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경제의 구조를 완전히, 영원히 바꿀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을 읽고 그 파급 효과를 예측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 속에 기업 비즈니스의 미래, 나아가 국가의 운명까지 크게 바꿀 위협과 기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올해도 이어지는 코로나19의 충격을 기회로 바꾸기 위한 우리기업의 경영전략을 중심으로, 위기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 기회로 반전시킬 이들의 역량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한진그룹은 안정적인 경영환경이 갖춰지면서 항공업 살리기에 나서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한진그룹은 안정적인 경영환경이 갖춰지면서 항공업 살리기에 나서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한진그룹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과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 부진이 겹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올해에는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분위기가 되면서 조원태 회장 체제가 더욱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은 안정적인 경영환경이 갖춰지면서 항공업 살리기에 나서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원태 vs 3자연합 간 경영권 분쟁, 사실상 마무리 수순

고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받았다. 그러나 강성부 KCGI 대표, 반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3자연합이 대거 지분을 사들이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조원태 회장 측이 3자연합의 맹공에 초기 대응을 하지 못한 탓에 한진그룹에 다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진그룹 안팎에서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KDB산업은행마저 공개적인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자 분위기는 크게 반전됐다.

법원도 KCGI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상황이다.

항공업계에서는 3자연합이 경영권 분쟁에서 물러나 소수의 사외이사 후보와 정관 일부 변경을 요구하는 소극적 주주제안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의 이미지와 한진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상당히 조성된 상황이다. 그룹의 실추된 실적과 이미지를 극복해야만 조원태 회장의 체제가 더욱 공고화될 수 있다.

실제로 조원태 회장과 한진그룹은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세우는 등 지배구조가 이전보다 다소 투명해졌다는 평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연내 마무리 여부 주목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 이슈가 서서히 가라앉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며 인수 작업 마무리에 나섰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확보와 자금 지원을 실시하고, 한진칼은 이 돈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5000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진칼은 이 자금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진칼에 배정된 몫은 7317억원으로 증자 뒤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29.2%가 된다. 사태의 긴급성을 고려해 8000억원을 미리 대한항공에 대여한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아시아나항공 신주 1조5000억원을, 영구채 3000억원을 인수한다. 주식 취득 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돼 최대주주가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인수자금 입금과 기업결합 신고만 남은 상황이다.

터키 경쟁당국에서의 기업결합심사가 최근 통과되면서 앞으로 미국과 EU, 일본 등의 심사 통과도 순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으로 글로벌 톱10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재무안정성 확보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지분 구조 정리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합산 순차입금은 22조5675억원으로 대한항공 단독일 때와 비교해 8조1401억원이 늘어난다. 부채비율도 927%로 대한항공 단독 기준 대비 234.1%포인트(p) 증가하며 인수 후 재무 안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 이후 부채비율 악화 등의 재무적 요인을 근거로 신용등급이 하락될 수도 있으며, 노선 및 기재 통합·효율화, 공통비용 절감, 운용 효율성 제고 등의 통합 시너지가 코로나19 여파로 예상보다 늦게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두 회사의 통합으로 인한 구조조정 문제도 남아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산업은행까지 양사 통합 이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중복 인력 발생으로 인한 고용 불안 문제가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조원태 회장은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협의 진행과정에서 통합 뒤 경영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경영일선에 물러나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산업은행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출자 조건에 윤리경영위원회와 경영평가위원회를 통해 조원태 회장 경영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코로나19 닥친 항공업, 화물 운송에 기대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국가가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국제선 노선 운항이 막혔다. 최대 수익원을 차지하던 국제선이 막히자 항공업계는 적자를 기록하며 비용 절감 조치에 들어간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여객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년(2019년) 대비 68.1% 감소한 3940만명으로 집계됐다.

국제선과 국내선 여객은 전년 대비 각각 84.2%, 23.7% 줄었다. 항공화물은 국제선 화물(수하물 제외)이 0.4% 증가한 반면 여객 수하물은 23.9% 감소했다.

이에 대한항공도 여객 감소에 따른 실적 저하에 허덕이고 있다. 대신 대한항공은 여객 수요 대신 코로나19 특수를 맞은 화물 사업에서 선방해 소폭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 항공 화물 운반과 함께 긴급 방역물자 등 화물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객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은 다행이다. 대한항공은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 복합물류센터 GDC.
인천공항 복합물류센터 GDC.

◇비대면 수요에 택배 사업 힘실려

한진그룹은 성장세를 보이는 택배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다.

한진그룹의 종합물류계열사인 ㈜한진은 택배부문에서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진은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51%)을 택배부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한진은 지난해 8월 유상증자를 밝히며 “택배사업의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 증가 없이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부채비율 감소 등 재무구조 개선과 신용도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진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전부를 ‘택배 Capa(생산능력) 확충 및 설비 자동화를 위한 대전 Mega Hub(메가 허브)’에 투자하는 등 시설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은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총 3296억 원을 투자해 대전 메가 허브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물류자동화 설비도 구축할 계획이다.

택배·물류 사업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도입한 ‘한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관련 기관 및 스타트업과 협력해 신사업도 적극 발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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