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 후퇴…악순환 시작됐나
생산·소비·투자 ‘뒷걸음’…은행 대출만 늘어 치솟는 원/달러 환율…금융 부실 가능성 동반 상승
9월 전체산업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든 가운데 특히 생산이 석 달 연속 내리막을 기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채권발행이 막혀 은행 대출로 수요가 몰리며 조달 비용 부담까지 커지는 등 악순환으로 기업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한 가운데 석 달 연속 산업생산이 줄었다.
계절적 요인과 변동성이 큰 농림, 어업 부문을 제외한 9월 전산업생산지수는 117.0(2015년=100)으로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7월(-0.2%), 8월(-0.1%)에 이은 석 달 연속 하향 흐름이다.
소비 동향 가늠자인 소매판매액지수는 120.8(2015년=100)로 1.8% 감소해 3~7월 5개월 연속 감소 후 8월 일시 반등했다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추석으로 인한 기저효과라는 통계청 설명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광공업 생산이 부진했고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 판매, 설비투자 등 내수도 조정을 받으면서 생산과 지출이 모두 감소했다"며 "경기 회복 내지 개선 흐름이 다소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소비가 줄어드는 데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져 구매력이 떨어진 것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같은 날 발표한 고용노동부 9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의하면, 8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1인당 임금 총액은 전년 대비 5.1% 오른 370만2000원이었음에도, 물가를 반영한 8월 실질임금은 340만8000원에 그쳐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급격한 인플레이션 때문으로, 물가상승률은 지난 6월과 7월엔 각각 6.0%, 6.3%를 기록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실질임금은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국내 사업체 종사자 수는 작년 3월부터 19개월 연속 증가했고, 지난달 마지막 영업일 기준 종사자 수는 1937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만1000명(2.3%) 늘었다.
특히 지난 1년 사이 코로나19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숙박·음식점업이 작년 11월부터 11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고용 회복세가 지속되는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3분기 카드사용액 증가로 연결됐다.
31일 여신금융협회가 공개한 '2022년 3분기 카드승인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7∼9월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28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카드 승인 건수도 67억7000만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1.6% 늘었다.
협회 관계자는 “3분기 중 숙박·음식점업 매출 회복 등 내수 개선과 입·출국 해외여행객 증가 등에 힘입어 카드승인 실적이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물가 상승 여파로 소비 심리는 전년 동기 대비 악화하고 있다는 협회 지적이다.
더욱이 부동산 발 PF이슈로 기업 신용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고 한전, 은행 등 국채와 다름없는 수준의 공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자금 수요로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위한 채권발행에 번번히 실패하면서 은행으로 달려가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들은 돈이 필요해 조달을 강화하고 기업들은 돈을 못구해 다시 은행에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금리가 지속 오르는 상황에서 채권발행 대비 기업들의 생산원가가 더 높아지고 이를 가격에 전가시키지 못하는 기업들의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입장에서도 기업들의 부실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낮추라는 사인을 보내고 있어 기업과 금융회사 모두 총체적 부실에 이르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 특성상 계속 오르는 달러화도 기업경쟁력 약화의 뇌관이 되고 있다.
10월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24.3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25.60원까지 오르다 전 거래일 대비 2.80원 오르며 장을 마쳤다.
오는 2일 연방준비제도가 FOMC 정례회의를 열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75bp인상)을 밟을 것이 기정사실화 돼 원/달러 환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내년 1분기까지 5%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 골드만삭스 등 유력 투자은행을 통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이달 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최대 50bp 정도의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어 수출기업들의 고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분석 애널리스트는 “자산가치 하락 속에서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하는 등 개인금융의 확대가 어렵고, 은행들이 기업금융에 올인하는 분위기”라며, “기업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늘리기 위한 대출이 아니라 당장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대출을 받아 다같이 위험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형국이라 주가 관점에서도 기업과 금융 모두 반등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