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가격 인상…금융시장 나비효과 ‘우려’

식품 기업 주가 가치 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듯 이창용 "기후변화 따른 원재료 인상, 통화정책 부담"

2024-04-16     조성진 기자
작황이 나빠 가격이 오르고 있는 코코아. 픽사베이 제공.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 식품업계가 연이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는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선 각 식품사의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향상이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상승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생활물가 상승이라는 나비효과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1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웰푸드는 초콜릿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작황이 크게 나빠지며,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선물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상승하는 등 코코아 분말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두달 전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버거 제품 30여 종 가격을 평균 3.1% 올렸고, 지난해 교촌에프앤비도 치킨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롯데웰푸드는 PER과 PBR이 각각 16.44배와 0.53배를 기록했다. 이 밖에 신세계푸드는 12.48배와 0.46배를, 교촌에프앤비는 13.69배, 1.05배를 기록했다. PER과 PBR의 높고 낮음을 판별하는 기준점이 각각 10배수, 1.0배수라는 걸 놓고 봤을 때 실적 대비 주가가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에선 식품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을 두고 주가 가치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목소리가 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교촌에프앤비는 부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며 마진율도 상승했다”며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는 202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남 연구원은 “원가율 안정화에 따라 신세계푸드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노브랜드버거 직영점을 축소하고 가맹점 전환에 따른 효율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웰푸드가 지난해 국내 초콜릿 시장점유율 24%를 차지한 1위 기업”이라며 “최근 코코아 원자재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부각됐지만 지난 4분기부터 이러한 상황이 예견되어 실적 전망치에 먼저 반영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품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이 소비자 입장에선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카카오를 생산하는 서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커피를 생산하는 남아메리카 등 전 세계 농산물 생산지의 작황이 부진했고 국제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기준 글로벌 커피 벤치마크인 런던 로부스타 선물 가격 1톤당 394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리브유를 연평균 140만 톤 이상 생산한 최대 생산국 스페인 역시 2년 연속 가뭄에 시달리며 용수가 부족해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역시 날씨 탓에 작황이 나빴다.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전망 중인 이창용 총재. 연합뉴스 제공.

전 세계 원재료 가격은 결국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완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은행은 치솟는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고강도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제일 곤혹스러운 점은 기후변화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향으로 가공식품 가격도 오름세다.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1분기 다소비 가공식품 32개 품목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25개 품목의 가격이 평균 6.1%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빵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7%, 아이스크림은 6.88% 올랐다. 라면의 경우 같은 기간 3.85% 낮아졌지만 밀가루 가격이 최근 3개월간 꾸준히 증가세에 있어 추후 가격 인상 여지가 있다. 

국내 농축수산물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1.7% 상승했다. 이는 2021년 4월(13.2%)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른 수준이다. 특히 사과가 88.2% 상승해 전월(71.0%)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배도 87.8% 올라 조사가 시작된 1975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귤(68.4%) 등도 크게 뛰면서 과실 물가는 40.3%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식품 가격 인상으로 국내 소비자물가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2022년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였다. 지난 3월 물가지수는 113.9로 22개월 새 6.0% 상승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