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날씨는 '롤러코스터'.. 패션 겨울특수 '기대 반 우려 반'
백화점 겨울정기세일 매출, 10% 증가에 멈춰 따뜻한 날씨에 겨울옷 매출 증가세 미비 단기간 한파 가능성에 소비 위축 겹쳐
11월 하순부터 시작된 강추위에 패션업계가 겨울옷 판매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옷 판매량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한파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있고 소비 위축까지 나타나 패션 매출 성수기를 놓칠 수 있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진행된 백화점 겨울 정기세일 매출이 날씨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백화점 3사의 올해 마지막 정기세일 매출은 지난해보다 평균 1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겨울 정기세일 매출 증가율이 3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지난해보다 매출 증가율이 크게 떨어진 이유로는 세일 초반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겨울옷 매출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11월 한달 동안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을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그러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진 지난달 30일부터 매출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세일 1주 차(11.18∼11.20)와 2주 차(11.25∼11.27) 주말 매출은 5% 신장하는 데 그쳤으나 마지막 주말(12.2∼12.3)에는 15% 신장하면서 전체 매출 증가율을 10%로 끌어 올렸다. 특히 아웃도어 매출의 경우 1·2주 차 주말에는 5% 감소했지만 날씨가 추웠던 3주 차 주말에 30%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18∼29일 매출은 6.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매출은 15.8% 늘며 전체 매출 증가율을 10.1%까지 올렸다. 현대백화점에서도 한파 이후 롱패딩 등 겨울 외투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아웃도어 매출이 38.6% 신장하는 등 패션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전체 매출이 13.2% 증가했다. 지난달 18일부터 29일까지 매출은 8.6% 증가했지만 이후 날씨가 추워지면서 이달 3일까지 매출은 17.8% 증가했다.
세일 초반(11.18∼11.29) 한 자릿수에 그쳤던 여성패션(8.1%)과 남성패션(9.4%), 아웃도어(10.1%) 매출은 한파와 함께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신세계백화점의 여성패션 매출은 16.4% 늘었고 남성패션(18.5%)과 아웃도어(34.8%) 매출도 초반보다 크게 늘었다.
패션업계에서도 매출이 증진됐다.
LF닥스에 따르면 11월 약 한 달간 전년 대비 판매가 100% 신장했다. 특히 퀼팅 아우터인 ‘하이랜더 컬랙션’의 경우 완판돼 3차까지 재생산 주문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레이디스도 지난달 1일부터 27일까지 겨울 니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신장했다.
이는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지난달 30일부터 한파가 뒤늦게 온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11월 전국의 평균 최고기온은 16.5도로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의 경우 11월 평균 최고기온이 15.4도를 기록하며 역대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그러다 12월에 접어들면서 북쪽에 쌓였던 냉기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이상고온이 사라지고 본격적인 겨울 날씨가 시작됐다. 기상청은 따르면 7일을 기점으로 기온이 차차 올라와 주말부터는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따뜻한 날씨가 나타날 전망이다.
또 기상청은 지난달 23일 3개월 전망을 통해 다음해 1~2월도 평년 수준의 추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즉 올 겨울 한파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어렵고 예년과 비슷한 날씨가 나타날 것이란 뜻이다.
이에 패션업계의 고민이 커졌다. 패션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줄면서 실적 하락을 겪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첫 가을·겨울(FW) 시즌을 맞아 신상제품으로 승부수를 낼 계획이었다.
가을·겨울(FW) 시장은 객단가(상품당 단가)가 높아 패션업계의 성수기로 불린다. 특히 패딩, 코트 등 의류는 추운 날씨에 더욱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 통상적으로 패션업계의 연간 매출 중 절반 가량이 겨울 옷 판매에서 나타난다. 이에 11~12월 사이에 패션업체들은 인지도 높은 모델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마케팅과 광고 활동을 펼치다가 해가 바뀌면 신상품들을 할인 판매하는 형태를 취한다. 시즌이 바뀌면 신상품이 아닌 제품들은 재고 처리돼 할인판매에 나선다.
이 가운데 한파가 사라지고 평년 수준의 기온이 이어진다면 매출이 크게 상승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을 겪는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어 겨울 성수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FW 매출을 끌어내는 것은 역시나 추운 날씨”라며 “이미 11월 판매량이 저조한 상황에서 남은 기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다소 포근하던 겨울 날씨에서 갑작스럽게 한파로 바뀌며 겨울 아우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패션업계 성수기가 도래한 만큼 다양한 제품을 구성해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