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원(One)신한으로 '회복탄력성'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주요 금융지주들이 맏형 은행들의 수익성 저하에 따른 비이자이익을 강조한지 여러 해가 지나고 있다. 특히 고착화된 저금리 기조에서 작년 한해 폭발한 투자시장의 확대에 따라 증권 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비이자이익 강화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비이자이익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2017년 KB, 2018년 신한, 2019년 신한, 2020년 KB

최근 4년간 금융지주 순이익 1위 자리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사이좋게(?) 주고 받았다. 2020년 1·4분기만 해도 신한지주가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하며 왕관은 3년 연속 신한의 차지가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4월 들어 신한의 ‘오렌지라이프’에 대적할 ‘푸르덴셜생명’이 KB의 품에 안기면서 균형추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4분기에 코로나19와 사모펀드 발 리스크관리 차원의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영광은 KB에게 돌아갔다.

총괄 성적표로만 보면 신한금융지주의 2020년 성적은 나쁘지 않다.

은행과 비은행 부분 당기순이익 추이(출처=신한금융지주 연간보고서)
은행과 비은행 부분 당기순이익 추이(출처=신한금융지주 연간보고서)

2020년 당기순이익은 3조4146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늘어 7년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저금리 상황에서도 이자이익이 1540억원 늘어 1.9% 성장했고, 비이자이익은 2470억원 늘어 무려 7.9%의 성장을 기록했다.

넓은 의미에서 비이자이익에 속하는 수수료이익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인 11.3% 증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증시 활황에 따른 주식거래대금 증가로 증권수탁수수료 수익이 125%나 뛰어올랐고, 리스금융수수료 수익도 전년 대비 72.6% 상승했다.

경비 부문도 양호했다. 판관비가 전년 대비 1.5% 가량 늘었지만 비용대비 수익 효율성 지표인 영업이익경비율(CIR)은 45.2%로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0.9%포인트 하락했다. 4분기 희망퇴직비용도 924억원으로 평년 수준보다 낮았다.

문제는 대손비용이다. 대손 비율이 전년 0.30%에서 0.41%로 급격히 오르며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4398억원(+46.3%) 늘어났다. 연간 코로나 관련 대손충당금이 3944억원으로 4분기에만 1873억원을 쌓았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별 당기순이익 추이(출처=신한금융지주 연간보고서)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별 당기순이익 추이(출처=신한금융지주 연간보고서)

신한이 작년 주춤하게 된 또 다른 원인은 주요 계열사별 전년대비 당기순이익 증감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익 규모가 큰 상위 5개사 중 신한금융투자가 유일한 적자를 보이며 2019년 2209억원 대비 29.9% 감소한 1548억원을 기록했다. 43.6% 성장한 신한생명과 달리 오렌지라이프도 2.9% 성장에 그쳤다.

그 결과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ROA)이 2019년 각각 9.4%, 0.70%에서 8.4%, 0.60%로 하락했다. 신한금융그룹의 9%대 ROE가 무너진 건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작년 주요 금융지주의 계열 증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비이자수익의 핵심 계열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신한금융투자의 저조는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중심에 있는 판매사 중 하나로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구)대우증권 출신의 브레인 이영창 사장을 작년 초 영입했지만 아직 사태 해결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당초 신한금융투자는 작년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를 위한 신청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을 맞추기 위해 신한금융지주는 2019년 5월 이사회를 거쳐 6600억원 출자를 결정했었다. 이를 위해 2000억원의 내부 유보는 물론 부족한 재원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해가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밀어붙였고 그 중심에 조용병 회장이 있었다. 당시 이사회의 증자 반대를 설득해가며 추진했던 주역이 조용병 회장이었다.

현재까지 초대형 투자은행은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이다. 빅5라는 이름이 빅6로 바뀌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하고, 확보된 자금으로 다양한 IB딜에 참여, 고객 유치를 통한 크로스마케팅으로 자산 확보에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들이 계열사별 시너지를 말하지만 실질적인 협력 체제를 갖춘 곳은 신한금융지주 정도”라며, “원(ONE)신한 정책을 통해 주요 계열사를 각 사업부별 횡으로 통괄하는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해 은행과 증권사 간 IB인력 교류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에 대한 조 회장의 관심은 VC ‘네오플럭스’ 인수에서도 나타난다. 신한은 2020년 9월 두산그룹 소속의 벤처캐피탈 네오플럭스를 약 730억원에 인수해 ‘신한벤처투자’로 변신시켰다. VC는 기업 성장에 있어 초기단계 투자가 가능하다. 그만큼 위험이 따르기도 하지만 과실이 큰 것도 사실이다. 역량있는 VC를 직접 운영하며 골라낸 우량 딜에 각 계열사들의 실탄을 나눠 실어 수익을 챙김과 동시에 그룹 성장에 필요한 기능을 탑재하기 위한 M&A 수단(Vehicle)로 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지난 1월에는 BNP파리바와 지분 관계를 청산하고 지분 인수를 통해 신한BNPP자산운용을 신한자산운용으로 출범시켰다. 주요 판매 계열사들의 라인업에 추가시킬 상품의 기획 단계부터 운용, 판매,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컨트롤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한자산운용 출범으로 신한금융지주가 신규 운용사 인수를 저울질 중이라는 여의도 내 소문은 사그라들었다.

비이자수익의 또 다른 채널인 아시아신탁은 지난 2019년 4월 지분 60% 인수를 통해 신한금융지주 품 안으로 들어왔다. 2020년 당기순이익 458억원으로 2019년 181억원 대비 153.0% 성장하며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증명했다.

2019년 말 기준 29조1799억원에 불과했던 수탁고가 빠르게 증가해 2020년 말 기준으론 40조8963억원으로 1년만에 약 40% 증가했다.

한 부동산 신탁업 관계자는 “신한지주 편입 이후 달라진 브랜드를 활용해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수탁고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PF업계에서 신용보강 차원의 책임준공 확약을 신탁사에 요구하면서 든든한 배경을 가진 신탁사들의 입지가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 따라 KB와 신한 사이의 진검승부를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신한지주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시너지, 신한금융투자의 정상화 등 숙제를 마치고 나면 다시 날개를 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제공=신한금융)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제공=신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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