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김대중 정신으로
다양성을 포용하는 정치인, 새로운 정치의 답이다
내년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다. 현재의 우리 사회가 처한 의회민주주의의 위기는 김대중 정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대중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김 전 대통령은 목숨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대화와 타협의 의회민주주의의 신봉자였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모르는 자가 정치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 우리는 지금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전쟁이 아니라, 정권을 주고받는 정치게임을 하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 어록에 쓰여 진 말이다.
22대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여야의 바람은 총선승리이지만, 국민들은 제로섬의 전쟁 같은 정치가 아니라 상생의 타협점을 찾는 새로운 정치를 꿈꾸고 있다.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벌어진 17.15%포인트 격차라는 크나큰 참패로 인해 총선 패배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인 듯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그 동안 보여 준 독단적 국정운영의 전환,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의회정치 복원, 이념보다는 민생정치로의 전환이라는 국민들의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향하는 "이념이 제일 중요하다"는 국정철학과 이를 문제인식 없이 추종하는 여당의 모습을 보면 그 변화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국민의힘의 총선 인재 찾기 첫 인물이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교수라는 기사가 떴다. 영입 이유가 '인교수는 대한민국이 좌경화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일맥상통하는 영입 기준이다. 여당의 총선 인재 영입기준이 '투철한 좌파척결 이념'이라면 정치적 라이벌을 좌파로 보는 국민의힘이 한 축을 담당하는 22대 국회는 또 다시 야당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이념전쟁터가 될 것이 뻔하다.
"정치는 적과의 전쟁이 아니다
제로섬이 아닌 상생 게임이다"
정치는 적과의 전쟁이 아니다. 정치적 라이벌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지닌,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 상대를 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가질 때 가능하다. 그래서 정치적 라이벌을 적으로 보는 군인적 태도는 군사독재정치로, 정치적 라이벌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검찰적 사고는 검찰독재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불안한 세계정세,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한반도의 위기, 세계적 경제위기 속의 민생파탄 등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과 여당의 이념전쟁 선포는 직면한 위기들을 해결할 수 없는 정치적 위기까지 더하고 있다.
좌파척결이라는 사고는 작금의 정치적 상황을 정치실종 상태로 만들었다. 민생은 보이지 않고 이념과 반목의 전쟁터 속에서 어떤 문제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무력한 의회의 모습이다.
정치적 라이벌을 적으로 간주하는 정치의 근본적 변화, 실종된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 복원 없이는 한반도의 평화위기, 민생경제의 위기 등에 대처할 수 없다.
다가오는 총선은 향후 대한민국 정치의 모습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 복원을 진정 원한다면 정치권의 총선 인물 발굴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정치가 제로섬의 전쟁이 아니라 상생 게임이라는 가치를 갖고 있는 정치인, 경직된 이분론적 사고를 탈피한 정치인이 필요하다. 정치를 한 쪽이 모든 것을 갖거나 잃는 승자 또는 패자만 존재하는 제로섬의 전쟁으로 보는 정치인에게 상생의 정치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죄인과 의인, 악과 선, 적과 아군이라는 이분론적 사고를 가진 자에게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불가능하다.
국민들이 희망하는 22대 총선의 결과는 국민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유능한 의회의 구성이다. 우리는 21대 국회를 통해 어느 한쪽의 '안정적 과반의석 확보'가 이를 위한 조건이 아님을 경험하고 있다. 이념보다 민생, 전쟁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정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유능한 정치의 답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품은 정치인, 이것이 의회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김대중 정신이다.
[조성은 김대중재단 여성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