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난티, 첫 삽 못 뜬 '제주 리조트' 홍보에…회원 피해 '주의보'

2022-01-11     유희석 기자
아난티가 한라홀딩스와 함께 개발할 예정인 제주도 구좌읍 세인트포 골프장 일대 전경. /사진=아난티

고급 리조트 운영기업 아난티(옛 에머슨퍼시픽)가 확정되지 않은 제주도 묘산봉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회원모집에 활용하고 있어 논란이다.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리조트를 오는 2024년부터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를 시작한 것. 이를 믿고 회원으로 가입한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여곡절 묘산봉 개발 사업

아난티는 지난해 11월 한라홀딩스와 제주도 구좌읍 김녕리 일대 세인트포 골프장을 포함한 207만㎡를 개발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른바 '묘산봉관광단지' 개발 사업이다. 36홀 골프장인 세인트포를 중심으로 주변에 대규모 리조트와 호텔, 레저 시설 등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묘산봉관광단지 개발사업이 단기간에 추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묘산봉 개발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라인건설이 2조원 가까이 투자해 묘산봉 일대 466만㎡ 개발에 나섰으나, 주민 반대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 이후 2006년 세인트포 골프장과 휴양콘도만 완공됐다. 

묘산봉 사업이 전환기를 맞은 건 2016년이다. 한라그룹이 시행사업권을 인수하면서, 다시 골프장과 호텔, 식물원, 공연장 등이 연계된 복합관광단지 조성을 시도했다. 하지만 2017년 제주도가 묘산봉관광단지를 투자진흥지구에서 해제하는 등 주변 여건이 더욱 나빠졌다. 

결국, 한라그룹은 세인트포 골프장만 따로 떼어내 카카오그룹 계열사 카카오VX에 매각을 시도한다. 하지만 다시 주민이 반발했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던 한라그룹이 알짜인 골프장만 매각하고 개발은 포기하는 이른바 '먹튀'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주민 반대를 의식한 한라그룹은 카카오에 세인트포 골프장과 이후 지어질 숙박시설을 연계할 수 있는 혜택 제공을 매각 조건으로 제시했다. 세인트포를 사더라도 다른 묘산봉 관광시설과 연계 운영해달라는 요구였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카카오는 세인트포 인수를 포기했고, 이때 카카오를 대신해 한라그룹과 손잡고 묘산봉 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이 아난티다. 

세인트포 골프장 주변 묘산봉관광단지 사업 부지. /사진=네이버지도 갈무리

부족한 자금 어떻게

아난티와 한라그룹은 현재 묘산봉관광단지 같은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곳 모두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기 여의치 않아서다. 아난티는 올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아난티 앳 강남' 호텔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에는 부산에 빌라쥬 드 아난티를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도 가평 청평에서도 '레이크 드 아난티' 사업을 준비 중이다. 

반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아난티의 현금성 자산은 2800억원(연결기준) 정도다. 지난해 1~3분기에는 1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새롭게 대규모 자금을 끌어오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아난티의 묘산봉 개발 파트너인 한라홀딩스 자회사 제이제이한라도 수년간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업계 관계자는 "묘산봉 사업은 주민 반대와 인허가 등으로 사업 추진 자체가 힘든 사업"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아난티와 한라가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난티가 홈페이지를 통해 묘산봉관광단지가 2024년 오픈할 것이라고 알리고 있다. /사진=아난티

아난티는 묘산봉 홍보 시작

사업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는데, 아난티는 이미 제주도 사업을 회원 모집을 위한 홍보에 사용하고 있다. 아난티는 회원모집 사이트에 제주 플랫폼 오픈 시기를 '2024년'으로 정하고 골프 클럽과 호텔, 펜트하우스, 문화공간 등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아난티 회원이거나, 회원 가입을 염두에 둔 소비자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아난티 관계자는 "묘산봉 사업은 아난티의 중요한 사업 계획이기에 한라그룹과의 MOU 관련된 내용을 공시하고,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회원에게도 관련 사항을 안내했다"며 "현재 묘산봉관광단지 개발을 위해 한라홀딩스와 논의 중이며, 지금까지 사업을 진행해 온 바와 같이 제주도에도 자연을 잘 보존하면서 친환경 플랫폼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난티 회원이 이용할 수 있는 골프 클럽은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아난티클럽서울CC가 유일한데, 이마저도 일반회원은 이용이 쉽지 않다"며 "아난티가 제주도 묘산봉 사업을 홍보에 이용하면서 제주도 세인트포 골프 클럽 이용을 기대하는 회원이 늘고 있지만, 실상은 언제든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골프장 회원권 관련 소비자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골프 회원권 피해구제 민원 접수 건수는 지난해 1202건으로 2019년 대비 52% 넘게 증가했다. 특히, 제주도 골프장 회원권 관련 민원은 지난해 38건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422% 폭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