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원전 공약 막히나...美 웨스팅하우스, '한국형 원자로' 고소

2022-10-24     유희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한국형 원자로 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미국 원자력 에너지 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 등이 개발한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단 이유에서다.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의 원자력발전 사업 수주를 위해 경쟁자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수도 컬럼비아특별구(워싱턴DC) 연방법원에 한수원을 상대로 고소장 제출했다. 한수원 APR1400 원자로가 시스템80 원자로 설계 기술을 포함하기 때문에 수출을 위해서는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000년 시스템80 설계 회사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을 인수한 바 있다. 

APR1400은 100만킬로와트(KW)급 한국형 표준원자로인 OPR1000을 기반으로 2002년 개발된 140만KW급 한국형 신형 가압경수로다. 시스템80 원자로의 개량형인 시스템80플러스(+)가 OPR1000과 APR1400 설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금융서비스 회사 S&P글로벌은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의 소송전은 미국 설계를 기반으로 한 한수원 원자로 설계에 웨스팅하우스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이 포함된다는 오랜 논쟁을 다시 소환한다"고 설명했다.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고소한 것은 40조원 규모의 폴란드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원전 사업 계약을 앞두고 한수원을 견제하기 위하므로 보인다.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사업은 6~9GW 규모의 원전 6기를 건설하는 것으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이 경쟁 중이다. 현재 한수원의 APR1400이 가격과 성능 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이르면 이달 말 폴란드와 새로운 원전 사업 관련 투자 의향서(LOI)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사업과 별개의 사업으로 추가 수주가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최근 한국이 폴란드와 국산 다연장로켓(MLRS) '천무'를 비롯해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원전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미국 법원이 웨스팅하우스 손을 들어주면 한수원은 APR1400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의 2030년 원전 수출 10기 공약 이행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수원은 현재 체코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도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다.

S&P글로벌은 "웨스팅하우스가 이번 소송에서 한수원이 APR1400 관련 기술 정보를 폴란드 등 다른 나라와 공유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에 4기의 APR1400 원자로를 수출했을 때 이 같은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