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자영업자들의 생존권 이슈가 정치권이나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던 시기가 있었을까? 자영업자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들이 속속들이 알려지면서, 내심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고맙다(?)는 생각까지 든다.

자영업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시행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환자가 발생한 지 1년여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영업자들은 정말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상황이다. 가게 권리금은 연기처럼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밀린 월세로 보증금은 거의 소진됐고, 원상복구 비용 부담 때문에 정말 야반도주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차라리 정부가 3개월 정도의 기간을 정해 강력한 도심봉쇄 조치라도 취해 코로나가 종식 시점이라도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었으면 좋겠건만, 언제까지인지도 모른 채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불안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지만, 영업제한 등의 족쇄는 언제나 소상공인에게만 채워졌다. 일부 지자체들은 전통시장 입구에 알바생까지 배치해 발열체크나 큐알(QR)코드 등록을 강요하면서, 대형마트나 백화점 출입은 아무런 제재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허용했다. 로드샵 음식점은 장사를 못하게 막아놓고,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힘없고 빽없고 돈없는 자영업자들만 하찮은 동네북 신세가 된 것이다. 정부가 강한 자에게는 족쇄를 채우기 못하고, 약자에게만 가혹할 정도로 강한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형평성이 크게 왜곡된 것이다.

정치권의 압박으로 정부는 자영업자들에게 정책자금 대출 지원을 해 주었고, 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자영업자 손실보상금 법제화 논의가 시작됐다. 물론, 기획재정부는 재정 안정성을 핑계로 반대주장을 펼치고 있다. 선진국 사례가 없다는 핑계도 댔다. 하지만,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입안할 때마다, 의례적으로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핑곗거리를 잘못 찾아 들이댔다는 생각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금을 지급 논의가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자영업자 손실보상의 타당성

대한민국 헌법 제23조 제3항에 ‘공용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공공적 필요에 의한 적법한 공권력 행사로, 개인에게 과하여진 특별한 희생과 관련해 사유재산권의 보장과 전체적인 공평 부담의 견지에서 행정주체가 보상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른바 조정보상의 원칙이 우리 헌법에 반영돼있는 것이다.

하지만,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행정부의 권한은 다방면에 걸쳐 세밀하게 규정돼 있지만, 사유재산권을 침해당한 자영업자 등에 대한 보상 등의 의무는 빠져있다.

법체계상 명백한 입법상의 하자로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조정보상의 원칙’ 사례

정부는 인천 공항 건설과 관련해 어민들의 손해에 대해 보상을 했었다. 정부는 조류독감, 아프리카 돼지 열병 또는 구제역이 발생한 경우, 강제 살처분을 당한 축산업자에게 피해보상을 해주고 있다. 해안가에 풍력발전기 설치와 관련해 피해 어민들에게 적절한 보상금이 지급되고 있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 또는 송전탑 설치 등과 관련해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전례를 볼 때, 재산권을 침해당한 자영업자에게 정부가 적절한 피해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다만, 헌법에 명시돼 있는 ‘정당한 보상’이란 추상적 문구가 어떻게 해석돼 현실적으로 구체화 될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천차만별의 자영업 업종별 규모별로 영업손실 금액을 산출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폐업한 자영업자에게도 피해보상을 할 것인지도 결정하기 힘들 것이다. 날아간 권리금까지 감안한다면, 자영업자들의 피해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예산으로 틀어막자면 분명히 재정 안정성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예산 편성 기조를 제로베이스에서 뜯어고치는 한이 있더라도,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면 꼭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기왕에 제도를 신설하기로 작정했다면, 지속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상당한 노력과 정성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자영업자 위한 '빈수레' 정책 

1997년 국회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의 도심권 진출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했다. 정부는 행정입법까지 변경해 유통재벌에게 대형마트가 들어설 부지의 땅값을 시세의 절반가량까지 깎아주는 특혜까지 베풀었다. 하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에 매출액 격감하는 데 인건비 상승과 고가 임대료로 벼랑길이다. @스트레이트뉴스
경쟁이 치열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에 매출액 격감하는 데 인건비 상승과 고가 임대료로 벼랑길이다. @스트레이트뉴스

김영삼 정부 시절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시장을 개방했다. 시장 개방과 관련해, 정부는 피해농어민에게 쌀 직불금 제도 입안 등을 포함해 해마다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지원을 퍼부었다. 그리고, 농협의 하나로마트 입점과 관련해 정부는 예산지원은 물론이고, 각종 규제 적용까지 배제 시키는 등의 혜택을 베풀었다. 농협 하나로 마트의 도심권 진출을 전면적 허용으로 슈퍼마켓을 포함한 골목상권은 초토화됐다. 하지만, 정부는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고,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명백한 헌법상의 평등권 침해라 할 것이다.

2011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가 국회에서 비준 처리된 이후, 우리 정부는 한중 FTA 등의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그리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의 다자간 무역협정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정부는 FTA를 체결할 때마다, 국책연구소를 통해 현미경 수준의 농어민 피해 영향조사에 근거해 엄청난 규모의 예산지원을 했다.

한미 FTA 체결 이후, 정부는 미국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소비재에 대한 관세면제 혜택까지 주는 등의 특혜 제공을 하면서 해외 직구 활성화 정책을 펼쳤다. 패션이나 신발 판매상 등의 로드샵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분명히 외국사업자 우대 또는 국내 사업자 역차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015년 체결된 한중 FTA는 소상공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 주었다. 영세한 완구, 봉제, 주얼리 등의 소공인들은 사형선고를 맞은 것과 다를 것 없었다. 중국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만들어진 저가상품들이 무관세로 시장에 풀려 나왔다. 동대문 시장을 황폐화시킨 주범이었다.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이 화를 불러온 것이다.

한중 FTA 체결 시 국책연구소가 제출한 피해영향조사 용역보고서에는 ‘소상공인 DB가 없어 피해영향조사를 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법적으로는 피해영향 조사를 바탕으로 피해집단에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진 이후, 국회가 비준 처리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TV 광고를 통해 국회의 조속한 비준처리를 압박했다. 물론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은 꿈조차 꿀 수가 없었다.

분명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과 조정보상의 원칙을 어긴 사례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역할

촛불 혁명에 기대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라는 명연설을 남겼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 후, 적폐청산 작업을 위한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하지만, 적폐청산 작업은 정치적 화두에만 매달렸을 뿐, 소상공인을 포함한 민생과 관련된 적폐청산 작업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켰다. 과거 정부로부터 홀대를 받아왔던 700만 소상공인들의 기대는 부풀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부처를 승격시킨 뜻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유통법이나 상생법 등에는 수많은 소상공인 적폐조항들이 그대로 살아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체결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돼, 우리 정부의 참여도 가시화될 것이다. 2015년 한중 FTA국회 비준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도 소상공인 DB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너무 비정상적인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자영업자 피해보상의 전제조건

우리나라의 자영업 분야 종사자 비중은 약 25% 수준이다. 농어민 비중의 5배가 넘는다. 국책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농어민과 관련된 피해영향 조사의 정밀도는 깜짝 놀랄 정도다. 우리 정부의 1차산업에 대한 지원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작물별 작황 조사를 위한 지방 행정조직까지 편제돼 있고, 농산물 품종 선정이나 개량 등의 연구지원부터 시작해, 농수산물의 산지 보관은 물론 라스트마일 유통채널까지의 완벽한 스펙트럼을 갖추고 있다. 이런 까닭에 FTA 체결 5~10년 후, 작물별 감소량은 톤 단위까지, 그리고, 종사자 비중은 단 단위 수까지 정교한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아직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계급 구분 등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소상공인들은 업종별 공동 창고조차 없어 공동구매도 할 수 없는 현실과 비교하면 부럽기만 하다.

한중 FTA 체결 직전 간담회 석상에서, 주얼리 산업 종사자 수에 대해 정부의 주장과 업계의 주장은 무려 10배 정도의 차이가 났다. 매출 등의 통계는 고사하고 업종별 종사자 수 등의 기본적 통계조차 없으니, 소상공인 정책이 마냥 겉도는 것은 자명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권칠승 의원이 세 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최소한 부처 승격이란 최소한의 의미라도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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