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쇼핑몰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다. 쿠팡은 12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NYSE에 상장하게 된 것이다.
국내 온라인쇼핑몰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다. 

 

네이버 등 국내 이커머스업계 생존 싸움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둔 쿠팡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쿠팡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전망이며, 기업공개(IPO) 주식 공모가는 전날 확정될 예정이다. 통상 미국 증시에서 상장 신청 서류 제출 후 상장까지 한 달 정도 걸리고 공모가 확정 다음 날 상장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공모가가 예정대로 10일 확정되면 쿠팡의 상장 역시 11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지난달 12일 NYSE에 상장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이달 초 제출한 수정 서류에서는 이번 IPO에서 주당 공모 희망가를 32~34달러로 제시했다. 공모 희망가 상단을 기준으로 하면 자금 조달액은 최대 36억달러(4조원)에 달한다.

우선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최대 4조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면서 이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에서 네이버쇼핑 등 다른 온라인쇼핑 기업을 견제하며 쿠팡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쿠팡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수정 상장 신청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 1억2000만주를 주당 27~30달러에 팔 예정이다. 공모 희망가 상단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36억 달러(약 3조9852억원)의 자금 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쿠팡의 누적 적자가 지난해 말 기준 41억달러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희망대로 IPO가 이뤄지면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이전에 소프트뱅크로부터 3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그간 적자가 계속되며 이 자금도 거의 고갈된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은 상장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을 갖고 최대 강점으로 손꼽히는 운송과 물류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뉴욕증시 상장의 목적은 유동성 공급이며, 조달한 자금은 일반 기업 목적에 사용할 예정이라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쿠팡은 "확장 계획의 일환이자 미래 고객의 예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수년 내(over the next few years) 7개의 지역 풀필먼트 센터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로켓배송 등의 서비스를 유지·확대하려면 판매자 상품 보관부터 주문에 맞춰 포장, 출하, 배송 등을 일괄 처리해주는 풀필먼트 확대가 중요한 과제다. 

쿠팡은 또한 기반시설과 노동력 관련 비용에 투입될 미래 지출이 향후 몇년간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까지 5만명 신규 고용도 목표로 제시했는데, 엔지니어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의 채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매물로 나온 배달앱 2위 요기요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달앱 후발주자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이 요기요를 인수하면 수도권 위주인 배달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현재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과 양강 구도를 이룰 정도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기요의 몸값은 2조원대로 추정되고 있지만, 쿠팡은 현시점에서는 구체적인 인수나 투자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의 지분 구조도 주목된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수정 상장 신청서류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지분은 상장 전 39.4%였다. 다음으로 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털(19.8%), 매버릭 홀딩스(7.7%) 등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비상임이사인 닐 메타(그린옥스 창립자)가 19.8%를 보유해 개인 최대 주주다. 

사업전략 발표하는 김범석 쿠팡 대표
사업전략 발표하는 김범석 쿠팡 대표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일반 주식(클래스 A 보통주) 지분은 없지만, 일반 주식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이 부여된 클래스 B 보통주 100%를 부여받아 상장 후 76.7%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 그가 보유한 클래스 B 주식은 클래스 A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클래스 A와 클래스 B 주식을 모두 고려한 상장 후 지분율은 비전펀드 33.1%, 그린옥스 16.6%, 닐 메타 16.6%, 김 의장 10.2% 순이다. 

실제 공모가가 어떻게 정해질지, 증시 상장 후 주가는 어떻게 될지, 29배 의결권이 있는 클래스 B 주식의 가격을 얼마로 봐야할지가 변수다. 김 의장은 클래스 B 주식을 클래스 A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의결권이 줄어든다.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의 지분 가치는 169억4700만달러다. 투자금이 30억달러 수준임을 고려할 때 5.6배의 평가차익을 거둘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주식 공모가가 35달러(약 3만9862원)로 정해졌다고 10일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앞서 제시한 32∼34달러 범위보다 높은 가격으로, 35달러가 된다면 쿠팡은 이번 기업공개(IPO)로 5조원에 가까운 거액의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쿠팡의 기업가치는 630억달러(약 71조8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쿠팡은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나스닥이 아닌 뉴욕증시에 종목 코드 'CPNG'로 상장할 전망이며, 골드만삭스, 앨런앤드컴퍼니, JP모건체이스가 상장 주관사를 맡는다. 외신 등에서 추산하는 쿠팡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66조원이다. 이번 공모에 따라 쿠팡은 외국 기업으로는 지난 2014년 알리바바 이후 뉴욕증시에 데뷔하는 최대어가 되는 셈이다.

쿠팡 상장이 현실화됨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생존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쿠팡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네이버는 CJ대한통운에 이어 이마트와도 지분교환 방식의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 G마켓, 옥션, G9을 운영하는 몸값 5조원대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도 막이 오른 상태로 카카오, 신세계, 홈플러스를 보유한 MBK파트너스 등이 매각 주관사의 투자설명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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