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에 발목 잡힌 경쟁자를 제치고 글로벌로 나아간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주요 금융지주들이 맏형 은행들의 수익성 저하에 따른 비이자이익을 강조한지 여러 해가 지나고 있다. 특히 고착화된 저금리 기조에서 작년 한해 폭발한 투자시장의 확대에 따라 증권 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비이자이익 강화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비이자이익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금융권의 한 해 실적이 발표되는 2월이 되면 세간의 관심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중 누가 더 많은 순이익을 거뒀는지에 쏠린다. 2020년 실적을 결론만 놓고 이야기하면 KB금융지주가 3조4552억원으로 3조4146억원을 기록한 신한금융지주를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작년에는 주요 금융그룹들이 사모펀드 사태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전례 없이 많이 쌓았다는 점, 주식시장의 활황에 따라 보다 수익성 있는 계열 증권사를 가진 금융지주가 수익 확보에 유리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1위가 누구인지를 논할 실익은 많지 않다. 향후 그룹 수익에서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이 좀더 의미를 가지게 되는 이유다.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은 지난 1월 4일 신년사를 통해 5가지를 강조했다. ‘핵심경쟁력 강화를 통한 비용 효율’, ‘글로벌과 비금융사업 확장’, ‘디지털 플랫폼 혁신’, ‘ESG경영’,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구현’이다. 회계사 출신으로 비용 효율을 첫째로 언급한 데 이어 글로벌과 비금융사업 확장이 둘째 자리를 차지한 다는 것이 눈에 띈다.

2020년 KB금융지주 비이자이익 현황(출처=KB금융지주 홈페이지 경영실적 자료)
2020년 KB금융지주 비이자이익 현황(출처=KB금융지주 홈페이지 경영실적 자료)

◆비이자이익 선봉에 선 증권과 카드

2020년 그룹 내 비이자이익은 표에서 보듯 전년 대비 23.9% 증가한 2조7703억원이다. 점차 금융권간 다루는 상품과 비즈니스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비이자이익은 은행에서 번 비이자이익과 기타 계열사에서 번 비이자이익이 혼재돼 있다. 가령 신탁이익은 은행만의 성과가 아니고 펀드판매 등 증권대행수수료 수익도 증권사만의 몫은 아니다.

다만 증권업수익수수료는 전년대비 77.9%나 늘어난 7933억원을 기록해 전년의 주식시장 활황 때문인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신용카드 수수료이익도 25.6%나 껑충 뛰어 증권과 카드 자회사의 선전이 그룹 비이자이익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실제 그룹 수수료이익에서 은행의 기여도는 2019년 48.0%에서 2020년 35.6%로 감소한 반면, 비은행 비중은 52.0%에서 64.4%로 크게 확대됐다.

KB금융그룹 수수료수익 비중 변화(출처=KB금융지주 홈페이지 경영실적 자료)
KB금융그룹 수수료수익 비중 변화(출처=KB금융지주 홈페이지 경영실적 자료)

작년 한 해 투자자 수가 급증하며 주식투자 인구가 늘자 KB증권은 지난 18일 임시주총을 통해 KB금융지주 재무총괄 이환주 부사장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윤종규 회장이 첫 번째로 강조한 각 계열사 핵심경쟁력 강화를 통한 비용 효율을 위해 그룹 CFO로 하여금 직접 들여다보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에 앞선 지난 2018년 2월 지주 전략담당인 이창권 부사장이 박 대표를 옆에서 보좌한 적은 있지만 CFO가 내려간 일은 처음이다. 거시적 전략과 함께 숫자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겠다는 윤종규 회장의 생각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KB증권은 법인영업과 기관영업에 강점이 있지만 리테일 부문이 없었던 한누리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으로 간판을 바꾼 후 지난 2016년 5월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과 합쳐 KB증권으로 변신했다. 5년이 지난 현재 대표이사는 한누리 출신 김성현 대표와 KB금융지주 출신 박정림 대표가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자기자본규모로 증권사 순위 5위에 해당하는 KB증권은 2020년 당기순이익 4256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성장을 과시했다. 6위에 해당하는 신한금융투자가 당기순이익 29.9% 감소로 1548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쳐 그룹사간 경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7위 하나금융투자가 41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을 보더라도 신금투의 고전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핵심은 사모펀드 부실판매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았는지에 따라 갈렸다. KB는 타 그룹 대비 사모펀드 이슈에서 자유롭다.

다만 KB금융그룹의 전체 이익에서 비이자이익 규모는 2019년 15.11%에서 2020년 13.65%로 낮아졌다. 1등을 탈환한 작년의 상황이 지속되리라고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KB금융그룹은 작년 4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를 누르고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했다. 2조3000억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타고난 상품판매 역량을 갖춘 설계사들과 업계 최고의 지급여력비율(RBC) 등 탄탄한 재무구조 등으로 우량 매물이었던 푸르덴셜을 손에 넣었다. 옛 ING생명인 오렌지라이프를 2018년 손에 넣은 신한과 자산 경쟁에서 키높이를 맞출 수 있는 카드였다. 2020년 그룹사에 중도 편입된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557억원이란 순이익이 2조3000억원이라는 비용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 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아시아시장 진출로 글로벌화에 속도 내는 KB

윤종규 회장이 강조하는 글로벌화는 미국, 영국 등 선진 시장도 타겟으로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진출은 동남아 시장을 향하고 있다.

2020년 4월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70%를 7000억원에 인수 완료해 소액대출시장에 진출했다. 프라삭은 현지 3위권의 대출 금융기관이다. 아직은 소액대출 업무에 집중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상업은행(Commercial Bank)으로 전환, 동남아 진출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그에 앞선 2018년 7월에는 역시 인도네시아 소매금융 전문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취득해 2대주주에 오른 뒤 증자를 통해 총 67%의 지분을 소유 중이다. 국내의 앞선 IT기술과 관리 역량을 이식해 세계 4위의 인구수를 가진 인도네시아 내 톱티어(Top-Tier)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그 밖에도 계열 증권사와 카드사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규모를 늘려 성장하는 시장의 IB와 결제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바탕에 앞선 한국의 IT역량이 필수다. 윤 회장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비이자이익을 강조하고 나선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제공=KB금융)
비이자이익을 강조하고 나선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제공=KB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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