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기업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 식품, 사업다각화로 쓰린 속 달랜다
국내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물류망 혼란에 따른 각종 비용 상승과 함께 나타난 다양한 문제로 위기에 처했다. 본지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놓인 기업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과 기존 사업 보완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살펴본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늘어나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
매출이 오르면 대체적으로 영업이익도 함께 오르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달리 원부자잿값 급등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물류비 인상 등으로 도리어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이에 사업다각화를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는 시도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먼저 농심은 지난 2015년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 최초로 누적매출 1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2021년 신라면은 출시 35년만에 해외 매출액이 국내 매출액을 추월했다.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에는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는 농심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이 주효했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해공장을 시작으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설립했고 농심재팬 등 세계 각국에 판매법인을 세워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췄다.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제3공장 설립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해 4월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한지 1년 만이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미국 공장의 가동률은 70%에 달한다”라며 “현재 성장률을 감안한다면 곧 제3공장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공장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매년 파죽지세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국내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 입점을 이뤄냈으며 2018년에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현지 유통점 매출이 아시안 마켓을 앞지르며 미국인이 더 많이 찾는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농심은 수년 내 일본의 토요스이산을 꺾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중남미 시장에도 진출한다. 미국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멕시코가 첫 번째 타깃이다. 농심은 멕시코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난해 전담 영업 조직을 새롭게 신설했다. 또 신라면 등 주력제품 외에도 멕시코의 식문화와 식품 관련 법령에 발맞춘 전용 제품을 선보여 현지인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판매량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대박을 이뤄낸 삼양식품은 글로벌 진출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보다 56% 증가한 6057억원이다. 해외 매출이 6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도 삼양식품 전체 매출인 642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를 각 시장에 맞춘 현지화 제품으로 선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커리불닭볶음면 ▲마라불닭볶음면 ▲콘불닭볶음면 등이 있다.
삼양식품은 2023년 수출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지역별 영업마케팅 강화,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해외사업부문의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또 불닭소스를 중심으로 소스사업부문도 강화해 불닭소스를 1000억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양식품은 최근 몇 년간 중국 등 수출 주력 시장에 현지 판매법인을 세워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를 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주력 사업인 식품과 그린 바이오 외 새로운 미래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FNT 사업부문을 통해 웰니스 식품소재, 영양 대체단백, 배양단백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화이트바이오(White Bio, 친환경 바이오 소재)’ 사업에서 대량생산 역량 확보와 함께 기존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PHA) 외 친환경 소재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PHA(해양 생분해)와 PLA(산업 생분해)를 섞은 컴파운딩 소재로 화장품 용기를 개발하고 이를CJ올리브영의 자체 브랜드인 ‘웨이크메이크'의 '워터벨벳 비건 쿠션’ 제품에 적용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유한킴벌리를 비롯해 호텔 체인 아코르(ACCOR), 메이크업 브랜드 ‘바닐라코(BANILACO)’ 등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생분해 소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에는 CJ제일제당의 합작사 CJ HDC 비오솔이 충북 진천 공장에서 생분해 소재 컴파운딩 공장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CJ제일제당이 대량 상업생산중인 aPHA(해양 생분해)를 비롯해 PLA(산업 생분해)·PBAT(토양 생분해)·셀룰로오스 등 다양한 품목을 활용해 연간 1만 1000톤에 달하는 생분해 컴파운딩 소재를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5월에도 CJ제일제당은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공장의 전용 생산라인에서 생분해플라스틱 소재PHA 양산을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상업성이 높은 aPHA와 scPHA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사업확장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대상은 미래 신사업으로 배양육과 배양배지 사업을 선정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배양육(Cultured Meat)은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별도의 도축과정 없이 세포공학기술로 생산하는 인공고기다. 이는 식물 단백질을 가공해 고기의 식감과 맛을 구현한 대체육과는 구별된다.
대상이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영업네트워크 및 바이오소재 사업역량으로 배양육 배지의 획기적인 제조원가 절감과 안전성을 실현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대상셀진을 통한 지속적인 사업 다각화도 주목된다. 대상셀진은 법인 설립 당시 건강기능식품 뿐 아니라 ▲생명공학을 이용한 화장품·의약품 제조판매업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연구개발·제조 ▲단백질 의약품 개발·생산 등 여러 사업 영역을 정관에 넣으면서 사업 영역 확대를 예고했다.
대상그룹은 바이오·의료 소재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바이오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아미노산 L-히스티딘 개발, 아스타잔틴 공장 준공과 IMF 관리체제 당시 팔았던 라이신 사업을 재인수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오리온은 글로벌 식품·헬스케어으로의 제2도약을 선언하고 ▲음료 ▲간편대용식 ▲바이오 사업을 3대 신사업으로 선정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발병률이 높은 암 중증질환 진단분야와 결핵백신을 구체적 사업영역으로 낙점하고 2021년 3월 중국 제약업체 산둥루캉의약과 손을 잡고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했다.
2021년 국내 암 조기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조기진단 기술 도입을 완료했고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국 내 백신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 중이다.
식품분야에서는 해외 지역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인도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지난해 초코파이 1개 라인을 가동한 인도에서는 꼬북칩 생산을 시작해 하반기에는 파이류 제품군 라인도 증설한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