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가능해진 ETF 세상 [하]
탄소배출권부터 방위산업까지…원유부터 금까지 각 금융사 철학 맞춰 운용 및 리서치 역량 강점 분야 ETF화
ETF가 지난 76년 세상에 선 보인지 48년이 지났다. 2002년 한국 시장에 상륙한 지도 벌써 22년이 흘렀다. 단순 지수 추종형에서 테마형, 추가 수익을 내는 액티브형으로 발전하는 동안 ETF의 벤치마크 대상이 되는 ‘기초지수의 진화’도 꾸준히 이뤄졌다. 세상 모든 투자가 ETF화 된 요즘, 국내 대표 8개 운용사의 ‘특별한’ ETF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주식, 금, 가상자산 등 모든 자산이 동시에 고점을 돌파하는 시대에 특정 자산에 집중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실천할 때다. 주요 ETF 운용사들은 각사가 가진 철학과 강점을 활용해 전통 주식시장에서 투자가 어려웠던 상품들을 ETF 시장으로 편입시켰다.
◆신한자산운용, SOL 탄소배출권 ETF
신한금융은 ESG경영 실천 관점에서 국내 금융사 최초로 금융배출량 측정 시스템을 통해 금융자산의 탄소중립을 뜻하는 ‘제로 카본 드라이브’를 실천하고 있다.
그 계열사인 신한자산운용은 3종의 탄소배출권 관련 ETF를 지난 2021년과 2023년에 선보였다. 3종은 ▲SOL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 ▲SOL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 ▲SOL유럽탄소배출권선물인버스ICE(H) 등이다.
탄소배출권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기업 활동을 통해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전세계 차원의 공동 노력이다. 배출권 할당 기업들은 그 범위 안에서만 온실가스를 사용해야 하고 부족할 경우 이를 돈주고 사오거나, 남을 경우 이를 시장에 되팔 수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의 강화와 탄소배출권 시장의 확대를 예상하고 나온 ETF 상품이다. 지난 2월말 국민의힘은 탄소배출권 연계 ETF 등 금융상품 출시를 허용하는 총선 공약을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재 나와있는 상품들은 글로벌 지수를 복제한 상품들이다.
공약에는 ▲기업 탄소 저감 유인을 위한 ETF·ETN 출시 ▲배출권 가격 초과 온실가스 감축 투자 비용 지원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탄소저감기술에 대한 세제혜택 등이 담겼다.
다만 이 상품들은 최근 세계 경제의 침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하다.
‘SOL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와 ‘SOL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17.14%와 -6.18%다. 시장이 반대 방향으로 가면 수익이 나는 인버스 상품 ‘SOL유럽탄소배출권선물인버스ICE(H)’의 경우 3개월 수익률이 15.60%인 이유다.
한 증권사 WM팀장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지나며 일시적으로 ESG에 대한 실천 의지가 약화된 측면이 있어 수익률이 저조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친환경과 탄소배출권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어 기준가가 하락한 지금이 투자에 적합한 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자산운용, ARIRANG K방산Fn ETF
기계, IT 등 한국의 앞선 기술력이 결집돼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가 방위산업분야다. 기존의 강국이었던 미국이나 독일 대비 한국의 방산 제품들은 뛰어난 성능 대비 가격경쟁력이 있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9일 수출입은행법이 국회를 통과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특정 기업과 개인에 대한 수은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40%인데, 이미 한도가 다 차 추가 수출을 위해서는 신용공여 한도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법정자본금 한도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높이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상황이다.
한화자산운용은 국내 대표 방산 그룹인 한화그룹의 일원으로서 국내 운용사 중 유일하게 방산테마 ETF를 운용 중이다. 이 상품은 2023년 1월 10일 설정돼 3월 8일 현재 52.24%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연초 이후로도 18.36%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주요 투자 기업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26.33%), 한국항공우주(18.41%), 현대로템(11.40%), 한화오션(11.20%), LIG넥스원(10.43%), 한화(6.17%), 한화시스템(5.53%), 현대위아(4.47%), 풍산(4.03%), SNT모티브(1.65%) 등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 KOSEF 미국원유에너지기업 ETF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이어지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연대체 OPEC+(플러스)가 당초 1분기까지 예정했던 자발적 원유 감산을 2분기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현지시간 3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80달러 선을 넘나들며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모든 자산의 급등세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원유가격 상승도 ETF를 활용하면 그 리스크를 피할(Hedging) 수 있다.
키움운용의 ‘KOSEF 미국원유에너지기업 ETF’는 지난 1월 12일 설정돼 약 2달이 지난 8일 현재 6.2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상품은 MSCI US IMI Energy 25/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 지수는 MSCI Inc.에서 산출해 발표하는 미국 에너지 기업 투자 지수로, GICS 분류상 에너지 섹터에 해당하는 대형주·중형주·소형주에 투자하며 유가상승의 수혜를 받는 미국의 종합 에너지 기업 및 원유 생산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에너지 확보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과 쉐브론 등 대표 에너지 기업에 실물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유가 상승 뿐 아니라 해당 기업 투자에서 나오는 배당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기존에 시장에 있던 ‘원유선물에 투자하는 ETF’ 또는 ‘원유기업에 투자하되 합성형으로 투자하는 ETF’ 대비 장점이 많다”며, “선물 롤오버 비용 없이 투자가 가능해 선물가격 마이너스화 등과 같은 극단적 상황 없고, 전통적 고배당주인 미국 원유기업의 배당수익을 ETF 분배금 형태로 향유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
글로벌 자산의 변동성이 커지고 달러화 약세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대제자산인 금 투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NH아문디는 전세계 금 채굴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을 지난 1월 18일 국내 최초로 출시해 운용 중이다.
이 상품은 ICE Data Indices가 산출ㆍ발표하는 NYSE Arca Gold Miners Index(Price Return,원화환산)를 기초지수로 한다.
이 ETF에 투자시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상장된 금광업 관련주를 국내 증시에서 투자가 가능하다. 주식형 ETF로 금 가격 상승시 그 보다 더 높은 수익 추구가 가능하며, 꾸준한 배당금 지급이 장점이다. 분배금 지급은 매 1, 4, 7, 10월 마지막 영업일에 이뤄진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8일 현재 약 1.21%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