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자값 내린다고 물가 잡힐까

정부 압박에 라면·제분·제과·제빵 등 가격 인하 서민 체감물가 여전히 높아…"물가 잡기 어렵다"

2023-07-10     신용수 기자
정부가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 라면과 제분, 사료 등 전후방 업계를 압박하자 이달부터 라면과 과자 등 가격이 하락했다. 사진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라면 제품. 연합뉴스

정부가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 라면과 제분, 사료 등 전후방 업계를 압박하자 이달부터 라면과 과자 등 가격이 하락했다. 그러나 전기·가스 요금은 물론 식품, 외식비 등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단순히 업계 압박 강도만 키워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먼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일 사료 제조업체 8곳과 간담회를 열고 배합사료 가격 인하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사료업체들은 사료용 곡물의 수입 가격 하락분을 최대한 이른 시점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옥수수 수입 가격은 지난 5월 t당 337달러로 1년 전보다 5.3% 감소했다. 사료업체들은 앞서 고가에 구매한 원료가 남아있고 저가 곡물은 올해 4분기 이후에 들어올 예정인 만큼 인하 여력은 크지 않다면서도 축산농가와 상생 차원에서 옥수수 등 주요 사료용 곡물의 수입 가격 하락분을 조기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최근 다수의 식품업계를 불러 가격 인하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료 제조업체 간담회도 그러한 가격 인하 압박의 일환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6일에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제분업체를 소집해 하락한 밀 수입 가격을 밀가루 가격 책정에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제분업계는 7월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대한제분은 이달 1일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4% 내렸다.

이와 함께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라면업계를 향해 제품 가격 인하를 직접 권고했다. 이에 농심이 신라면 가격 인하를 발표하면서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도 라면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뒤이어 제과·제빵 업체인 롯데웰푸드와 해태제과, SPC도 제품 가격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정부는 낙농업계의 우유 원유 가격 협상을 지켜보면서 우유나 아이스크림 등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려는 업체들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과자 제품. 연합뉴스

다만 정부의 압박으로 라면·제분·제과·제빵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했으나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둔화했지만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2%대로 둔화한 것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만으로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3.5%로 지난 4월(4.0%), 5월(3.9%)에 이어 둔화 폭이 확대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5월 3.2%에서 6월 2.3%로 떨어졌다. 생활물가가 2%대로 둔화한 것은 27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한은은 다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달까지(7월)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물가 상승률 둔화가 석유류 가격 하락의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는 점에서 석유 가격에 올해 하반기에 다시 오른다면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다음달말에 종료할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 중단을 검토하고 있어 석유 가격은 다시 오를 수 있다. 만약 다음달에 유류세 인하 조치가 중단된다면 물가 상승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미국도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나서 연말까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겠다는 기조를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시중에 있는 돈을 회수해야 하나 한국은행이 금리를 지속 동결하면서 우리나라와 미국 간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단순히 정부가 식품제조 전후방 업체만 압박한다고 해서 물가를 잡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도 가파른 물가 상승을 지켜볼 수만은 없어 식품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식품업계도 위협적인 가격인상 외부적인 요인이 큰 상황에서 정부의 눈치만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원자재 변동성과 기후 변화 등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토로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