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로봇뿐?.. '수주호황' 조선의 이유있는 인력난

2023-02-06     함영원 기자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건조해 선사에 인도한 LPG 운반선 시운전 모습. 한국조선해양 제공

지난해 높은 수주고를 올린데 이어 올해도 연이은 수주를 따내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넘치는 일감에도 불구하고 일할 사람이 없는 '인력난' 때문이다.

국내 3대 조선업체인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수주 물량을 확보하며 일감을 쌓아가고 있다.

특히 HD현대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새해 들어 가스운반선 시장에서 연이은 수주를 따냈다. 최근 아프리카 소재 선사와 계약금액 2408억원 규모의 8만8000㎥급 초대형 LPG 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18일 LNG운반선 각각 3척과 2척을 수주한 데 이어 또 2척을 추가로 수주하며 한 달만에 총 7척의 계약을 따낸 것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LNG운반선을 수주하며 조선업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서 발주된 LNG운반선 총 173척 중 한국조선해양이 가장 많은 44척을 수주했으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38척, 36척을 수주했다.

업계는 올해도 국내 조선사들이 무난하게 수주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NG뿐 아니라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발주 전망도 밝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클락슨 포캐스트 클럽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LPG운반선 발주가 54척에 달해 지난해 40척 수준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수주 호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업계는 마냥 미소짓지 못하는 상황이다. 많은 일감에 비해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다.

조선해양인적자원개발위원회의 '2022년 조선해양 산업 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업계 부족 인력은 지난해 기준 연평균 8000명에서 올해는 1만명 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원인으로는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임금 문제와 작업환경이 꼽힌다. 조선업계는 수주 호황을 맞이했으나 정작 채용공고 등을 살펴보면 시간당 1만원도 채 안되는 최저시급을 주거나 계약직인 경우가 수두룩한 상황이다.

건설현장 만큼이나 노동 강도가 높고 안전주의가 필요한 작업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저임금을 주기에 기존에 있던 인력들도 떠나는 실정이다.

특히 원·하청 생산방식으로 인한 이중구조가 형성된 탓으로 분석된다. 고용노동부 등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선산업 격차해소 및 구조개선 방안 보고서'에서는 "조선업 불황 기간 중 원청 경영상황이 악화 되면서 하청에 지급하는 기성금·물량 축소로 불공정거래가 증가했다"며 "2019년 이후 수주·생산은 회복세이나 저가수주의 여파 등으로 원청의 적자는 지속되고 있고 하청 임금수준의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보고서는 "하청 근로자는 장기불황과 기성금 감축으로 임금수준이 저하돼 있으며 도산·폐업 등으로 임금체불과 4대 보험료 체납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단계 등 하도급 구조가 심화되면서 품질저하, 산재 증가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조선업계 희망공제를 확대하고 취업정착금 등으로 신규 채용자의 소득을 지원하는 방법 등으로 인력유입 시도에 나섰다. 또 사내협력사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로환경 개선 지원과 함께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의 지원기간도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노력은 당장 인력이 필요한 조선업계에서는 효과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조선업계는 인력난 해결을 위해 현장에 '협동로봇'을 적극 활용하는 등 따로 대안책 마련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용접 협동로봇을 작업자가 조작하는 모습. 대우조선해양 제공

HD현대 조선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대조립 공정에 협동로봇틀 도입했다. 협동로봇은 이상전류나 충돌을 스스로 감지해내는 안전기능을 갖춰 사람과 함께 작업이 가능하다.

최근 개선된 협동로봇은 제어기 무게를 절반 이상 줄여 운반이 수월해졌고, 토치를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위빙(Weaving) 기능을 더해 수직은 물론 수평 용접까지도 가능하다.

또 다른 조선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도 지난해 10월 현대로보틱스 등과 공동 개발한 '소조립부재 로봇용접 시스템'을 적용하며 소조립 용접 완전 자동화를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에서 잘라진 철판을 이어붙여 블록을 제작하는 용접 공정을 사람 대신 로봇이 하도록 했다. 소조립-중조립-대조립으로 나뉘는 조립 공정 중 기계의 힘과 사람의 손길이 모두 필요한 중조립 공정에는 협동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탄소강관 용접 협동로봇을 개발해 올해 초부터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등 관계부처가 조선업 고용 안정화, 외국인 인력 투입을 위해 비자 발급 신속화 등 인력난 해소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효과가 적다"며 "조선업계가 로봇 등 첨단 기술 적용을 통한 공정 자동화에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봇이 인력난의 완전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근본적인 원·하청 기업 사용자와 노동자들 간의 상생 노력이 없으면 조선업계를 떠나는 인력들이 계속해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산업 특성상 오랜시간 이중구조가 고착화된 분야"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조선업 인력난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