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로 매각을 추진 중인 쌍용차가 노동조합 측에 앞으로 두달간 임금 100%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자동차가 이달 중 남은 이틀도 공장 문을 닫는다. 협력사의 납품 거부로 생산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겨 25∼26일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다. 앞서 쌍용차는 부품 조달 차질로 이달 3∼5일과 8∼10일 생산을 중단했고, 설 연휴 이후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하루만인 17일부터 다시 가동을 멈췄다. 

쌍용차는 다음달 2일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5일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공시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이번 중단 예정일까지 포함하면 쌍용차의 생산중단일은 작년 말 기업회생 신청 이후 영업일 기준 총 16일로 늘어난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가 추진하는 'P플랜'(단기법정관리)의 향배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지분과 채권 삭감에 대한 인도 중앙은행의 승인 여부와 인수 후보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의 P플랜 동의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 투자 조건으로 내건 산업은행 지원은 P플랜 성패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이르면 다음달 초 법원에 P플랜을 신청할 예정이다. 당초 이달 말 제출이 목표였으나 인도 중앙은행의 관련 승인 절차와 쌍용차 조업 중단에 따른 영향 검토 등으로 미뤄지고 있다. 쌍용차는 16일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와 가진 회의에서 당초 목표로 했던 다음달 초에서 중순께 법원에 P플랜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쌍용차는 이 자리에서 "투자자(HAAH오토모티브) 측에서 조업 중단으로 인한 영향을 자문사를 통해 검토 중"이라며 "(투자자가) 계속되는 공장 휴무로 인해 올해 계획된 12만대 생산, 판매 달성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플라스틱옴니엄(연료 탱크)과 로버트보쉬코리아(엔진 부품) 등을 포함한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 등 70여개 협력사가 부품 공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한달 휴업시 영업망과 공급망이 붕괴되고 회복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최대한 납품 설득을 통해 조업을 재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쌍용차 의존도가 높은 협력사는 붕괴되면 대안을 찾기 어려운 만큼 납품 거부 협력업체에 대한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쌍용차는 또 이달 초 법원이 P플랜 진행을 위해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마힌드라에 동의를 요청, 지난 11일 마힌드라로부터 동의서를 회신했다고 전했다.

마힌드라는 지분(현재 75%)과 채권 삭감 제안에는 동의했으나 인도 중앙은행(RBI)의 최종 승인을 조건으로 제시했으며, 현재 RBI에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이에 쌍용차는 RBI 승인이 이뤄지고 이달 말까지 HAAH오토모티브와 투자 계약을 맺으면 회생 계획안을 전체 채권자에게 공개하고 납품 재개도 거듭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P플랜에 돌입하려면 채권금액 기준으로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HAAH오토모티브의 메인 전략적 투자자(SI)는 캐나다 1개사이고 금융투자자(FI)는 중동 2개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는 지분(75%)과 채권 삭감 제안에 동의하면서 인도 중앙은행의 최종 승인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HAAH오토모티브는 현재 쌍용차 조업 중단의 영향을 자문사를 통해 검토중이다. HAAH오토모티브 측이 쌍용차 새 주인이 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이어진 공장 휴무에 따른 생산·판매 차질을 우려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P플랜 진행 과정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대출 지원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P플랜에는 감자를 통해 대주주인 마힌드라 지분율을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가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51%)로 올라서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HAAH오토모티브는 투자금액에 상응하는 자금을 산은이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산은은 회생계획안이 나오면 미래 사업성 등을 진단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P플랜마저 무산되면 쌍용차의 파산이 불가피한 만큼 산은이 결국 지원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고용 관점에서 쌍용차를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정부에 퍼져 있는 만큼 산은도 동참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쌍용차 파산은수많은 협력업체의 생존이 걸린 사안인 만큼, 산은 지원 등을 통한 P플랜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용도 있고 하니 괜찮다면 (쌍용차를) 살리는 것이 괜찮다"며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산업적 판단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협력업체를 지원하는데는 아무리 많이 지원해도 그것이 어려울 것이고, 어떻게 보면 협력업체 지원할 정력이 있으면 쌍용차를 살려서 쌍용차가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것이 아마 더 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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