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도 아스파탐 후폭풍.. 대체제 나올까

아스파탐, 시럽제 등 주요 의약품서 널리 활용 "WHO 발표 맞춰 대응…일부 업체는 대체제 논의"

2023-07-06     신용수 기자
아스타팜 등 인공감미료.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오는 14일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두고 식품업계가 대응에 나선 가운데 제약업계도 시럽 등 의약품에 아스파탐을 함유한 만큼 고민이 크다. 다만 아스파탐의 확인되지 않은 위해성을 미리 강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여러 업체들이 의약품에 함유된 아스파탐을 다른 물질로 대체하는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인공 감미료이며 최근 유행하는 '제로'가 붙은 무설탕 음료, 무설탕 캔디와 껌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이외에도 단맛을 낸다는 점에서 시럽제, 항생제 등 의약품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약 섭취시 느껴지는 쓴 맛을 줄이기 위해서 주로 쓰인다.

IARC는 발암 가능성에 따라 1군과 2A군, 2B군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1군은 ‘발암물질’로 담배와 석면, 가공육 등이 해당되며 ‘발암 추정 물질’인 2A군으로는 고온으로 조리한 튀김과 우레탄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아스파탐이 지정될 2B군은 ‘발암 가능’에 해당되며 인체 대상 임상시험 자료가 부족하고 동물 시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물질을 지정한다.

IARC 기준이 항상 국내 기준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앞서 IARC가 지난 2015년 소시지·햄 등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각각 발암 위험물질 1군과 2A군으로 분류했을 때도 식약처는 검사를 진행했지만 국내 기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식약처는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이 외국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어서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체중이 35kg인 어린이가 다이어트 콜라 1캔(250ml·아스파탐이 약 43mg 기준)을 하루에 33캔 이상 매일 마시면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분류되더라도 사용금지 등 극단적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고 제약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에 부정적 이미지가 생길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아스파탐이 의약품 함량의 1%에 못 미칠 정도로 극미량이 함유됐더라도 유해물질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이 사용을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IARC의 발표와 함께 식약처의 입장이 발표될 예정이기에 그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며 “대처 방안 중 하나로 아스파탐을 빼고 대체제 적응 등이 있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스파탐은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첨가제”라며 “사용량이 크지 않다면 아스파탐을 제외하고 변경허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IARC의 발표와 그에 따른 식약처의 가이드라인 등을 고려하겠다”면서도 “식약처가 선제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준다면 업체들도 대응에 나설 수 있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제약사들이 아스파탐 활용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진 이유는 비슷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 2009년 발암물질인 석면이 함유된 '탤크' 원료를 사용한 20개 업체 1122개 품목에 대해 판매금지와 회수 명령을 내렸다. 여기서 탤크란 알약이 타정기에서 미끄러져 나올 수 있도록 돕는 활택제로 의약품 한 알당 극미량(1~5%) 첨가된다. 탤크 원료가 활용된 1122개 품목의 판매금지와 회수가 결정되자 제약사들이 크게 반발했다. 정확한 규제 기준과 과학적 판단 없이 행정 처분에 나섰다는 이유다.

또 과거에 시럽형 감기약에 들어가는 합성착색료 '타르색소'가 퇴출된 사례도 있다. 타르색소의 유해성은 제한적 범위 내에서 안전하다는 점이 인정받았지만 유행성 논란이 제기되자 지난 2016년부터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불순물, 원료 활용 등으로 제약업계가 곤혹을 여러차례 겪었다는 점에서 이번 아스파탐 논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다만 WHO 등 국제기구에서 지정한 발암물질 2군 첨가제를 식약처가 의약품에 금지한 선례는 없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한편 아스파탐이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되면 식약처는 국민 섭취량 등을 조사하는 위해성 평가를 진행해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의 심각한 위해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라면서 “섭취 권고량을 넘어선다고 해서 반드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과거 ‘사카린 논란’도 독성 논란이 있었지만 2010년부터 그 안전성이 입증되고 있다. 아스파탐의 경우에서도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는 위험성까지 미리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