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남, ‘창업의 요람’으로 거듭나려면…

2023-01-03     이재환(전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
이재환 전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 ./사진=스트레이트뉴스DB

경남의 사업체 수는 2020년 기준 387,177개로 인구 천 명당 사업체 수는 115.9개다. 이는 전국 평균(116.4)에 미치지 못하는 하위권이다. 도내 창업기업은 2017년 73,530개에서 2019년 69,496개로 매년 감소하다 2020년 75,084개로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2021년 70,679개로 다시 감소했다. 창업보다 중요한 것은 창업기업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잘 성장하는지이다. 도내 신생기업의 생존율은 62.8%로 전국 평균(65%) 이하다.

특히 창업 후 각종 지원이 끊어지는 3년부터 7년 사이 대부분 기업이 무너진다는‘데스밸리’를 기준으로 보면, 도내 신생기업의 3년 후 생존율은 42.1%, 7년 후 생존율은 21.9%까지 떨어진다.  이 또한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해석하면 경남 창업 생태계는 위기이다. 2019년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확보로 전체의 '71.9%'를 차지했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일반적으로 투자유치 과정을 거친다. 첫 번째 ‘씨드머니(종잣돈)’는 창업 초기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지 없는지, 또한 아이디어가 수익을 낼 시장을 검증하는 단계로 투자 규모는 3억~5억 원이다. 투자자는 가족, 지인, 국가지원 사업 등이다. 두 번째 ‘시리즈A’는 시제품이 나오고 시장검증을 마친 시장 진입 직전의 단계로 실적이 없어 매출 발생 유무가 매우 중요하다. 투자 규모는 10억~30억 원으로 투자자는 ‘VC’라 불리는 ‘벤처캐피탈’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며 기관 투자자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시리즈B’는 업력이 3년에서 7년 사이의 어엿한 기업으로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고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안정화 단계이다. 

이때는 인력 충원과 연구개발이 필요한 시기로 투자 규모는 30억~100억 원이다. 투자자는 투자를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표한다. 이후로는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시리즈C’, ‘기업공개인 IPO’ 등의 투자유치 과정이 있다. 문제는 투자유치도 어려운데 ‘시리즈B’만 되어도 시장점유율 확대가 중요한 투자자는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본사를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옮기도록 압박한다.

투자유치와 관련해 지난해 말 도내 모 청년창업기업협회가 개최한 행사에서 특강을 진행한 투자회사 관계자에게“VC(벤처캐피탈)은 지역 기업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라고 질문했다. 투자회사 관계자는“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한 후 “거리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져 시간과 관리비용이 많이 들고, 특히 기술 및 인력 채용 수준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라고 현실적인 답변을 했다.

실제 2019년 기준 1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92%, 매출 1,000억 이상 벤처기업 62.5%가 수도권에 있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 ‘인력’, ‘투자자’, ‘시장’ 핵심 3요소를 갖춘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된다. 

창업기업의 육성을 위해 올해 경남도의 투자유치 전담 기구의 설치와 투자유치자문위원회 구성은 기대가 매우 크다. 한편으로는 회계법인 대표, 대기업 전현직 임원, 금융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투자유치자문위원회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투자의 적합성과 회사의 성장성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회사의 생존을 위해 돈을 빌리며 눈물을 흘려본 스타트업 관계자의 관점도 매우 중요하다. 경남도의 투자유치 목표는 도내 기업인의 눈물을 닦아주고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갑’과 ‘을’의 입장이 조화를 이루어 최대효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

최근 부산의 스타트업 대표 9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나 행정적 지원은 있지만 성장하는 기업에 대한 재투자가 없고 기업을 키우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한 점을 이유로 부산을 떠나려고 한다.

경남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기업을 얼마나 많이 창업시켰는지가 아니라 양질의 기업을 어떻게 잘 육성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창업기업을 성장시키는 구조를 잘 갖춰 중견기업으로 거듭나는 사례가 늘어갈 때 경남은 창업의 요람이 될 수 있다. 

이재환(전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