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기업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 배터리, 기술·투자 동맹 본격화

국내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물류망 혼란에 따른 각종 비용 상승과 함께 나타난 다양한 문제로 위기에 처했다. 본지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놓인 기업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과 기존 사업 보완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살펴본다.

2023-06-14     함영원 기자
경기 침체 속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국내 배터리 3사가 중국의 추격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한편 기술 확보와 투자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이 더욱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친환경'이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터리' 산업이 각광받게 됐다.

한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3사가 국내와 미국, 유럽 등에서 배터리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며 경제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전반적으로 산업 침체기를 겪었으나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20~30년간이라는 오랜 시간 연구를 통해 쌓은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산업을 이끌고 경제를 책임졌다는 평가다.

올해 2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매출 8조8901억원, 영업이익 702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3%, 259% 증가한 규모다.

삼성SDI도 2분기 매출 5조7763억원, 영업이익 46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9% 증가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4개 분기 연속 매출 5조원 이상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3사 중 후발주자인 SK온은 2분기부터 IRA(미국인플레이션감축법) 세액공제 금액이 실적에 반영되고 1분기 금액까지 소급 적용되면서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가 됐던 수율도 크게 개선됐다.

다만 최근들어 이들 3사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코발트 프리(Co-Free)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신제품 개발 등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저가공세로 위협하는 CATL, BYD 등의 중국 배터리 업체를 밀어내고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 넓히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LFP배터리의 경우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가 주력으로, 중국 업체들이 따라올 기술력이 부족하나 LFP배터리 만큼은 중국이 앞서나가고 있다. LFP배터리는 삼원계보다 화재 위험이 덜하는 등 안전성이 높고 수명이 긴 편이다.

본래 LFP배터리는 주로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에 쓰이고 전기차에는 쓰이지 않았다. 삼원계에 비해 무겁고 주행거리가 짧은데다 출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보급율이 높아지면서 가격 부담을 낮춘 전기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저렴한 LFP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LFP배터리에 늦게 뛰어든 만큼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기술 개발 및 투자 확대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세운다. 총 16GWh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며 이 공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독자 개발한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올해 착공에 돌입해 2026년 양산이 목표다.

삼성SDI는 최근 에코프로비엠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진행하는 LFP 전지 개발 사업에 선정되며 관련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SK온 역시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3'을 통해 3사 중 처음으로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또 국내 배터리 3사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적극 뛰어들었다. LFP배터리에 특화된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이 고체로 돼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대용량 구현이 가능하다. 또 전해질이 불연성 고체라서 발화 가능성이 낮아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로 고분자계와 황화물계를 동시에 개발 중인데,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낮은 고분자계 배터리를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2026년 양산이 목표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경기도 수원연구소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S라인)을 완공하고 하반기에 시제품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SK온 역시 오는 2025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하고 2029년 양산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을 밀어내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투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IRA 수혜를 얻기 위해 북미를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한다.

IRA에 따라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부품을 50%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등 보조금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지 공장이 있어야 유리하다. 현지 생산 시 배터리 업체에 제공되는 생산세액공제(AMPC)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과 함께 총 5조7000억원을 투자해 북미에 30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셀 합작법인을 짓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공장 건설을 시작해 오는 2025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총 140GWh, 일본 혼다와 40GWh, 다국적 스텔란티스와 45GWh 등 각각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배터리 핵심소재 확보에도 총력을 다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호주 업체 노보닉스와 인조흑연 공동개발협약(JDA) 및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음극재 핵심소재인 인조흑연을 공동개발해 10년간 5만t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앞서 4월에는 포스코퓨처엠과 30조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최대 33GWh 규모 공장을, GM과는 30GWh 이상 규모의 공장을 각각 짓기로 결정했다. 소재 확보를 위해서는 포스코퓨처엠과 40조원 규모의 양극재 수급계약을 맺었다.

SK온은 미국 포드와 총 129GWh 규모 공장 3곳을 짓고 현대차와는 35GWh 공장 1곳을 짓는다. 또 에코프로, 중국 GEM 등과 한국 새만금에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생산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중이지만 아직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월등한 편"이라며 "미국 IRA 수혜와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