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기업에 韓 건설사 7곳…삼성물산·현대건설 등

2022-09-06     함영원 기자
글로벌 건설강자 100대 기업에 포함된 국내 건설사 7곳. /자료=한국 딜로이트 그룹

글로벌 건설 100대 기업에 국내 건설사 7곳이 이름을 올렸다.

6일 글로벌 컨설팅회사 딜로이트가 발표한 '글로벌 건설강자 2021'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100대 건설사에 국내 건설사 7곳이 포함됐다.

글로벌 건설강자 시리즈는 딜로이트가 2017년부터 매년 글로벌 건설 산업 현황과 트렌드를 조명하고, 매출액 및 시가총액 등 객관적인 지표를 기반으로 100대 기업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연간 보고서다.

올해 100대 기업에 국내 건설사로는 2022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1위·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각각 13위와 23위를 차지했고, 이어 두산건설(34위), GS건설(41위), 대우건설(44위),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51위),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100위)이 뒤를 따랐다.

이들 7개사의 합산 매출액은 총 804억 달러로, 세계 100대 건설사 총 매출 1조8192억 달러의 4.4%를 차지했다.

국내 건설사 7곳 중 1위인 삼성물산은 지난 2020년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록하는 석탄발전소 건설사업을 철회하겠다는 '탈석탄' 선언을 하면서 수소 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새 정부의 원전 사업 부활에 앞서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회사 뉴스케일파워와 협력을 맺고 글로벌 SMR사업 공동진출을 꾀하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원전의 원자로,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전기 출력 300MW(메가와트) 규모의 소형원전으로,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대형원전 대비 안전성과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태양광·수력·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보다 효율이 훨씬 높아 차세대 원전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국내외 총 10기에 이르는 원자력 발전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루마니아 정부와 뉴스케일파워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비롯해 동유럽 SMR 프로젝트에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 향후 SMR을 통한 전력생산 뿐만 아니라 고온 증기를 활용한 수소 생산 연구와 실용화 역시 함께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해외사업 수주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달 기준 올해 해외사업 누적수주액 1위(국내 기준)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초대형 글로벌 인프라 사업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친환경 스마트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더 라인' 터널공사를 따내며 해외수주 역량을 입증했다.

네옴시티 더 라인 상상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네옴시티의 선형도시 '더 라인'의 터널공사를 수주했다. /사진=네옴시티 프로젝트 홈페이지

2위인 현대건설 역시 친환경을 중심으로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달 30일에는 베트남 하남성에 친환경 스마트도시 건설을 위해 현지 기업과 공동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사업은 2030년까지 2290만명을 수용하는 스마트시티 건설사업으로, R&D센터, 오피스, 상업시설, 스마트 물류센터 등으로 구성된 하이테크 산업지구와 주거·인프라시설이 들어서는 도심지구 등 대규모 복합사업을 베트남 부동산개발업체인 비텍스코와 공동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삼성물산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더 라인 터널공사를 수주했으며, 최근에는 네옴시티의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의 항만공사 입찰에도 참여했다.

또 현대건설은 올해 국내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주택 경기 한파 등으로 사업성이 낮아진 불황 속에서도 창사 이래 최초로 도시정비사업 7조원을 달성했고, 이르면 이달 중으로 8조원 이상의 실적 기록도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 건설사로 3위에 안착한 두산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4계단 상승한 24위에 안착했다. GS건설과 대우건설, DL이앤씨 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낮으나 100대 기업에는 더 먼저 이름을 올렸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말 최대주주가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에서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A) 더제니스홀딩스로 바뀌면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꾀했다. 그 결과 2020년 3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특히 침체기를 털어내고 주택사업 중심으로 반등해 나가는 모습이다. 장기 미착공 프로젝트였던 광주탄벌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올해 1분기에 분양 후 완판에 성공하기도 했다.

GS건설도 친환경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핀란드 바이오 에너지 업체인 St1과 열대 식용작물인 카사바의 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카사바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카사바 펄프는 미활용 폐기물로 분류돼 대부분 버려졌는데, 이를 재활용해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수처리업체 자회사 'GS이니마'를 필두로 친환경 공법의 모듈러 주택, 2차전지 배터리 재활용 사업, 스마트양식 등 친환경 신사업 분야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또 탄소 포집의 핵심 기술인 차세대 분리막 개발에도 나섰다. 지난 5일 국내 대표 분리막 업체인 (주)에어레인과 탄소 포집 분리막 기술을 개발하고 탄소 포집 플랜트 사업 진출을 모색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중흥그룹에 인수되면서 더욱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특히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주도로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건설 디벨로퍼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베트남에서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사업은 하노이 시청에서 북서쪽으로 5km 떨어진 서호(西湖) 지역에 약 200만㎡(63만평) 규모 신도시를 조성해 상업·업무용지, 정부 기관 부지, 주거용지 개발을 비롯해 주택을 건설·분양하는 사업이다.

이밖에도 정 부회장이 최근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예방하고 인프라·부동산 개발사업 등 필리핀 투자 사업에 대해 추진의지를 나타냈으며, 앞서 지난 5월에는 미국 텍사스주와 뉴저지주 등에서 현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MOU(양해각서)를 잇따라 체결하면서 미국 진출도 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5계단이나 수직상승하며 삼성물산·현대건설 다음인 3위에 올랐다. 현재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사업을 중점으로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며, 부동산 디벨로퍼로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DL이앤씨는 CCUS 사업을 본격화해 오는 2030년에 CCUS로 연간 수주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상반기에는 서해그린환경과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탄소 포집 프로젝트를 위한 MOU를 체결했고, 서해그린에너지와는 국내 최초 '탄소 네거티브'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탄소 네거티브란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배출량보다 많도록 해서 탄소가 '음(-)'이 되도록 만드는 개념이다.

또 지난 3월 호주 친환경 비료 제조 기업인 뉴라이저와 CCUS 시설 건설을 위한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수행하는 우선 계약 합의서를 체결했다. 5MW 용량의 소형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연간 5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 및 저장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DL이앤씨가 신사업으로 집중 공략하는 CCUS는 배출된 탄소를 저장하거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친환경 기술로, 다른 탄소 감축 방법에 비해 중∙단기적인 관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을 위한 대안으로 각광받는 '블루수소'의 생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를 제거하는 핵심 기술이다.

또 DL이앤씨는 최근 마스턴투자운용, 마스턴디아이와 디벨로퍼 사업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주택, 오피스,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 발굴에서부터 기획, 지분투자, 금융조달, 건설, 운영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토탈솔루션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마지막으로 HJ중공업은 지난해 말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다. HJ중공업은 철도, 고속도로, 항만시설, 공항 등 공공 토목 사업에 중점을 두고, 그 중 토목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며 '해모로' 브랜드로 주택사업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565억3857만원 규모의 제2합동청사 확장 등 8동 시설공사 계약을 수주했다.

한편 딜로이트는 보고서를 통해 2021년 7조2800달러로 평가받은 건설산업 총 시장규모가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7.3% 씩 성장해 2030년에는 14조4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