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속절없이 번지는데.. 정부는 '불구경'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CJ대한통운에 최후통보를 날렸으나 CJ대한통운 측은 ‘택배대리점과 우선 대화’라는 기존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며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종교와 시민단체는 택배파업이 길어지자 정부가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2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2022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사회적 합의 이행과 CJ대한통운의 대화 수용을 촉구했다.
택배노조 측은 "이번 대회에도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 유세 차량을 이용할 예정"이라며 "택배노동자 2000여명이 참석해 대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방역 지침상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백신접종을 완료한 299명으로 제한되지만 대선 선거운동에는 참가 인원 제한이 없다. 택배노조는 지난 15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도 대선 유세 차량을 동원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택배노조는 CJ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시작한 파업 56일째 이어가고 있다. 또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12일째인 이날을 사측이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마지막 시한으로 규정했다.
노사가 부딪치는 핵심 쟁점은 사회적 합의로 이뤄진 인상요금이 택배기사 처우개선에 온전히 쓰이고 있는지 여부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노동환경 개선에 인상요금이 온전히 투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며 사측은 시설투자에 인상요금이 반영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본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이날까지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이 물과 소금을 끊는 '아사 단식'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또 CJ대한통운에 한해서만 진행된 택배파업을 택배업계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CJ대한통운의 입장은 완고하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와 계약을 맺은 주체인 택배대리점을 건너뛰고 택배노조와 직접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정부의 관리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도 엇갈린 판단을 내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택배노동자와 직접 계약을 맺은 택배대리점주가 아닌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한 파업은 쟁의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에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 대해 낸 단체교섭이 거부된 것은 부당한 노동행위라고 봤다. 이는 택배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원청인 CJ대한통운이니 CJ대한통운이 직접 택배노조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 부처의 입장도 엇갈리자 종교·시민단체는 정부와 여당이 택배노조 파업을 관망만 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한국진보연대·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88개 종교·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CJ택배 공대위(공대위)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파업 사태로 국민 불편이 초래됐고,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는 사문화될 위기에 처했다"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정부와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가 이뤄지면서 기업 가치에 악영향이 발생하고 있다.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주가는 지난 18일 전거래일 보다 1.22% 오른 12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CJ대한통운 주가는 6개월 전에 17만원 대에 이르렀지만 파업 이후에는 13만원대를 못 넘어서고 있다.
이는 택배노조 파업으로 인해 CJ대한통운의 단기 실적에 악재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CJ대한통운은 지난해에 택배 단가 인상이 이뤄지면서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택배노조 파업으로 인해 배송 차질로 인한 택배 수송량 감소, 파업 종료 후 이탈 고객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증권가는 잇따라 CJ대한통운 목표주가를 하향 제시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19만원에서 14만원으로 26%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이외에 △미래에셋증권(19만원→16만원) △대신증권(21만원→18만원) △신영증권(19만원→16만5000원) △메리츠증권(25만원→18만원) 등이 목표 주가를 낮췄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