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60년 오너 경영' 종지부.. 새주인 한앤코, 경영정상화 과제

2024-01-04     함영원 기자
남양유업

 

1964년 창립한 남양유업 오너 경영이 2세 경영을 넘기지 못하고 60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남양유업 경영권을 두고 고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 오너 일가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 벌인 법적 분쟁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홍원식 회장은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홍 회장 일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합계 지분율 52.63%)를 한앤코에 넘겨야 한다.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고(한앤코)가 피고들 가족(홍 회장 일가)의 처우 보장에 관해 확약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한 원심 판단에 처우 보장에 관한 사전 합의의 성립,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의 해제·무효·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한앤코는 2021년 5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하지만 홍 회장 측은 같은 해 9월 1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한앤코는 "홍 회장 측의 일방적 계약 해지가 무효"라며 계약대로 주식을 넘기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홍 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해 보수를 지급하며 홍 회장 부부에게 '임원진 예우'를 제공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양측의 주식 매매 계약이 유효하다고 보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한앤코 대표가 2021년 5월 식사 자리에서 홍 회장 측에 '앞으로도 잘 대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일가의 처우에 관한 자세하고 구속력 있는 확약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홍 회장 측이 불복했지만 2심 법원은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 역시 원심의 결론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이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홍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계약 과정에서 양측을 모두 대리(쌍방대리)한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법률 사건'인 주식매매계약의 체결·이행에 관한 자문 행위에 김앤장 변호사들이 양쪽의 대리인으로 참여했으므로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쌍방대리 행위를 한 것은 맞는다고 판단했다.

단 홍 회장이 이 같은 자문 행위에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했으므로, 예외적으로 쌍방대리가 허용되는 '본인의 허락이 있는 경우'라고 보고 주식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소비자 불매운동 등 여러 논란으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는 물론 실적까지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사태는 대기업을 마치 일가족 소유물처럼 주무르는 재벌 경영 행태의 한계를 극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남양유업의 최우선 과제는 '경영 정상화'다. 회사의 연 매출은 2020년 1조원 아래로 하락했고, 2022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3분기에는 2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앤코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면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도 입장문을 내고 “구성원 모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됐으나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분쟁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홍 회장은 한앤코와 계약을 해지한 후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한 대상이었던 대유위니아그룹과도 계약금 320억원을 둘러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