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분기 내내 5조원 적자낸 모바일 사업부
'사실상 철수' 발표에 매각·단계 철수 제기
빈 그룹·폭스바겐·구글·페이스북 인수 후보자

LG전자 본사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모습.
LG전자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모습.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LG전자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모바일(MC) 사업부의 매각 가능성을 공식 인정하면서 앞으로 스마트폰 사업 방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전자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MC사업본부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인수 후보자까지 언급되고 있다. 반면 단계적 철수를 통해 점진적으로 사업을 접거나 외주 생산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도 등장했다.

LG전자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축소와 매각, 유지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LG 스마트폰 사업 매각 가능성을 공식인정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업계는 LG전자가 택할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는 시나리오로 매각이 유력하다고 본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LG전자가 분할 매각 등을 위해 잠재 인수후보자들의 인수의향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LG전자 MC사업본부를 인수할 잠재적 후보자로 베트남 빈 그룹, 구글과 페이스북, 폭스바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업체 입장에서도 LG전자 스마트폰이 현재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30년 넘는 업력에 세계 최초 롤러블폰 출시를 앞둔 기술력까지 갖춰 인수 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먼저 스마트폰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베트남의 빈 그룹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관심이 높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베트남의 삼성’으로도 불리는 빈 그룹은 스마트폰 제조사 빈 스마트를 운영하며 중저가 제품에 강점을 가졌다는 평가다. 빈 스마트가 LG전자의 베트남 공장 및 프리미엄 제품 기술력을 확보해 사업 확대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빈 그룹은 중저가 라인을 넘어 5G 스마트폰 출시 등 프리미엄 라인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다만 빈 그룹의 주력인 리조트 사업이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진하면서 자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걸림돌이다. 또 빈 그룹이 대대적 투자보다는 점진적인 투자를 이어왔던 만큼 조 단위 빅딜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스마트폰 사업 강화를 꾸준히 추진 중인 구글도 물망에 올랐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로 애플의 iOS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나 자체 생산하는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는 존재감이 약하다.

픽셀에 앞서 넥서스 시리즈를 선보이고 모토로라를 인수하는 등 스마트폰 사업 강화를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LG전자와도 2012~2015년 넥서스4, 5, 5X를 잇따라 선보이는 등 합작 사례가 많아 탄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다른 인수 후보인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 인수한 자회사 오큘러스를 통해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으로 AR·VR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스마트폰과의 기술적 결합을 강화하고 관련 생태계를 확장하는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독일 자동차기업 폭스바겐도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인수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자동차 산업이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모빌리티로 진화하면서 이를 위한 핵심 단말인 스마트폰 기술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LG전자가 세계 최대 정보통신·가전 전시회인 CES 2021에서 공개한 롤러블 스마트폰의 펼쳐진 모습.
LG전자가 세계 최대 정보통신·가전 전시회인 CES 2021에서 공개한 롤러블 스마트폰의 펼쳐진 모습.

 

실제로 LG전자도 다양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과 협력을 통해 전장 사업 강화에 나설 만큼 모바일 사업과 자동차 산업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저가 모델 위주의 사업 구조를 가진 중국 업체도 LG전자의 프리미엄 제품력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끊이지 않는다.

인수 대상자가 언급되고는 있으나 인수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과포화된 상태에서 시장 점유율이 1~2% 수준에 그치는 LG전자 스마트폰을 굳이 인수할 요인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몸집을 줄였다고 해도 3000명이 넘는 직원 수에 지난해 매출액이 4조원에 육박해 인수 금액도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얼어붙은 시장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서는 것도 쉬운 선택이 아니다.

따라서 LG전자가 당분간 모바일 사업 축소와 재편에 주력하고 중장기적으로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포화 상황에서 매각도 원활하지 않아 사업 축소를 통해 단계적 철수로 갈 가능성이다.

MC사업본부 '통매각' 대신 해외 자산과 지적재산권의 분할 매각 역시 가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2014년에 노키아 휴대전화사업부를 72억달러(7조8000억원)에 인수하면서 2년 뒤 노키아의 저가 피처폰 사업부를 떼내 폭스콘에 3억5000만달러(약 4100억원)에 매각했다.

한편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초콜릿폰’ 등으로 한때 주력 사업이었으나 스마트폰 전환 시기를 놓쳐 시장 주도권 확보에 실패했다. LG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23분기 내내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살리기 위해 폼팩터 혁신 등 ‘익스플로러(탐험가)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LG 윙을 출시했고 LG롤러블 폰 등 혁신 제품 개발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삼성전자가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고 중저가 시장은 중국 업체의 공세가 심화되며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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