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원전 분야 '1등' 꿈꾼다

2022-06-17     함영원 기자
현대건설이 시공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진=현대건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으로 원전이 재조명 받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원자력 원천 기술 확보를 비롯한 원전사업 모든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과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및 탄소제로 원전기술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비경수로형 SMR 개발 ▲경수로형 SMR 시공 기술 ▲연구용 원자로 관련 기술 협력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 ▲원전해체 기술 개발 등 원전 핵심 분야에서 상호 협력한다. 아울러 각 분야의 기술 및 정보를 교류하고, 해외 시장 진출도 함께 도모한다.

앞서 지난달 현대건설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사(社)와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형 대형원전(AP1000 모델) 사업의 글로벌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형(APR1400)에 이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는 AP1000 모델 사업에 공동 참여하게 됨으로, 대형원전 사업 범위를 더욱 확장시킨 것이다.

또 일찍이 차세대 원전 사업의 핵심인 SMR 분야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원전해체 분야에도 발빠르게 나섰다. 지난해 11월 미국 홀텍사(社)와 SMR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협약 체결과 동시에 SMR-160 모델 글로벌 독점계약을 한 데 이어 지난 3월 미국 뉴욕주에 있는 홀텍 소유의 인디안포인트 원전해체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선진 원전해체 기술을 축적할 수 있게 됐다.

미국 홀텍사(社)와 개발중인 SMR-160 모델 예시 안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원전사업은 기존 대형원전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SMR과 원전해체 및 사용후연료 분야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며, 이에 따라 전 분야에 걸친 글로벌 원전사업 규모는 2035년까지 대폭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신규 계획 중인 전 세계 대형원전이 모두 95기로, 2035년까지 누적 사업비는 약 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노후 원전도 크게 늘어 해체 물량도 증가하고 있다. 영구정지된 원전만 전 세계 178기로, 이는 135조원 규모다. 30년 이상 가동한 원전 290기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원전해체 사업과 병행 추진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의 사업비 규모도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건설은 원전해체 사업을 국내로 들여오고, 국내 수명연한이 도달한 원전(17개 추정)을 해체한 후 해당 부지에 SMR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향후 발주가 예상되는 국내 원전해제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에 바라카 원전(1~4호기)를 수주해 해외에 한국형 원전을 처음으로 수출하며 원전 관련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한 원전 발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은 원전사업에서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전사업 다각화와 핵심 원전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원전사업의 게임 체인저로서 현대건설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뿐 아니라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차세대 원전사업 핵심인 SMR 분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가 2035년까지 SMR 시장 규모를 390조~620조원 규모로 예상한 가운데, 전 세계 70여 개사(社)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세계 1위 SMR 기업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글로벌 SMR 사업 공동진출 시장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 미국 발전사업자 UAMPS가 2029년부터 아이다호주에 상업운전을 목표로 진행 중인 SMR 프로젝트와 관련해 기술과 역량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또 삼성물산은 SMR 시장 진출을 위해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달러(약 890억원)를 투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도 지난달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SMR 주기기 제작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2023년 하반기 중 SMR 본 제품 제작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원전 생태계 활성화 등을 위해 관련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뉴스케일파워 외에도 지난해 9월 SMR 제작설계 용역 계약을 맺었던 미국 엑스에너지 등과 SMR의 주기기 제작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