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체 책임성 강화해 연대책임
소비자 피해 구제 강화 차원서 입법
개인정보 관련 이슈 탓에 진통 예상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되면 네이버, 쿠팡, 11번가,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도 일부 연대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된다. 연합뉴스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되면 네이버, 쿠팡, 11번가,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도 일부 연대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된다.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되면 네이버, 쿠팡, 11번가,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도 일부 연대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된다. 다만 개인정보 등 쟁점 이슈가 남아 있어 입법 후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이러한 내용 등을 담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다음달 1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국회 통과와 공포 1년 이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2002년 제정된 전자상거래법이 과거 방식의 통신판매를 중심으로 설계돼 변화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개정안을 마련했다. 특히 폭발적으로 성장한 포털, 오픈마켓, 배달·숙박 애플리케이션, SNS 등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개정안은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이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입점업체에 모두 떠넘기는 관행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자상거래 상담은 지난해 21만4872건으로 한 해 전보다 1만789건 늘어날 정도다. 이희숙 한국소비자원장은 "5년간 접수된 9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관련 분쟁에서 피해구제 합의율은 58.6%에 불과했다"며 "입증 자료가 미흡하거나 판매자의 신원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결제·대금수령·환불 등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면서 고의·과실로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입점업체와 연대해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일례로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산 뒤 하자가 있어 환불을 신청했는데 환불금을 받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입점업체나 온라인 플랫폼 중 하나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이 거래 당사자인 것으로 잘못 알게 할 경우에도 책임을 진다. 중개거래를 하면서 입점업체가 아니라 자신의 명의로 광고하거나 계약서를 교부하는 경우가 여기에 포함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입점업체보다는 플랫폼을 상대로 분쟁조정을 하는 게 더 편리하고,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혼자 지던 책임을 플랫폼과 나눌 수 있다"며 "소비자와 입점업체 모두가 보호받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상품 노출시 광고의 영향이 있는지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에 대가를 지급하는 광고 때문에 검색 결과 상단에 뜨는 제품을 순수한 검색 결과로 오인하지 않도록 검색·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을 표시하게 했다.

'인기순', '랭킹순'처럼 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조회 수, 판매량 순 등의 명확한 표현으로 검색 결과 순위를 보여주도록 하는 것이다. 광고비 지급 여부가 기준일 경우에도 이를 밝혀야 한다. '맞춤형 광고'를 할 경우에도 소비자가 인기 상품으로 잘못 알고 구매하지 않도록 광고 여부를 밝히도록 했다. 이용후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용후기 수집·처리 관련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

개정안은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개인 간(C2C) 플랫폼의 소비자 보호 조치도 마련했다. C2C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입했는데 판매자와 연락이 되지 않거나 환불을 해주지 않을 경우 플랫폼 사업자는 판매자의 이름, 연락처 등 신원정보를 알리도록 했다.

리콜 명령 발동시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제품 회수·수거·폐기 등에 협조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전자상거래 사업자 영업을 임시로 중단시켜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는 '임시중지명령제도'는 법 위반이 명백하게 의심될 때도 내릴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소비자 피해를 빠르게 구제하기 위해 동의의결제도를 도입하고 한국소비자원에 전자상거래 분쟁조정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대규모 해외사업자는 국내에 대리인을 지정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했다. 해외직구 관련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과거 통신판매 중심의 규율 체계를 비대면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개편하고 소비자 피해를 합리적으로 차단하고 내실 있게 구제하는 데 역점을 뒀다"며 "신산업인 플랫폼 분야의 혁신이 저해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 권익은 보호할 수 있는 피해구제와 분쟁해결 장치를 마련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의원입법안이 나오고 국회에서 논의가 된다면 공정위가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정부안과 의원입법안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 따른 규율 대상 업체는 96만개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오픈마켓, SNS·온라인 쇼핑몰 등이 모두 법 적용 대상이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임시중지명령이나 리콜 명령 협조를 어긴 곳, 검색 결과 순위를 결정하는 데 이용되는 주요 기준을 표시하지 않은 플랫폼은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에 인터넷업계는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법 규율 범위나 사업자 고유의 책임 범위를 초과하는 내용이 담겨있고 산업의 현실과 소비자 편익과는 반대되는 입법이라는 주장이다.

일례로 해당 법이 시행된다면 당근마켓과 같은 C2C 중개업체는 개인간 분쟁 발생시 제기한 쪽에 이름·주소·전화번호를 제공해야 한다. 당근마켓 이용자 간 분쟁이 자칫 발생시 지금과는 달리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모두 제공한다면 소비자의 불편이 더욱 커진다,

이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공동 입장문에서 "실명·주소·전화번호를 거래 당사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이며, 분쟁 갈등을 고조시키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또 공정위가 입법 과정에서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을 마친 상태로 입법예고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공정위가 개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총 21회에 걸친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통해 폭넓게 의견수렴을 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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