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정의가 코로나19 극복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준비다

나라 곳간을 열라는 정치권과 곳간을 지키지 못할 때 더 큰 위험이 올 수 있다는 재정당국의 줄다리기가 4월 보궐선거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팽팽하다. 그 사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불황 경기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애타는 피눈물은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며 주렁주렁 차디찬 고드름이다. 민생을 살려야 나라가 있고, 곳간도 채울 수 있다. 지금은 꼭 써야 할 곳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동시에 혈세가 줄줄 새는 곳이 없는지, 빈 곳간을 채울 수 있는 묘책이 없는지도 눈을 부릅뜨고 찾아내야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라빚을 줄이는 혜지는 세금도둑을 잡아내고, 세금도둑의 편에 선 공범이 자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와 정책을 재정비, 조세정의의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로 모아져야 한다. <편집자 주>

<글 순서>

1. 사리사욕 채우는 의원 입법

2. 탈세 온상 상품권 

3. 원칙 어긴 재산소득 과세제도

4. 리베이트 천국 '세금도둑 마피아'

5. 기는 세무행정…나는 세금 도둑

6. 주택과세, 제대로 해라

우리 법체계는 헌법-법률-명령(시행령ㆍ시행규칙)-조례 순으로 구성돼 있다. 최상위법인 대한민국 헌법을 고치려면 국민투표를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법률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한다. 그리고,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을 집행하기 위해 행정부는 시행령ㆍ시행규칙 등의 행정입법을 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52조에 법률안 제정이나 개정을 발의할 수 있는 주체를 국회의원과 정부로 한정하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그리고, 국회의원이 발의한 경우 ‘의원 입법’이라고 칭한다.

정부는 매년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는 세제개편안을 중심으로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세법개정안들은 대체로 중요도가 낮게 평가되고 있는데, 이는 국회의원들의 세법 전반에 대한 전문성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간혹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키는 것이 곤란하거나 적시성을 놓쳐 일정이 촉박한 경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회의원을 통해 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한다.

반대로 실세 의원들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실속은 챙길 수있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로비받은 세법개정안을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꼼수를 쓰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기득권 세력의 로비를 받아 세법개정안을 발의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물론 이면거래를 통해 불법적 정치자금 수수 등의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은 상식일 것이다. 이런 엑스맨(X-man)들 때문에 우리 세법 전반적 체계는 엉망이 돼 버린지 오래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은 거의 누더기 상태다.

엑스맨과 여의도 입법 기습 처리

국회는 2018년 9월 20일 임대사업자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단 하루만에 처리했다. 산자위에서 상가임대차 기간 연장을 위한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던 중 상가임대인의 이익보장을 위한 세법개정안이 기습적으로 처리된 것이다. 그 과정을 국회속기록을 중심으로 따라가 보자.

2018년 9월 19일 기획재정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윤영석 의원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골자는 과세연도 부동산임대업의 수입금액이 7500만원 이하인 임대사업자가 동일한 임차인에게 5년을 초과해 상가건물을 임대할 때, 임대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3%) 이내에서 인상하는 경우 소득세 및 법인세의 5%를 감면해 주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기재위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상가법 처리 과정에서 조특법을 개정하자는 한국당의 요청이 있어서 여러 협의를 거쳐 이 법안이 나왔는데, 나도 법안 내용에 불만이 있지만 3당 원내대표가 국민을 위해 하자는 합의를 도출했으니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제21대 국회의원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 선서. 2020년 7월 16일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 선서. 2020년 7월 16일 (연합뉴스)

당시 기획재정부 고형권 기재부 차관은 7500만원 이하 임대사업자는 1년에 약 75만명정도이고, 5년 초과 계약하고 3% 이하로 임대료를 올리는 사업자는 이중 약 37만6000명으로 추정되는데 1년에 210억원 정도의 세제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의원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압권은 당시 무소속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의 발언과 행동이었다. 그는 “오늘 회의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지, 국회 관행과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치는 것으로 기록될 것인지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주에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지만, 밤에 입법 발의가 돼 당연히 비용추계서가 없어 따라서 상임위에 상정될 수 없는데도 편법으로 상정됐다”고 말했고, "국민들이 '조세 감면은 그렇게 하는 것이냐'고 항변할 때 우리는 무슨 말을 하겠냐"는 발언을 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하지만, 다수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 지도부 합의사안이라는 이유로 기획재정위원회는 1시간20분간 부실 논의 끝에 위원회 대안으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해 국회 법사위에 회부했고, 이날 밤 8시20분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법안 발의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불과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웃물이 맑아야 유권자가 산다 

당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변동 공개목록에 따르면, 여야 의원 60명이 본인 또는 가족이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추계서 작성, 그리고, 법안 축조심의 생략 불가 등의 국회법 규정도 무시한 막가파식의 의정활동이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 위에서 망나니 쇼를 벌인 것이다.

수백만 상가임차인의 권리보호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몇 해 동안 상정조차 되지 못했었다. 여론에 몰려 마지못해 임대차 기간 연장을 처리하면서, 자신들의 이권과 관련된 법안은 단 하루 만에 끝장을 내는 초법적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국회법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선서문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기록돼있다.

‘국가의 이익’을 ‘개인적 이익’으로 바꾸고, ‘양심’을 ‘사심’으로 바꿔야 이런 현실이 제대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부끄러워할 줄조차 모르는 국민대표들의 민낯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국회의원들의 집단이기주의적 의정활동으로 우리 헌정 역사에 오래도록 오점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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