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총수 변경 요청
효성, 조현준 총수 변경서 제출
한화·현대重·SK네트웍스도 대두

현대자동차는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현대자동차는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효성그룹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총수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3세대 경영인의 대두에서 나아가 명실상부한 기업 총수로 나서는 모양새다.

2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현대차는 동일인 변경이 이뤄지면 21년 만에 총수가 바뀌게 된다. 효성도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총수를 변경해달라고 신청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 집단과 10조원 이상의 상호 출자 제한 기업 집단을 지정해 발표하며, 이때 동일인을 함께 명시한다.

동일인은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집단 지정 자료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진다. 공정위가 동일인을 누구로 지정하느냐에 따라 특수관계인, 총수 일가 사익편취 제재대상 회사가 바뀔 수도 있다.

공정위는 기업의 지배력을 행사하는지를 기준으로 동일인을 결정한다. 소유 지분이 적어도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 동일인이 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 작년과 재작년에도 총수 변경 논의가 있었으나 당시에는 현대차가 총수 변경 신청을 하지 않았고 공정위 역시 정몽구 당시 회장의 건강 상태와 지배력 등을 고려해 총수 지위를 유지했다.

다만 이번에는 이미 작년 10월 정의선 회장이 취임하며 그룹 전반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동일인 변경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는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이번달 주주총회에서 마지막 남은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도 임기 1년을 남기고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정의선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현대차의 총수는 21년 만에 바뀌게 된다. 현대차는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면서 2001년 처음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고, 정몽구 명예회장이 줄곧 총수 지위를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명실상부한 '정의선 시대'가 시작될 전망이다.

조현준 효성그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며 건강 상태를 동일인 변경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주식의결권(9.43%) 일부를 조현준 회장에게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장남 조현준 회장이 지주회사 지분 21.94%, 3남 조현상 부회장이 21.42%를 보유하고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1300여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되진 않았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법인세 포탈 혐의 일부를 무죄로, 위법배당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건강 상태는 공정위의 동일인 변경여부 판단에서 고려 요소일뿐 아니라 앞으로 형 집행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형사소송법은 수감자가 형 집행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염려가 있을 때 집행정지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공정위 내부에서도 이런 정황 탓에 변경 신청을 받아들여야 할지를 두고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이 올해 만 85세로 고령인데다 지병인 담낭암이 재발해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경영권은 2017년 취임한 조현준 회장이 행사하고 있고, 실질적인 경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동일인 지정이 변경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와 효성처럼 3세대 경영인이 본격 대두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한화그룹의 3세 경영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그룹의 미래먹거리 사업을 이끌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한화 전략부문장을 겸직하면서 수소 사업 등 신사업 분야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수한 인공위성 벤처기업 ‘쎄트렉아이’의 무보수 기타비상무이사직을 맡는 등 그룹의 항공우주산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동관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에너지 대전환’과 ‘탄소 중립’이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자 태양광과 그린수소 사업에 대한 선제 투자를 위해 최근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중 1조원은 태양광 사업에 투자하며 2000억원은 태양광·풍력처럼 신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 중인 현대중공업그룹에서도 정기선 부사장의 대두가 더욱 눈에 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본인이 직접 키운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규모 자본 유치를 성공시키면서 경영 승계에 빨라졌다는 전언이 나온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최근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통해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정기선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확보한 자금으로 로봇, AI(인공지능), 수소·에너지 등 그룹 신사업에 다시 투자할 방침이다.

정기선 부사장은 지난 2017년부터 신사업을 육성하는 그룹 경영지원실장 역할도 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이사회는 지난해 9월에는 정기선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미래위원회'를 발족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

SK네트웍스는 최신원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3세 경영승계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SK텔레시스, SKC 등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해 유용하고, 개인 사업체에 회삿돈을 무담보로 빌려준 뒤 제대로 상환받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며, SK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선경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SK네트웍스를 이끌고 있으며 이번 구속으로 기업 운영의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최신원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사업총괄의 등기이사 선임건이 제기되고 있다. 최성환 사업총괄은 SK네트웍스 자회사인 SK매직, SK렌터카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으나 아직 SK네트웍스 사내이사는 아니다.

최성환 사업총괄이 SK네트웍스의 3월 주주총회에서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내이사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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