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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임직원 땅 투기 자금줄, 왜 ‘농협’이었나
LH 임직원 땅 투기 자금줄, 왜 ‘농협’이었나
  • 장석진 기자 (20segi@gmail.com)
  • 승인 2021.0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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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위한 높은 대출 비율 노리는 검은 손 악용

시중은행 여신 심사역, "시중은행에선 불가능한 대출 구조"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농협이 아니면 불가능한 대출 구조입니다.” (시중은행 대출 선임심사역 A씨)

“시중은행에서는 상상도 못할 대출 조건입니다.” (시중은행 여신팀장 B씨)

5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LH임직원의 택지지구 땅 매집과 관련한 대출이 비정상적인 커넥션의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광명, 시흥지역에 대한 집단적 사전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그 가운데 이들이 투기를 위해 사들인 토지 매입 자금 대출이 농협에 집중된 것을 두고 농민을 위한다는 설립 취지에 가려진 규제 사각지대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임직원들은 지난 2018년부터 시흥시 과림동과 무림동 일대 약 100억원어치의 토지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면서, 60%가 넘는 금액을 농협에서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NH농협은행에서 대출 받은 4억원 가량을 제외한 약 60억원을 경기도 시흥시 북시흥농협 한 곳에서 집중 대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중은행 대출 선임심사역 A씨는 “대출원장을 봐야 정확한 비율을 말할 수 있겠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4대 시중은행에서는 진행조차 할 수 없는 대출 조건”이라고 말했다.

A씨는 “상식을 넘어서는 LTV 비율, 대출이 쉽지 않은 쪼개기 공동 대출, 기존 거래가 없던 지역 비연고자에 대한 대출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라면 애초부터 심사 대상이 아닌 대출”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여신팀장 B씨는 “현재는 시중은행도 LTV가 70%로 상향되긴 했지만 3년 전 시중은행들의 전답에 대한 LTV비율은 60%가 한도였다”며, “지역농협에서 기존 담보대출 이외에도 신용대출까지 고려해 최대치를 뽑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B씨는 “대출을 할 때 개인정보를 확인하게 돼 있고, 대출자의 소속과 신분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며, “대출을 내주는 쪽에서 LH 임직원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어렵고, LH직원이 갑자기 와서 대출을 통해 땅을 사겠다고 담보를 제시하는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개발 호재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둬 대출비율을 최대치까지 잡아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중인 사항이라 구체적인 언급은 곤란하다”면서, ”대출의 대부분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지역농협은 NH농협은행과는 법인 자체가 다른 곳이라 대출 심사에 NH농협은행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에 의혹이 집중되는 지역농협은 농협 조합원들의 출자로 만들어진 ‘협동조합’으로, 신용사업만 하는 NH농협은행과는 달리 신용사업(금융)과 더불어 경제사업(하나로마트, 주유소 등)까지 병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심사역인 A씨는 “같은 지점이라 하더라도 각 지점장의 권한, 재량, 지점 대출 현황, 고객 개인신용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규모가 아주 크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번 사안 같은 경우 통괄해서 보면 규모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일반 시중은행이라면 본사에 대한 리포트(보고)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특수은행검사국 관계자는 “농협은 농민들의 생활안정 지원에 관한 특수성을 고려해 본업과 관련한 토지 매입 등에 있어 시중 은행보다 대출 기준 적용에 탄력적인 부분은 있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이러한 취지를 악용한 사례가 있는지 검토의 필요성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역농협은 제1금융권이 아니라 2금융권인 상호금융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1금융권 대출에서 막히거나 대출 비율이 높게 나오지 않는 대출자들이 더 높은 이자를 감수하면서도 찾는 곳”이라며, “은행 측과 구체적인 통정 등의 혐의가 없었더라도 만약 대출자들의 대출 목적에 대한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한 상황에서 대출이 무리하게 이뤄진 것이라면 제도적 흠결을 악용했다는 도덕적 책임에서 농협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에는 부당 대출에 대한 문제가 잊을만 하면 한번씩 이어졌던 선례가 있다.

지난 1월에는 한 농협은행 지점장이 신용불량자와 그 가족 명의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신청한 것을 알면서도 12차례에 걸쳐 77억 4000만원 가량을 대출해 주는 등 총 100억원이 넘는 불법 대출을 해주고 26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울산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과 벌금 54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에 앞선 작년 10월에는 부동산 감정가를 부풀려 100억원대 불법 대출을 해준 농협 직원 C씨가 업무상 배임 등으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지난 4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팜랜드에서 '안전농업하세요' 캠페인 범국민 선포식에 참여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제공=연합뉴스)
지난 4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팜랜드에서 '안전농업하세요' 캠페인 범국민 선포식에 참여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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