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임기 1년 남기고 현대모비스 등기이사 사임
현대차, ESG경영 강화 ‘지속가능경영위’ 확대
현대차 이사 2명 임기만료 앞둬…재신임 관심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마지막 남은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까지 내려놓으며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사진 중앙)과 정의선 회장(오른쪽). 연합뉴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마지막 남은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까지 내려놓으며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사진 중앙)과 정의선 회장(오른쪽).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명예회장의 공식적인 경영퇴진을 발표한다. 현대차그룹은 22일부터 기아(옛 기아자동차)를 시작으로 주총을 개최해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 사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확대, 이사 ·감사 분리건, 여성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한다.

◇정몽구 명예회장, 퇴진 공식발표

현대차와 주요 계열사의 주총이 약 한달 남은 가운데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퇴진건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마지막 남은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까지 내려놓으며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오는 24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임기 만료는 내년 3월이지만, 이미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그룹 전반의 지휘봉을 넘겨준 상황인 만큼 내년 임기까지 유지하지 않고 물러나기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주총에서 정몽구 명예회장의 사임으로 비게 되는 사내이사 자리에 고영석 연구개발(R&D) 기획운영실장(상무)을 추천했다. 직급보다 전문성을 고려한다는 취지로, 상무급 임원을 사내이사로 추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2월 현대차 이사회는 정몽구 명예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작년 3월 현대차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21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을 정의선 당시 그룹 수석부회장에게 넘겨줬다.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 미등기임원과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만 유지했으며, 작년 10월에는 그룹 회장직도 아들에게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당시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직도 함께 내려놨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이에 앞서 2014년에는 현대제철 이사직에서, 2018년에는 현대건설 이사직에서 각각 물러났다.

재계 안팎에서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번에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더라도 현대차 미등기임원과 현대모비스 미등기임원직은 유지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미 현대차그룹의 운전대가 아들인 정의선 회장에게 넘어오며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전체가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는 만큼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을 맡으며 부친을 대신해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해왔다. 정 회장이 작년 10월 회장 선임 전후로도 틈나는 대로 입원 중인 정몽구 명예회장을 찾아 그룹 경영을 논의해 온 만큼 이후에도 조언을 구하며 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여년간 회사를 이끌며 '품질 경영'과 '현장 경영'이라는 키워드를 남겼다. 그룹 R&D 총본산인 남양연구소를 설립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고,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헌액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12월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후로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80대에 접어들면서는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7월 중순 대장 게실염으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하면서 한때 건강 이상설이 나돌기도 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염증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입원 4개월여만인 작년 11월 말 퇴원해 한남동 자택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 양재동 사옥
현대차·기아 양재동 사옥

◇ESG경영 강화차 ‘지속가능경영위원회’ 확대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의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ESG 정책과 활동을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지속가능위에서 ESG 정책과 활동을 심의하고 의결하기로 하면서 ESG경영체계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18일 주주총회 소집 공시에서 기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조만간 이사회를 거쳐 이와 같은 취지로 정관을 변경하는 주총 안건을 확정하고 공시한다.

현대차그룹 3사는 각각 지난 2015년 이후 내부거래 투명성 확보, 주주권익 보호, 대규모 투자 검토 등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 소통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기존 '투명경영위원회' 역할에 더해 ESG 분야로 안건 논의 범위를 넓혀 회사의 EGS 정책 및 계획, 주요 활동 등을 심의, 의결하는 권한을 추가로 갖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향후 ESG 경영의 실질적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속가능경영위에서는 회사의 안전보건 계획 등에 대한 검토 권한도 갖게 된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올해부터 매년 안전보건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대차는 최근 4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으며 기아도 ESG 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ESG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제품 개발 투자와 신규 친환경차 개발 및 판매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 모비스의 ESG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주요 기업별 ESG 등급 평가에서 현대차 등 3사는 모두 A등급을 획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년 B+등급에서 A등급으로 한단계 상향 조정됐으며, 현대모비스는 전년과 동일한 A등급을 유지했다.

◇감사·이사 분리건 처리 여부 관심

올해 주총에서는 지난해 바뀐 상법 개정안에 따라 감사위원 분리선임에 대한 '3% 룰'이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사내·사외이사 선임에 관심에 쏠린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감사위원을 뽑을 때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들 중에서 감사위원을 다시 선출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감사위원 1명 이상을 무조건 이사와 별도로 분리 선출해야 한다. 이 때 의결권은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각각 3%씩 부여되고, 사외이사를 겸하지 않는 감사위원 선출 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3%로 제한된다.

현대차도 감시위원을 분리 선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달 이동규 사외이사와 이병국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돼 감사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 두 자리 중 한 자리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으로 채울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남은 자리는 사외이사추천위를 통해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현대는 경영권 취약으로 한때 엘리엇 사태처럼 외국계 투기 펀드 등으로부터 대대적인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이후로 현대차에서는 아직까지 지배권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은 상황이나 3%룰의 시행으로 의결권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 잇달아

현대차그룹에서 올해 잇달아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선다. 기아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기아는 22일 주주총회를 열고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학부 정회원인 조화순 교수는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기아의 첫 여성 사외이사가 된다. 조 교수는 감사위원도 함께 맡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첫 여성 사외이사 후보로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추천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강진아 교수는 기술 경영과 경영 혁신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로, 한국모빌리티학회 창립이사를 맡는 등 자동차산업에 대해서도 이해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교수는 감사위원으로도 선임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다음달 24일 주주총회에 윤윤진 카이스트대 건설·환경공학 부교수 겸 국토안전관리원 비상임이사를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오는 2022년 8월 본격 시행될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해 사실상 여성 이사 1인 이상을 포함하도록 했다.

한편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오프라인 주총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주총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이번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자투표제를 실시한다.

기업 정기 주총은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 모임·행사 인원 제한 예외를 적용받는다. 다만 전자투표 이용을 늘리고 현장 주총 참석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에서 정기 주총 기간 기업이 부담하는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서비스 수수료가 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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