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그룹은 왜 한국의 신생 우주기업을 파트너로 삼았나

2022-08-10     유희석 기자
버진그룹 계열사 버진 오빗이 개발한 소형 인공위성 발사체 '런처원'이 '코믹스 걸'로 불리는 항공기에 탑재돼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버진 오빗

'괴짜 억만장자'로 유명한 영국 출신 러처드 브랜슨 회장이 이끄는 버진그룹 계열사 버진 오빗(Virgin Orbit)이 한국 우주기업 제이스페이스와 위성 발사를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버진 오빗이 개발한 공중 발사 우주 발사체 '런처원'을 12~18개월 내 한국에서 발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이스페이스가 런처원 발사를 위한 한국 내 후보지를 물색하고, 자금을 투자해 발사장을 만들면, 버진 오빗이 런처원 시스템을 사용해 인공위성 발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2017년 설립된 버진 오빗은 보잉 747-400 여객기를 '코스믹 걸'로 불리는 런처원 탑재 항공기로 고쳐, 고도 1만m 정도에서 발사한다. 

버진 오빗은 2020년 5월 런처원의 첫 시험 발사에 실패했으나, 지난해 1월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공항에서 진행된 두 번째 발사에서 성공적으로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 발사비용도 일반적인 위성 발사보다 상당히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진 오빗과 협력 계약을 맺은 제이스페이스는 올해 1월 충북 음성군 금왕읍 맹동산업단지에서 설립된 신생기업이다. 총자산은 5000만원으로 지난 5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유앤아이빌딩으로 이전했다. 제이스페이스 설립자 이승훈 대표이사는 지난달 21일 사임하고, 감사였던 민봉기 현 대표에게 자리를 넘겼다. 

제이스페이스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승훈 전 대표는 사임 전인 지난달 초 이노시스(옛 에디슨이노)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제이스페이스가 지난달 27일 8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이노시스 지분 5.99%를 확보했다. 

당시 이노시스도 사업목적에 위성체 발사, 우주선, 위성시스템 등의 항공 우주 분야와 자율주행 및 그래핀 관련 사업 등을 추가했다. 제이스페이스를 통해 우주발사체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신사업 추진은 쌍용자동차 인수를 위해 준비했던 자금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버진 오빗과 협력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 이노시스와 이노시스 최대주주인 스마트솔루션즈(옛 에디슨EV), 더 나아가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노시스와 스마트솔루션즈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스마트솔루션즈와 이노시스는 강 회장의 지휘 아래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자금 부족으로 실패했다. 

현재 스마트솔루션즈는 코스닥에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으며, 이노시스도 2016년부터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결기준 이노시스의 최근 6년 누적 영업적자는 262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160%를 웃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