승계 과정상 이득취하려 뇌물전달"
이재용 측 "준법경영 의지…뉴삼성 박차"

시민사회는 사법부를 향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엄중하고 공정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사법부를 향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엄중하고 공정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가 오는 18일 내려진다. 대기업들의 출연금 모금 의혹에서 시작돼 헌정 사상 최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등 ‘비선 실세 최순실’ 의혹이 불거진 지 4년여만에 선고가 이뤄지는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은 2016년 삼성 등 대기업들의 출연을 받아 설립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모금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언론 보도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깝게 지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존재가 밝혀지며 그해 11월 박영수 특검팀이 꾸려졌다. 특검은 이듬해 1월 이재용 부회장을 300억에 가까운 뇌물, 횡령, 범죄수익 은닉, 위증 등의 혐의로 소환 조사한 뒤 2월 그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법은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를 일부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고, 서울고법은 그의 항소심에서 형량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낮췄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뇌물액 50억원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 아니라,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파기환송심 재판은 이재용 부회장의 유무죄보다는 양형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을 언급하며 이재용 부회장에게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확립하라는 이례적 주문을 했다.

특검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를 양형에 반영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재판부 변경을 요청했다. 그렇게 파기환송심 재판은 약 9개월간 지연됐다.

대법원이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피 신청을 기각하면서 재판은 지난해 10월 마침내 재개됐다. 이후로도 준법감시위 평가를 두고 재판부와 특검 간 신경전은 이어졌다. 재판부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까지 도입했으나 오히려 공정성 시비에 불을 지폈다.

지난 기일까지도 특검과 이재용 부회장 양측은 전문심리위원의 평가 보고서에 대해 해석을 달리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는 과거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데 비해 줄어든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공소사실 중 가장 형량이 높았던 재산 국외도피 혐의에 관해 대법원이 무죄로 판단해 전체 구형량이 줄어든 탓이다.

그러나 특검은 여전히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 중 횡령과 뇌물 모두 형량 가중 요소가 감경 요소보다 많다고 보고 있다. 횡령은 징역 5~12년, 뇌물공여는 징역 3년 9월, 위증은 징역 8월 등으로 셈해 구형했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징역 20년, 최순실 씨가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것을 볼 때 집행유예를 선고할 사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무조건 과도한 엄벌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 사회에 공헌한 바를 무시하라는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 가치인 법치주의와 헌법 정신을 수호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만 판단하고 양정을 해달라는 게 재판부에 대한 마지막 간청”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하기보다는 최대한 양형을 줄이는 방향을 택해왔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집행유예로 이끌어낸다는 뜻이다.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는 ‘수동적 뇌물’이라며 “뇌물을 요구한 대통령 직권남용에 따른 기업의 불법 지원이 이 사건 본질”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강하게 질책하며 지원을 요구한 건 공소사실에도 적혀있고 최서원씨 뇌물수수 재판에서도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가 인정됐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 강요 행위의 피해자라는 논리를 계속 펴고 있다. 또 뇌물로 인해 삼성이 어떠한 청탁이나 특혜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기업이 공익적 요청을 앞세운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한 명분을 찾기는 어려운 점을 양형에 참작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삼성을 비롯한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여부에 매우 민감한 분위기다. 지난 2017년에 발생한 '총수 부재' 상황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관련 특검 수사가 시작된 후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까지 약 4년여간 구속 수감, 석방, 파기환송심 등을 거쳤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부고 이후,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뉴삼성’ 전략을 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의 미래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번 재판의 최후변론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은 국격과 산업경쟁력을 언급하며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언급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수십 년된 글로벌 유럽 기업이 한 순간 무너지고 일본 기업도 고전하는데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중국 기업을 보며 항상 위기의식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며 “그러던 중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졌고 경황없던 와중에 대통령과 독대가 있었다. 지금 같으면 결단코 그렇게 대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감위에 대해서는 “단순한 재판 진행 그 이상을 해줬다. 삼성이란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준법문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이재용은 어떤 기업인이 돼야 하는지 화두를 던져줬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준법경영의 변화를 실감한다”며 재판부에 “법무팀 검토가 끝났는지, 이 문제는 준법감시위가 봐야 하는 게 아닌지 등 민감한 사항은 묻고 또 묻는다.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또 “삼성에 쏟아진 많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삼성은 달라지겠다. 저부터 달라지겠다”며 “사회 기여에 집중하고, 재벌 폐혜로 지적된 점도 과감히 고치고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1일에는 준감위 위원들과 만나 지속적 활동을 보장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을 면하게 되면 삼성의 기술혁신, 준법경영 강화, 사회적 책임 확대 등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과감한 투자까지 이뤄진다면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관계자 등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관계자 등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그러나 시민사회는 재판부를 향해 엄격한 양형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언급했던 준감위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제개혁연대는 준감위가 결국 감형을 위한 조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파기환송심 재판에서도 준감위의 실효성을 두고 ‘미흡하다’는 의견과 ‘진일보했다’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이는 재판부가 준법감시위 활동을 놓고 전문심리위원 3명의 의견을 확인한 과정에서 이뤄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는 삼성 준법감시위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린 반면, 이재용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는 긍정적 변화라고 반박했다. 다만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유보적 결론을 내렸다.

특검도 준감위의 실효성 부분에 입증이 안됐다는 점을 줄곧 지적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비슷하게 특검도 준감위가 삼성 내부를 감시할 새로운 준법 감시 제도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본다.

특검은 “재판부가 지정한 전문심리위원 3인의 평가는 심리 기준에 따르면 모두 부정적”이라며 “특히 심리위원이 준법감시위를 실증적으로 확인할 만큼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위원 3인도 인정한다. 평가 결과도 이견이 표출되는 등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유일한 양형 요소가 아니며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받고 있는 또 다른 재판인 불법 경영권 승계 혐의와 관련한 재판은 14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연기되는 등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형이 14일 최종 확정됐다. 2017년 4월 구속기소된 지 3년 9개월 만에, 2016년 10월 최순실의 태블릿PC 공개로 국정농단 사건이 촉발된 지 4년 3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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