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Y] 부동산PF사태 핵심 ‘브릿지론’ 괜찮을까?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업권 및 개별회사별 상황 상이 모니터링 대상 밖 열위 금융사 문제시 도미노 불보듯

2023-04-04     장석진 기자
금융업권별 부동산금융자산 비교(출처=한신평)

미 실리콘밸리 은행(SVB), 크레딧 스위스(CS) 등 선진 금융시장의 중대형 은행들이 차례로 문을 닫으면서 국내 금융업은 안전한지 막연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뱅크런의 본질이 실제 위험 보단 ‘카더라’라는 유언비어가 불안 심리를 자극해 유동성 위기를 초례하는 것임을 상기할 때 마냥 안전하다고 볼 수 만은 없습니다.

특히 국내는 금리상승기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을 통해 레버리지 극대화로 내집 장만에 나선 이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부동산 PF시장, 특히 사업초기 고금리 대출사업인 ‘브릿지론’에 노출(Exposure)된 제2금융권(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의 위기에 따른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4일 한국신용평가가 내놓은 보고서와 전일 진행한 간담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41조원에 불과했던 부동산 PF대출은 2022년 9월말 기준 141조까지 10년 사이 100조원 가량 증가했습니다.

특히 1금융권 은행들은 PF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자 관련 대출에 소극적이었으나, 고금리 상황에서 이익이 급감하고, 조달에 압박을 느낀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PF대출에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특히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는 캐피탈사의 경우 증권사와 비교, 자기자본 대비 2배 이상의 부동산금융 비중을 가져간 결과 한신평이 분석하는 캐피탈사 26개 합산 약 28.6조원으로 전체 영업자산의 20%를 부동산 금융에 할애하는 초강수 영업을 펼쳤습니다.

부동산 금융(PF, Project Financing)은 말 그대로 건설 사업(Project)을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에 필요한 자금을 선제적으로 융통받는 일입니다. 큰 공사에는 돈이 필요한데 다 짓고나서 분양 후 입주를 마쳐 받은 대금을 받으면 돌려줄 것을 약정하고 일단 돈을 꾸는 일입니다. 사업성, 시공사 신용등급, 부동산 경기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 그에 적합한 금리가 책정됩니다.

PF라고 통칭하지만 크게 전단계인 ‘브릿지론’과 후속 단계인 ‘본 PF’로 나뉩니다.

브릿지론의 차주(돈 빌리는 주체)는 시행사입니다. 처음부터 시공사(건설사)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일단 돈이 없는 시행사가 개발 계획을 가지고 토지매입, 인허가 등 기초사업을 담당하는 동안 필요한 돈을 단기에 고금리로 빌려쓰게 됩니다. 이후 이른바 준공이 떨어져 본 사업으로 이어지면 해당 사업의 안정성과 신뢰도가 높아지므로 더 낮은 금리에 대규모 자금의 융통이 가능해집니다. 본 PF에 연결해주는 대출이라는 뜻에서 브릿지론입니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연결만 된다면 브릿지론은 꽤 괜찮은 사업입니다. 단기에 고금리의 이자를 수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권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이 여기에 매달리는 이유입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꺾일 때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부동산 공급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것과는 달라서 시장 상황이 좋다고 판단되면 공급이 과도하게 몰리고 활황기이니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각종 기자재 가격 등도 올라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장 상황이 아래로 향하면 당연히 그 가격 차이로 가격경쟁력이 사라지고 미분양 가능성이 커집니다. 전술했듯이 그 사업이 앞으로 잘될 가능성이 없으면 본PF로 가는 다리(Bridge)는 붕괴 위험해 처해집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1군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손절한 울산 동구 일산동 아파트 개발사업이 이런 경우입니다. 시행사가 사업에 투자한 돈은 100억원, 브릿지론으로 차입한 돈이 900억원 입니다. 이중 매입한 토지를 담보로 빌린돈 460억원,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보증에 나선 돈이 440억원이지만, 미분양 가능성이 커지자 차라리 440억원을 포기하고서라도 사업을 접은 사례입니다. 가뜩이나 대구 및 경북 지역 부동산 침체가 심각하다는 불안감이 있던 상황에서 결정타가 된 사건입니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에 문제가 생기자 어떤 사업장에 자기자본 규모가 얼마나 되는 금융회사가 얼마나 돈을 꾸어주었는지 살펴보는 일이 관심입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단어가 EOD(Events of defaulr) 즉 ‘기한이익상실’ 입니다.

기한이익이란 말 그대로 돈을 빌려준 대주와 빌려쓴 차주 사이에 그 계약기간 동안 이자를 받는 대신 돈을 충분히 쓸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다만 만기가 돼도 그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이 생기면 대주가 아익 기한이 남아 있어도 이를 중도에 회수해갈 수 있습니다. 다만 기회를 더 줘서 갚을 수 있을 것 같으면 이를 연장해주는데 작년 하반기 부동산 PF 이슈가 불거졌을 때 상당수 금융회사들이 시행사에게 3개월, 6개월, 9개월 단위의 만기 연장 조치를 취했고 그 연장된 만기가 올해 상반기부터 도래하면서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 저하 증권사(제공=한신평)

한신평이 분석한 제2금융권 중 증권사들의 브릿지론 상황을 살펴보면, 올해 PF 만기도래 금액 14조원 중 약 58.4%가 브릿지론입니다.

전체 증권사 합산 부동산PF 규모는 28.5조원으로 자본합산 73.1조원의 39.0% 수준입니다.

28.5조원 중 분양형 본PF가 15.9조원(56%), 비분양형 본PF가 3.6조원(12%), 브릿지론(토지담보포함)이 9.1조원(32%) 수준입니다. 브릿지론 비중이 30% 남짓이지만 올해 만기 도래물량은 60%에 육박한다는 면에서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한신평이 일반적인 상황과 유동성이 망가지는 스트레스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전체 증권사 손실합산(3.1조원) 중 브릿지론 손실합산(2.5조원)이 약 80%,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증권사 손실합산(5.9조원) 중 브릿지론 손실합산(3.7조원)은 63%를 차지합니다. 브릿지론 규모가 본PF의 절반 수준임을 감안할 때 브릿지론의 단기 손실 위험 비중이 얼마나 막대한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대형 증권사대비 중소형 증권사들은 고LTV, 중후순위성 브릿지론 부담이 높아 부동산 시장 부진시 리스크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게 분석 결과입니다.

한신평은 중소형사의 경우 비아파트 등 사업 유형과 입지가 열위해 분양 성과가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 민감도가 높고 재무지표가 열위한 중소형사는 신용도에 하방 압력이 작용할 수 있고, 부동산PF 부실화로 인한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 저하폭이 크거나,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이 경쟁사 대비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업체들에 대한 요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요주의 회사로 한신평이 제시한 곳은 한화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입니다. 다만 한화, 하이, 현대차 등은 유사시 계열 지원이 가능하고,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핵심 자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우리금융그룹에 매각하는 등 선제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 실탄을 마련한 상태입니다.

브릿지론 익스포져 모니터링 대상 캐피탈사(출처=한신평)

캐피탈사의 상황은 증권사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특히 미분양 등이 높은 지역, LTV수준이 높아 가치가 하락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현장, 변제순위 등을 고려할 때 한국투자캐피탈, 오케이캐피탈, 키움캐피탈, DB캐피탈 등은 관리대상입니다.

저축은행 부동산금융 잔액 추이(출처=한신평)

저축은행의 경우 증권사나 캐피탈사와는 구조가 다르다는게 한신평 설명입니다.

증권사나 캐피탈사는 차주의 자기자본 조달의무가 없는 반면, 저축은행은 유일하게 차주가 20%의 자기자본을 조달해야 합니다. 엄격한 규제가 있지만 역으로 그러다 보니 더 작은 사업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만큼 부동산 불경기에 위험도는 더 커집니다.

건당 평균 PF대출규모가 캐피탈사와 증권사 모두 100~300억원 수준이지만, 저축은행은 건당 30억원인 점, 브릿지론 대출규모도 증권사와 캐피탈사 평균이 건당 50~100억원이지만, 저축은행은 건당 40억원에 그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대신 선순위 비중이 월등히 높고, 서울 및 수도권 사업장 위주로 된 부분은 위안입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신평사에서 들여다보는 회사들은 어느정도 규모가 있고 제도권 내에서 모니터링 되는 회사들이지만 아예 그 레이더에도 들어오지 않는 회사들의 상황은 알 수 없다”며, “개별 회사의 이슈가 아니라 하나의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과거의 학습효과로 멀쩡한 회사에 돈을 맡긴 고객들이 뱅크런에 나설 수 있어 SVB사태가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시차를 두고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관계하고 있는 금융사들이 튼튼한 다리를 가졌는지 그렇지 않은 붕괴 위험에 놓여 있는지 살펴볼 때입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