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에서] 실세 금감원장에 가려 보이지 않는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행보,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 월권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지적 일어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5대 은행 중심의 은행권 과점 체제를 경쟁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의 장관급인 국무위원들이 참석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회의 전날까지는 비상경제민생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었지만, 전날 밤 윤 대통령 지시로 급하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엿보인다.
이 원장은 14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은행권이 고금리 속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거둔 것을 거론하고, “여수신 등 은행 업무의 시장 경쟁을 더욱 촉진하는 다양한 제도・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내세워 코로나 이후 영업시간 정상화를 작심 발언했지만, 금융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실세인 금감원장의 활약상에 가려 금융위원장의 행보는 눈에 띄질 않는다.
하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이러한 적극적인 행보는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업고,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 월권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수신 등 은행 업무의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업무는 금융정책에 관한 사안으로 금융위원회 소관 사항이지, 금융감독원의 소관은 아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르면, 금융정책,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건전성 감독 및 금융감독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게 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금융위원회를 두도록 규정돼 있고, 금융위원회는 「정부조직법」 제2조에 따라 설치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한편, 동법 제18조에 금융위원회는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업무ㆍ운영ㆍ관리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하도록 규정돼 있고, 제24조에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지도ㆍ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ㆍ감독 업무 등을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주장한 여수신 등 은행 업무의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업무는 금융정책에 관한 사안으로 금융위원회 소관 사항이지, 금융감독원의 소관은 아니다. 금감원장의 월권적 발언이나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장이 나서 금융정책에 관한 사안을 언급하는 것은 분명한 월권적 행위이다.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회 9명으로 구성된 위원 중 하나로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집행하는 기관의 장일 뿐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하위 기관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금융위원회에서 결의되지 않은 금융정책 관련 사안을 금감원장에 직접 발표하는 것에 대해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장에게 자제하도록 따끔한 충고를 해야 마땅하다.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는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이나 최상목 경제수석도 금감원장의 월권행위에 대해 자제를 요청해야 옳다.
윤 대통령도 아무리 모피아 관료 출신보다 검사 출신 금감원장에 대한 신뢰가 두텁더라도, 금감원장의 월권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을 금융위원장으로 임명해 금융정책에 대한 업무를 맡기던지, 아니면 기존의 정부조직법상의 위계질서 안에서 순리적으로 업무가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이호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