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이호연 선임기자] 코로나19 백신 국내 26일 첫 접종 소식을 그 누구보다 반기는 우리 이웃이 있다.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다리며  불황의 골목상권과 영세기업을 지켜온 자영업과 소상공인이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우리는 국내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문닫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마이너스 경제성장의 직격탄 속에 지난 1년 여 살벌한 나날을 보낸 자영업자와 실업자들에게 백신 접종은 소생할 수도 있다는 실날같은 희망과도 같다.

백신접종이 시작됐으나 경제전시상황은 끝난게 아니다. 지금은 방역 경계에 못지 않게 경기역행과 민생피폐를 막기 위한 경제 경계는 한층 강화해야 할 위중한 시기다. 특히 코로나19와의 생존전쟁에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 등 소상공인의 회생과 재활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기획재정부가 자영업 손실보상과 관련된 법률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 파란을 불어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가 과거의 경제정책 실패로 인한 흔적을 덮어버리기 위해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자영업 손실보상제의 제도화 노력은 제쳐두고, 일시적 시혜성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자영업 손실보상제 도입 공방

코로나 19사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졌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집권 여당은 자영업 손실보상법 제정이란 이슈를 꺼내 들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가능하면 상반기까지 자영업 손실 보상제 관련 입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에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지난달 20일 자영업 손실보상법에 대해 “해외 사례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손실보상을)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에둘러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면서 “기재부는 저항 세력”이라며 일갈했다. 그리고, 지난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기재부를 향해 ‘아예 법제화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 차관은 “제도화 방안을 상세히 검토해서 국회 논의 과정에 임하겠다”며 논란이 수그러드는 듯 보였다.

그런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5일 개최된 기획재정부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2월 임시국회 대응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하면서 구체적인 법안을 나열했지만,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에 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홍남기 부총리가 하루 전날 개최된 '고위 당정청 회의'에 이례적으로 참석하지 않은 것이 자영업 손실보상제를 내심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25일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등 코로나19 방역부처 업무보고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도 검토에 나서라고 지시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25일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등 코로나19 방역부처 업무보고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도 검토에 나서라고 지시했다.(연합뉴스)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코로나로 인한 경제·사회적 타격으로부터 국민 삶을 지키는 일도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며 "단기 대책부터 근본 대책까지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일자리 회복은 더디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며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당정이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교통정리 발언에 힘을 얻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구체적으로는 영업제한·집합금지 등 정부의 방역 조치로 영업에 차질을 빚은 업종에는 손실에 비례해 지원하되 과세 자료가 없는 연 매출 4천만원 이하 사업자는 정액 보상하는 '투트랙' 방식을 거론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지급대상과 재원 조달 방법 등에 관한 이견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능한 빨리, 사각지대를 없애면서도, 형평성을 높이는 걸 목표로, 3월 내 법안 처리를 하고, 늦어도 4월 초까지는 지급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일정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런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 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 변수”이고, “적자 국채 발행이 지난해 약 104조원, 올해 약 93조5천억원, 내년에도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고 국가채무 총액은 내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반기를 들었다.

이어 “국가채무의 증가속도를 지켜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국가신용등급 평가기관들의 시각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며 “과도한 국가채무는 모두 우리 아이들 세대의 부담이고 나중을 위해 가능하다면 재정 여력을 조금이라도 축적하는 것도 지금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지만 혹여나 입법적 제도화와 관련하여 재정 당국으로서 어려움이 있는 부분, 한계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알려드리고 조율하는 노력을 최대한 경주해 나가겠다”면서 “영업 제한 손실 보상 제도화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 국가의 영업 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제도화 방안이 무엇인지 부처 간, 당정 간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지지지지는 도덕경의 한 구절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표현을 하면서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재신임 의지를 표명해 논란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핵심에서 벗어난 기재부

지난 16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다수의 언론이 일제히 기획재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손실을 보상해주자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해 "수용 곤란"이라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국회사무처가 2월 17일 개최될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개최를 앞두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 등의 내용을 담은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11건과 관련해 정부 의견 포함한 검토보고서에 “수용 불가” 의견이 담겨있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 당일은 물론 다음 날 오전까지도 국회 홈페이지에 국회사무처의 검토보고서는 게재되지 않았다. 나중에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검토보고서에는, 기획재정부의 의견이 “수용불가”가 아닌 “신중 검토”로 바뀌어 있었다.

국회사무처가 기재부의 의견을 수용한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가 언론에 먼저 슬쩍 흘려 반응을 살핀 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만약, 국회사무처가 반대여론이 거센 것을 감지하고 검토의견을 수정해 홈페이지 올린 것이 사실이라면, 행정부를 견제할 책임을 지고 있는 국회가 기획재정부의 심부름꾼 역할을 자초한 것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국회에 게재된 검토보고서에는 기획재정부가 「감염병예방법」 제49조제1항제2호의 ‘집합제한·금지’ 및 개정안의 ‘영업정지·제한’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적으로 불특정 다수에 가해지는 일반적·사회적 제약이며, 법 취지 및 목적과 손실범위·항목의 불특정성, 손실 입증의 어려움 등을 감안, 보상 대상 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도 소상공인·중소기업 등에 대한 보호나 안정 지원을 위해서는 감염병예방법이 아니라 소상공인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자영업 손실보상제 관련 입법화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감염병 예방법에 자영업 손실보상 관련 내용을 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쟁점을 피해 나갔다.

국회 복지위 전문위원도 기재부 의견에 동의했다. 검토의견서에 "영업 제한·금지 또는 집합 제한·금지 등으로 인한 손실의 규모를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점과, 코로나19와 같이 감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상황에서 재정부담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사회·경제활동 자제와 감염병 예방·방역조치의 효과를 분리하기 어렵고, 이러한 조치가 없었을 경우 감염병 확산으로 경제가 위축, 오히려 자영업자 등의 손실이 더 확대됐을 가능성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자영업자의 영업이익 감소분 중 감염병 예방·방역 조치에 따른 손실의 범위를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모피아의 모순과 직무유기 

기획재정부가 제시하는 반대주장의 논거는 손실범위와 항목의 불특정성, 손실 입증의 어려움, 그리고, 과도한 재정부담을 포함해 세 가지다.

다행히 기재부를 포함한 행정부는 감염병예방법이 아닌 다른 법률 개정을 통해 지급근거를 마련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자영업자 손실보상금 지급 당위성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 제23조에 규정된 국가의 보상의무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국가가 공익을 위해 공권력을 행사를 통해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국가는 당연히 보상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가 코로나 19 확산 방지라는 공익을 위해 자영업자에게 영업제한 또는 영업정지 조치를 취해 손실이 발생했다면, 국가는 이들에게 당연히 배상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채무자인 것이다.

과도한 재정부담 때문에 손실보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상하는 것이 옳다면, 예산을 원점에서 전면적으로 대수술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영업자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국가가 파산상태에 처한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채무자의 지위에서 자영업자에게 배상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실범위와 항목의 불특정성, 손실 입증의 어려움 등의 사유는 자영업 소득파악이 정확하게 유지되고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우리의 자영업 소득파악실태는 엉망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기획재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획재정부가 직무태만으로 자영업 소득파악의 정확성을 제도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월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총리-부총리 협의회에서 손실보상제를 둘러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1월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총리-부총리 협의회에서 손실보상제를 둘러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근로장려세제를 시행했다.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현실적으로 근로빈곤층의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근로장려세제를 밀어붙였다. 시행 초기에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근로장려세제는 일용근로자 등에게 먼저 적용됐다.

이후, 자영업자도 근로빈곤층에 해당되기 때문에 근로장려세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13년부터 자영업자도 근로장려세제 수혜대상에 포함됐다. 일용근로자 등보다 6년이나 늦게 지급대상에 포함됐다. 헌법상 평등권 침해 등의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근로장려세제는 소득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까닭에 법 시행 이전까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자영업자 소득파악의 정확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장부기장을 통한 소득파악이란 원칙을 무시하고, 자영업자 근로장려세제 시행시기가 임박하자 업종별 조정율이라는 엉터리 제도를 급조해 적용했다. 6년이란 긴 시간을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허무하게 흘려보냈다. 그 결과 자영업자에 대한 정확한 소득파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이런 까닭에 재난지원금 지급 시 부정확한 소득이라는 기준 잣대를 적용해 선별지급을 할 수 없다. 보편적 지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설상가상으로 간이과세자 범위를 확대해 정확한 자영업자 소득파악 작업을 더욱 어렵게 됐다.

기획재정부의 직무태만으로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어렵게 만들어 놓고, 현실적으로 손실범위 파악이나 입증이 어렵다는 핑계를 늘어놓는 것은 자기 발등에 도끼를 찍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책실패 책임자 누군가?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부총리를 겸임하고 있다. 따라서, 싫든 좋든 모든 경제정책의 공과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그동안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든 대표적인 경제정책 실패 사례를 몇 가지 짚어보자.

첫째, 양질의 일자리 정책 부재다.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전반적인 일자리 상황이 나빠 자영업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포화상태에 놓인 것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책임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일본과 OECD 평균의 2배, 미국의 4배 수준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근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매년 80만명 정도의 자영업자들이 생계형 창업을 하고, 비슷한 수가 폐업을 하는 다산다사 현상을 보였다. 최근 코로나19 위기로 폐업자수가 창업자수를 추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OECD 평균과 자영업자 비중이 비슷해지려면 600만 자영업자 중 절반에 해당하는 300만명이 도산해 실업자 통계에 포함되어야 한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일자리 재앙은 현실이다. 다만, 자영업 포화라는 현상이 높은 실업률 등의 문제를 덮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 19사태로 위장막이 걷힌다면,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실업률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둘째, 지금의 자영업의 과밀은 죄악세(Sin Tax) 징수확대를 내세워 담배나 술의 소매허가를 남발한 게 한 요인이다. 

자영업 과밀 현상을 유발한 주된 원인은 담배나 주류 소매판매 허가권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담배나 주류판매 소매상 수는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주세법과 담배사업법 주무 부처는 기획재정부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외견상 담배나 주류 소매판매 허가권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기획재정부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의 행정입법을 통해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허가업무를 위임했다. 형식적으로는 허가제이지만, 실상은 등록제 또는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세수 등의 재정수입이 부족했던 시절, 국민건강 위해를 볼모로 삼아 죄악세를 징수 확대를 위해 허가권을 남발했던 사례가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상가 양산에 대기업 로비에 놀아난 건설교통부도 지금의 자영업의 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크다.

우리나라의 주택수 대비 상가비중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건설회사들의 로비가 작용해 근린생활업종이 주거지에 들어설 수 있도록 허용했다. 주상복합건물 등의 건축도 후하게 용인해 주었다. 결국 우리나라의 상가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 자영업 과밀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몇 해 전부터 건설교통부는 행정입법 개정을 통해 신도시 지역의 자족시설 용지에 대형할인점 등의 입점을 허용해 주었다. 유통 재벌에게 토지조성원가로 시세의 반값 수준으로 저렴하게 토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 특혜까지 베풀었다. 자족시설용지란 신도시의 베드타운 방지를 목적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부지인데, 대형할인점은 물론이고 지역 난방기업, 또는 외제차 정비소까지 들어설 수 있도록 허용했다. 대기업의 로비에 행정부가 흔들린 결과이다. 이런 정책들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쪼그라들었고,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졌다.

넷째, 헌법 규정의 조정보상 원칙을 지키지 않은 행정은 지금의 자영업 생태계를 악화, 지금의 위기를 불러들인 한 요인이었다. 

WTO 가입 이후 우리 정부는 다수의 양자 간 또는 다자간 FTA를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농어민 등의 1차산업 종사자들에 쌀 직불금을 비롯해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 자영업자들은 희생양으로 전락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시절, 우리 정부는 중국 또는 베트남 등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와 FTA를 체결했다. 우리나라의 소공인들이 입은 피해는 이루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1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알려진 동대문 시장 상권은 초토화되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도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 논의는 없었다. 정부는 먼저 피해영향조사를 실시하고, 적절한 보상한 실행한 다음 국회의 FTA 비준을 받는 것이 적법절차다. 하지만, 소상공인 관련 통계가 없다는 핑계로 피해 영향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명백하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1997년 우리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해 대형마트 허가제를 등록제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전통시장이나 로드샵 소상공인들은 엄청난 피해를 떠안았지만, 정부는 막대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게 단 한 푼의 보상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자영업자는 행정부의 만만한 호구 취급을 받아 온 것이다.

정치권과 행정부는 과거의 잘못된 경제정책 사례를 관행으로 간주하고, 일회성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영업 손실보상제를 슬며시 빗겨 갈 일이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에 적극적으로 총대를 메야 할 것이다.

전쟁터에서 경계 실패가 용서될 수 없음은 적에게 기습이 당했을 때 아군의 위기를 초래, 적을 물리치는 작전을 펼칠 수 없는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경제전시상황에 질병의 기습을 당하지 않기 위한 방역 경계는 성공한 듯 하나, 질병 대유행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재산과 안녕을 지키기 위한 경제부처의 민생 경계는 여전 위태하다. 정신적 경제적인 타격이 심각도를 넘은 소상공인이 살아나도록 하는 경제부처의 경계태세의 재정비를 촉구한다. 경계가 철저해야 나라살리기 위한 작전도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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