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설움 커진다…전세난·금리상승 '이중고'

2022-07-18     함영원 기자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시세표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달 말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임대기간 2+2년 보장)이 만료되는 가운데 일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최고금리가 연 6% 선을 넘어서면서 임차인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 가파른 전세대출 금리 인상…전세 대란 우려↑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 추이 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세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는 연 4.1~5.08%다. 지난 6월 27일과 비교하면 하단은 0.11%p, 상단은 0.07%p 올랐는데, 특히 하나은행의 전세대출 금리(연 4.8~6.2%) 상단은 이미 6% 선을 넘었다.

전세대출 금리가 크게 뛴 것은 주요 지표 금리인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와 은행채 금리 오름세에 따른 결과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38%로, 전월 대비 0.4%p 상승했다. 은행연합회가 2010년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발표한 이래 가장 큰 오름폭이다. 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6개월물(AAA) 금리는 지난 15일 기준 연 3.02%로, 6개월 만에 1.36%p 올랐다.

이에 전세대출 금리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단행한 첫 빅스텝(0.5%p 기준금리 인상)은 다음달 중순에 적용될 7월 코픽스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임차인들에게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묶어놨던 전세보증금이 시세를 반영해 오를 가능성이 높고, 추가 대출을 늘리기엔 이자가 부담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세보증금 급등으로 '전세 대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의 전용 85㎡ 아파트 전세 가격은 2020년 6월 말 기준 4억511만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상승률은 16.26%로, 계약 연장을 하려면 임차인은 평균 6587만원의 전세 자금을 더 마련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만약 5% 전세대출 금리로 6587만원을 빌린다면 이자는 연간 329만원씩 납부해야 한다.

결국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세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임차인은 계약 갱신 때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계약을 맺는 것이 유리한 데 따른다.

◇ 서울 월세 거래 4만건 돌파

서울 아파트 상반기 월세 거래량 추이 표.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의 월세가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는 4만225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치다.

월세 거래가 증가하면서 서울 상반기 임대차 거래량은 상반기 기준 처음으로 10만 건을 돌파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서·금천·강동구를 제외한 22개 구에서는 월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래량을 추월했고, 월세가 낀 거래가 차지하는 비율도 39.9%로 지난해(35.8%) 보다 올랐다. 40%에 가까운 비중이다. 이와 비교해 전세는 전체 서울 임대차 거래에서 역대 최저 비중(60.1%)을 기록했다.

월세 거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이 해당된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자료(확정일자 기준)를 살펴보면, 전국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올해 1월 46.0%에서 2월 48.88%, 3월 49.5%, 4월 50.1%, 5월 57.8%로 매달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다만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세 가격도 상승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6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월세 가격은 0.16% 올랐다. 올해 들어 1월과 5월(각 0.16%)에 상승한 데 이어 6월에 또 오른 것이다.

기존 전세 물량이 임대차 시장에 새 물건으로 나오면서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보증금 상승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월세로 돌린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영향도 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 최고 금이 상황을 고려하면 전세대출 이자보다 월세 이율이 더 낮은 경우가 발생해 임대인의 보증금 증액 요구를 전세자금 대출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 월세를 선택하는 임차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주택 임대차 시장의 보증부 월세를 포함한 월세화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지방 아파트나, 연립·다세대 주택임대차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설 경우 보증금 반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지불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