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에서] 여야, 소상공인 정책개발 선의 경쟁기반 마련...만시지탄이나 환영

2022-10-11     이호연 선임기자
2022년 5월 16일에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소상공인연햡회의 정책간담회.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8월 28일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을 대표로 선출, 신임 집행부를 가동하는 날, 소상공인 전국위원회 설치를 위한 안건을 함께 통과시킨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중앙당 소상공인 초대 공동위원장에 안양시동안구갑 민병덕 의원과 비례대표 이동주 의원을 동시 지명, 출범을 세상에 알렸다.

당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을 표방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늦게 소상공인 전국위원회를 가동한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 분들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2년 앞서 관련 조직을 가동해서다.   국힘은 지난 2020년 9월 2일 의원총회 및 전국위원회를 열어 소상공인을 위한 정강 정책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최종 확정된 국민의힘 강령에는 “안심하고 기업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제적 성장을 돕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10대 기본정책 제4장에,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경제적 성장과 고용 여건 개선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내용을 명시함으로써 소상공인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구체화했다.

그리고, 대선을 앞둔 지난해 3월 26일 국민의힘은 소상공인위원회(위원장 최승재)는 당사 3층에서 서울시 25개 구의 소상공인위원장과 소상공인 특별위원 등을 임명하면서 조직체계를 정비했다.

하지만, 빈 수레가 요란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소상공인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중앙정부는 소상공인 경영수지 개선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던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리고, ‘국민제안 온라인 국민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폐지’를 추진하려다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반대 투쟁에 화들짝 놀라 백지화시켰다.

민주당, 소상공인관련 조직 설치가 늦었던 이유

오래전부터 주요 소상공인 단체들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기존의 소상공인특별위원회를 전국위원회로 승격시켜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었다. 하지만, 을지로위원회와 기능이 중첩된다는 이유로 전당대회 때마다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지난 8월 25일 (사)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공동대표 정인대, 김경배) 사무실에서 서울시 시당위원장에 출마한 서대문을 김영호 의원과 가진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단체의 임원진은 김영호 의원에게 소상공인 전국위원회 설치를 강력하게 요청했고, 김 의원은 흔쾌히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김 의원은 안양시동안구갑 민병덕 의원과 한 몸이 되어 이재명 후보와 당내 주요 인사들을 집요하게 설득해 전격적으로 소상공인 전국위원회 설치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경기 화성시을 이원욱 의원과 전순옥 전 의원의 막후 지원도 상당히 도움이 됐다.

소상공인도 철저한 자기반성 필요하다 

우리나라 인구 중 농업ㆍ어업ㆍ축산업 등 1차산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다. 하지만, 농어민을 위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그리고, 관련 기관이나 산하단체 등의 조직 규모는 상당히 방대하다.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통계청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전체 임금 근로자는 지난 1분기 기준 1,975만명에 가깝다. 그런데, 국세청이 집계해 발표한 비정형 근로자 수는 670만명으로 전체의 33.9%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조합원은 280만5천명이고, 조직률은 14.2%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양대 노총의 국회와 정부에 대한 영향력은 막강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취업자 수 2,727만여명 중 자영업자 수는 551만여명으로, 종사자 비중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20.2%에 달한다. 하지만 가족 등의 무급근로자와 알바 또는 상용직 근무자까지 포함하면 자영업 분야의 실질 종사자 수는 1,00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의 부실한 자영업 분야 통계조사 때문에 종사자통계를 추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소상공인 수는 엄청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의 조직화 수준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당연히 국회나 정부에 대한 영향력은 미약할 수밖에 없다.

2011년 말 소상공인연합회라는 법정단체 설립 근거 법령이 마련되었지만, 단체 설립과 관련해 두 단체가 오랫동안 대립했다. 2014년 정부의 중재로 두 단체가 공동대표 체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출범했다. 이후 최승재 회장이 단독회장으로 선출됐지만, 임기 도중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보궐선거부터는 정치색이 개입되면서 700만 소상공인의 권익을 위한 대표성은 상당 부분 퇴색됐다는 관측이 강하다.

700만 소상공인들의 대오각성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여야 정당도 소상공인 단체 대표를 정략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700만 소상공인이 민주당에 거는 기대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미국의 4배, OECD 평균 및 일본의 2배다. 분명 기형적 구조이다. 거의 모든 업종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과당경쟁 상태에 처해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1996년 자영업 비중의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했었다. 하지만, 서서히 줄어들어 지금은 OECD 평균으로 수렴해 소상공인 구조조정 연착륙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그동안 심각한 실업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지난 3년 동안 코로나 19사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긴 터널을 빠져나왔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심각한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빚더미에 깔려 숨쉬기도 어려운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팔아도 남는 것이 없거나 손해를 보기 일쑤다. 대형마트나 플랫폼 기업들의 밥그릇 뺏어가기도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정부의 대출 원리금 만기연장 정책에 한숨을 돌렸지만, 언제까지 돌려막기로 연명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2021년 1월 26일에 열린 국민의힘과 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만약 정부의 정책 실패로 자영업 분야가 경착륙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다수의 자영업자가 대거 길바닥으로 내몰리게 되면 우리 정부가 천정부지의 복지예산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 소상공인 정책, 처절한 반성에서 출발을

YS정부 시절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꾼 조치는 대한민국 헌법상 조정보상의 원칙에 어긋난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이런 사례는 없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의 어떤 의원도 상임위에서 한 마디의 반대 의사도 표명하지 않았다.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 허용이 분명 비정상적인 정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이 광주시에 복합쇼핑몰 입점과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한ㆍ중 또는 한ㆍ베트남 FTA 체결 과 관련에 법에 규정된 소공인들의 권익 보호에도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다. 지난해 말 국회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비준을 졸속처리했다. 우리보다 인건비가 낮은 나라와 FTA를 체결해 무관세로 통관할 수 있다면, 소공인 분야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ㆍ미 FTA 체결 시 쌀 직불금제를 비롯해 농민을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한 사례와 너무 대조적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불공정 거래 횡포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20년 초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게르만 민족 vs. 소상공인, 상생의 길은 없는가'는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하고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지만 진전이 없다. 정부가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의 국회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설령, 통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공룡 플랫폼 사업자들의 로비로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다수당으로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민주당이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17개 광역시도 및 250여 지역구 소상공인위원장에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일꾼들이 임명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혹여, 사리사욕이나 정계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자리를 차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철저하게 차단해야 할 것이다.

700만 소상공인들은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당내 소상공인을 위한 전담 조직 구성이 늦었지만, 국회 다수의석을 확보한 제1야당으로서 소상공인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제대로 펼쳐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선거철 때마다 정치권이 앞다퉈 내놓았던 소상공인 정책은 1,000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과 그를 둘러싼 식솔의 표를 사려는 정치 행위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번 민주당의 소상공인 전국위 가동을 계기로 여야가 소상공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정책과 제도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표심과 민심을 동시에 얻는 정치집단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스트레이트뉴스 이호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