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은 상폐 위기…삼바 분식 등 대형 악재
"정보접근 불리한 투자자, 신중한 투자 필요"

에이치엘비 진양곤 회장. 사진=유튜브 캡처
에이치엘비 진양곤 회장. 사진=유튜브 캡처

[스트레이트뉴스 장영일 기자] 국내 바이오기업 에이치엘비와 지트리비앤티가 전날 허위공시 혐의로 폭락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 신라젠에 이어 코로롱티슈진 등 임상시험을 둘러싼 악재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17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제약업종은 오후 12시 현재 전날 대비 0.59% 하락하는 등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면역항암제(-1.84%), 바이오시밀러(-2.78%), 백신/진단시약/방역(-1.12%) 등 업종 전체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에이치엘비와 지트리비앤티가 방아쇠를 당겼다. 에이치엘비는 2019년 자사 항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3상 시험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한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마치고 금융위원회의 증권선물위원회 조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트리비앤티 역시 미국 식품의약국(FDA) 3상 시험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실패한 임상시험을 성공한 것처럼 부풀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해당 사건은 서울 남부지검에서 수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트리비앤티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지트리비앤티는 "해당 기사의 정정요청을 완료한 상태로 당사는 안구건조증 임상 관련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안에 그 결과를 도출해 주주가치에 보답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FDA 임상 결과에 따른 허위공시 혐의에 대해 해명했지만 에이치엘비는 전날 대비 27.24% 하락한 6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진 회장은 유튜브를 통해 "금융감독원이 조사했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를 앞둔 상황인 건 맞다"라면서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미 에이치엘비는 2019년 6월 리보세라닙의 통계적 유의성 분석 결과,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이 최종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번 임상 결과치로는 FDA 허가 신청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부적인 판단"이라고 발표 한 바 있다. 이 같은 발표로 에이치엘비는 6월말부터 연속 하한가를 맞으면서 당시 7만원대 주가가 1만원대로 추락하게 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에 편승, 기사회생해 당해 10월 10배가 넘는 가격까지 급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에이치엘비는 신라젠, 코스피로 이전한 셀트리온 등과 코스닥을 이끄는 대표종목이었다. 하지만 신라젠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고 에이치엘비마져 허위공시 혐의를 받으면서 코스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기업들이 모두 제약바이오 기업인 탓이다.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 제제 '펙사벡'의 임상3상 실패를 미리 안 대주주들이 주식을 매도했다는 의혹 속에서 임상이 중단됐고, 주가 조작 혐의까지 받으면서 현재 거래정지된 상태다.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던 헬릭스미스도 정보비대칭성으로 6만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5년간 팝펀딩 등 고위험자산에 총 2643억원을 투자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매출(45억원)의 60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논란과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의 성분변경 등으로 바이오 업계는 끊임 없이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대웅제약도 코로나 치료제 임상실패로 곤욕을 치르는 등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호재이든 악재이든 투자자들에게 진실을 얘기해야 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영세한 제약업계가 한방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정보 접근이 불리한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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