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낮은 캐피탈·저축은행, "부동산 PF 위기 온다"

한신평, 금융업권 부동산 PF 웹세미나 개최 캐피탈사 부동산 PF 위험노출 규모 28.6조원 달해

2024-04-15     조성진 기자
한국신용평가 제공.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가 신용도가 낮은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리스크를 경고했다. 특히 캐피탈업계의 부동산 PF 위험노출 규모는 약 29조원으로 큰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선 부동산 관련 건전성 리스크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증권업계는 해외 부동산 포트폴리오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한신평은 ‘금융업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주제로 웹세미나를 열었다. 회사측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각 캐피탈 회사의 부동산 PF 위험노출 규모는 총 2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본 PF'와 초기단계 고위험 투자인 '브릿지론' 규모는 각각 12조원, 16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소폭 축소됐다.

오유나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신규 부동산 PF 취급이 중단되거나 대폭 축소됐다”며 “상환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위주로 회수에만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오 수석은 “최근 브릿지론의 만기연장이 지속되고 있고 본PF의 사업 진행 차질, 미분양 발생 등에 따른 회수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며 “실질적 잔액변동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본 PF 규모를 신용등급 시공사 별로 보면, AA급 업체는 전체 시장의 약 70%를, A급 이하는 30% 가량을 차지한다. 여기서 AA급은 A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양리스크가 낮은 편으로 통상 준공리스크가 높은 업체는 분양리스크가 비교적 낮다. 하지만 A급 이하 업체는 전반적으로 높은 분양리스크를 부담하며 이 중 일부는 준공리스크도 높다.

오 수석은 “(외생변수에 의한 위기 대처능력을 알아보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3조5000억원에서 6조1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특히 A급 이하의 경우 자본 대비 손실규모가 16%~33%로 AA급의 손실규모와 시나리오별 격차가 확연히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신용등급별로 자금을 조달하는 여건이 양극화되고 있는데 특히 저신용 캐피탈사의 유동성 지표 저하 수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A급 이하 신용등급 업체 중 추가적인 자금 확보 여력이 어려운 업체는 단기 유동성 대응에 대한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부동산 PF에 대한 대응력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일부 브릿지론 위험 노출이 우려된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증권업계에선 위험 수준이 높은 브릿지론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약 4조8000억원”이라며 “이는 전체 브릿지론의 46% 규모”라고 말했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본 PF 위험노출 규모는 약 5조8000억원으로 전망한다”며 “이는 본 PF 대출 전체 규모의 약 29%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 제공.

저축은행업계에선 부동산 관련 건전성 리스크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정호준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저축은행의 브릿지론 사업장 중 43.3%가 잠재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가계신용대출과 사업자모기지론의 규모가 각각 자기자본 대비 269%, 93%로 높은 상황에서 고금리와 부동산경기 침체 영향으로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수석은 “저축은행 차주의 신용도가 열위한 가운데, 고금리와 부동산경기 침체, 서민금융정책 등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신용점수 기준 하위 20% 차주의 가계신용 위험 노출 규모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의 사업 포트폴리오 중  해외 부동산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신평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해외 부동산에 대한 양적 부담 규모는 약 13조원으 파악된다.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포트폴리오 중 50%가 오피스에 집중되어 있어 위험이 높다. 특히 현재 미국 및 유럽 지역 오피스 부동산의 리-파이낸싱이 순탄하지 않다. 리-파이낸싱이란 기존 대주단에 돈을 상환하고, 신규 대주단에 대출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김예일 수석 애널리스트는 “증권사가 소유한 일부 해외 부동산 건은 임차 상황이나 현금흐름이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가치가 저하되면서 감정평가 시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기존 구조로는 리-파이낸싱이 어려워져 선순위 대주단이 추가 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후순위 투자자인 증권사들 입장에선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마땅한 출구 전략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각 증권사가 급한 매각으로 인한 손실을 미루고 리-파이낸싱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증권사의 일부 해외 부동산 건은 임차 상황이나 현금 흐름이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증권사가 리-파이낸싱을 위한 자금 투입 요구에 응하거나 아니면 추가출자를 포기하고 손실을 각오해 기한이익상실(EOD)를 낼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증권업계의 해외 부동산 리스크 예상 규모는 작은 규모”라며 “사업포트폴리오와 수익 창출력이 우수한 대형사에 포트폴리오가 집중되어 있는 점은 잠재적인 리스크가 완화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지난해 부동산 신탁 계정 잔액은 4조9000억원으로 2022년 말 대비 88.46%(2조3000억원) 증가했다.

여윤기 한신평 연구원은 “신탁 계정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물론 신탁사 수가 과거 대비 증가하는 등 신탁산업의 외형이 커진 영향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여 연구원은 “실제로 자기자본 대비 신탁 계정대 비율은 작년 말 기준 88% 수준에 머물고 있어 과거 2018년 120%에 비하면 아직은 낮은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신탁사가 직면한 실질적인 재무 부담은 2018년 시점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적인 부담이 진행 중일 뿐만 아니라 대외 환경이나 질적인 부담도 존재한다”며 “2024년에도 신탁 계정대 투입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위원회 초청 강연 직후 "채산성이 낮은 부동산이나 브릿지론은 주인이 바뀌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미 사업이 진행된 본 PF나 조금만 노력하면 사업성을 회복할 수 있는 사업장은 원활한 촉진 차원에서 함께 자금을 공급하고 금융사에 한시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을 병행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