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가 무너진다
가계 빚 37분기 연속 증가세... 금리 치솟아 이자부담 한층 커져 국민연금 수급액 연간 2천만원 초과 2685명 피부양자 탈락
서민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까지 급등하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매수하는 사람)을 비롯한 서민들이 고통이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 빚이 직전 분기 대비 6조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신용판매도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가계 빚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2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9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말 대비 6조4000억원 늘었다. 이는 2013년 2분기 이후 37분기 연속 증가세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불어난 전체 가계대출 이자는 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산 시장에 뛰어든 영끌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 뿐만아닌 일반 서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금리는 치솟는데 DSR 규제는 강화된 그대로 유지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대출 한도만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DSR 강화로 인해 가계대출 급증세가 진정되고 주택시장도 진정되는 등 효과가 있었지만, 유례없는 금리 상승기에는 융통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연소득이 큰 폭으로 뛰지 않는 이상 한도를 늘리기가 쉽지 않아 내 집 마련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연금수급자들의 부담도 커졌다. 이달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이 시행되면서 국민연금으로 연간 2000만원 넘게 받는 수급자 2685명이 그간 유지해오던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 지금까진 직장에 다니는 자녀나 가족의 건강보험증에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보험료를 내지 않고 보험 혜택을 누렸지만, 이제는 지역가입자로 건보료를 부담하게 된다.
재산 기준은 애초 2단계 개편시 재산세 과세표준액 5억4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 이하로 낮출 계획이었으나 최근 4년간 집값 폭등에 공시가격이 55.5% 상승하는 등의 상황을 고려해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소득 기준은 소득세법상 연간 합산종합과세소득 34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대폭 낮아졌다. 합산소득에는 금융소득(예금 이자, 주식 배당 등), 사업소득, 근로소득, 공적연금 소득, 기타소득 등이 포함된다. 다만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소득은 빠진다. 이런 소득 인정기준 강화로 27만3000여명이 피부양자에서 빠져 지역가입자로 변경된다.
다행히 물가상승률 급등은 진정됐으나, 오름세는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허리가 휘는 건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내려오며 7개월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외식비 등 전반적인 가격 오름세가 지속됐으나 국제유가 하락 영향에 석유류 상승폭이 다소 둔화됐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년=100)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5.7%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7%에서 올해 1월 3.6%로 소폭 낮아진 뒤 2월에 3.7%, 3월에 4.1%, 4월에 4.8%, 5월에 5.4%, 6월에 6.0%를 기록했다.
7월에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6.3%를 기록했다. 하지만 8월 들어 5%대를 기록하며 1월 이후 7개월만에 전월보다 낮아졌다. 5%대로 내려온 건 석달만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다만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크게 둔화하며 상승폭이 0.6%포인트 비교적 많이 축소됐다"라고 밝혔다.
통계청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는 것을 가정할 경우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어 심의관은 "지난해 4분기 물가가 높았던 기저효과 작용에 따라 지금까지의 흐름이 완전히 역전되지만 않는다면 정점을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석유 감산 가능성이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양상에 따라서 반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에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9월 물가에 대해선 "추석 명절로 수요 측면 상승요인이 있겠으나, 지난해 9월 비교적 높았던 기저효과도 어느 정도 작용해 오름세가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