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K] '산업의 쌀' 반도체 초격차 더 벌린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지나 엔데믹(풍토병화) 시기가 도래했다. 기업들이 리 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가운데 업종별 대응 전략에 나서고 있다. 본지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업종별 리오프닝 전략을 살펴보고 타 기업들도 활용할 만한 방안을 소개한다. - 편집자주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다. 전체 제조업 생산의 10%, 전체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반도체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인원만 수십만 명에 달한다.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도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직접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들어 보이며 '반도체 강대국'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라며 정부 모든 부처에 반도체 산업 지원에 온 힘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반도체 전문가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나와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을 대상으로 '반도체 특강'을 했다. 국가를 이끄는 최고 경영진에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현실 등을 알리고, 산업 지원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전달한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도 세계 최고인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고,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공략을 위해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삼성, 메모리 초격차 유지에 사활
삼성그룹은 앞으로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반도체 부문이다. 삼성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주도를 목표로 메모리 초격차를 확대하고, 팹리스(설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를 모두 주도하는 기업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30년간 선도해 온 메모리 분야에서는 초격차 위상을 강화할 예정이다. 공정 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반도체 미세화에 유리한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10월 EUV 공정을 적용한 14나노미터(nm)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이는 미국 마이크론의 10나노급 4세대 D램보다 선폭이 더 짧아 앞선 기술력으로 평가받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유럽 출장에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EUV 노광 장비 수급을 직접 챙긴 바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넘어 ▲고성능·저전력AP ▲5G·6G 통신모뎀 등 초고속통신 반도체 ▲고화질 이미지센서 등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센서 분야 경쟁력도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이미지 센서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인 소니를 바짝 뒤쫓고 있다. 삼성의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도약은 팹리스, 디자인 하우스, 패키징, 테스트 등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의 동반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TSMC 등 대만 업체가 장악한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선단 공정 중심의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나노 이하 초미세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해 올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할 계획이다.
또한, 차세대 패키지 기술 확보로 연산 칩과 메모리가 함께 탑재된 융복합 솔루션을 개발해 업계 선두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고성능 SSD와 그래픽 D램 등으로 구성된 첨단 차량용 메모리 솔루션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K, 그룹 투자의 절반 반도체에 집중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출범 10주년을 맞이했다.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사명을 바꾸며 SK그룹 관계사로 출발한 지 10년이 지났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기존 틀을 깨는 초협력을 통한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로의 진화'를 미래 성장 방향으로 제시했다.
SK그룹도 앞으로 5년간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분야에 247조원을 투자한다. AI(인공지능)와 DT(디지털전환)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반도체와 반도체 소재에 전체 투자의 절반 이상인 14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 분야 투자는 주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집중된다. 경기도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반도체 공장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재·부품·장비 관련 설비 증설 등이 투자 대상이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반도체 및 소재 분야 투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2·3차 협력업체의 투자와 고용 창출로 이어져 경제 파급 효과가 커진다는 점에서 대·중소기업과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1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서부에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연구개발센터를 조성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매그너스반도체로부터 8인치 파운드리 기업인 키파운드리를 575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경기도 이천 M16 공장을 준공했다.
키파운드리 인수가 완료되면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D램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M16은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7000㎡의 건축면적을 자랑한다.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 보유한 생산시설 중 최대 규모다. 특히, M16에는 SK하이닉스 최초로 EUV 노광 장비가 도입됐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