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넘고 베트남으로.. 진격의 'K-방산'

방산 4사, 루마니아·폴란드·사우디 등과 무기계약 잇따라 성사 응우옌 홍 퐁 베트남 포병사령관 "K9 자주포 조속한 도입 희망"

2024-04-26     함영원 기자
김선호 국방부 차관(왼쪽)이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11차 한-베트남 국방전략대화에 참석, 호앙 쑤안 찌엔 베트남 국방차관과 회의록에 서명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K-방산'이 유럽과 남미 등에서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동남아까지 진출하며 영토를 넓히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이 한국산 K9 자주포 도입에 대한 의사를 내비치면서 빠른 시일 안으로 베트남 내 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전날 국방부는 응우옌 홍 퐁 베트남 포병사령관이 하노이 인근 베트남 제204포병여단을 방문한 김선호 국방부 차관을 만나 "K9 자주포의 조속한 도입을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응우옌 홍 퐁 베트남 포병사령관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K9 자주포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했고 K9 자주포를 도입하게 되면 제204포병여단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김 차관 역시 베트남의 K9 자주포 도입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국방부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K9 자주포는 현재까지 8개국에 수출됐으며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호앙 쑤안 찌엔 베트남 국방차관이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 차관과의 국방전략대회에서 K9 자주포 등 한국 무기체계 동비을 포함한 양국의 방산 협력 확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베트남과의 무기 수출 계약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K-방산의 성장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루마니아, 폴란드, 페루 등 유럽과 남미 국가와의 대규모 계약 체결에 더해 동남아로까지 진출을 확대하는 있기 때문이다.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군비청과 천무 72대의 발사대와 각각 사거리 80km 유도탄(CGR-80)과 290km급 유도탄(CTM-290)을 공급하는 '2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모두 2조2526억원(16억4400만 달러) 규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계약으로 1차 실행계약(K9 자주포 212문, 천무 218대) 외에 2차 계약 물량으로 K9 자주포 152문, 천무 72대를 확보했다. 특히 이번 2차 계약은 폴란드 신정부가 들어서고서 맺는 첫 계약으로 의미가 특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 폴란드 신정부가 자국산 중심 기조가 강했던 탓이다.

다만 정부 지원으로 1차는 오는 6월까지, 2차는 오는 11월 말까지 별도 금융 계약이 이뤄져야 효력이 발생된다. 이에 국회는 지난 2월 수출금융 지원 한도를 늘리는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아울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루마니아 정부가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1차 계약 예상 물량만 54대, 계약 금액은 1조6000억원(11억5800만 달러) 가량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A2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루마니아는 헝가리, 세르비아 등 친러 성향 국가 사이에 위치해 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운데 지정학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국방력 강화에 힘쓰고 있는 국가다. 지난해 12월에는 LIG넥스원과 휴대용 방공무기 ‘신궁’에 대해 1180억원(90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로템도 루마니아에 K2 전차 수출을 노리고 있다. 다음달 10일부터 일주일간 루마니아 현지에서 K2 전차 실거리 사격 등을 비롯한 시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궤도장비의 실사격 테스트는 무기 성능 평가의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해당해 수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수출 규모는 약 500대로, 10조원대의 수주가 예상된다.

특히 K2 전차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성능과 가격 면에서 독일 전차와 비교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의 객원 필진인 동아시아 안보전문가 A. B. 에이브럼스는 기고를 통해 "서방이 냉전 이후 새 전차에 대한 진지한 투자를 멈추자 러시아 역시 현실에 안주해 왔다"며 "더 현대화된 한국산 전차가 나토군에 대량으로 신속하게 도입된다는 것은 육상전에서의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현대로템 역시 폴란드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폴란드와 K2 전차 1000대를 수출하기로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180대를 1차로 계약했다. 이어 2차 계약물량은 820대로, 대규모다 보니 물량을 나눠 계약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현대로템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렸던 '2024 사우디 국제방산전시회(WDS)'에서 LIG넥스원과 '중동지역 방산수출 협력을 위한 협약서(MOU)'를 체결했다. LIG넥스원은 중동 지역을 공략 중으로, 최근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 미사일 체계 '천궁Ⅱ'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 계약을 확정하기도 했다. 수출 규모는 10개 포대 총 4조2512억원(32억 달러)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FA-50를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함과 동시에 첫 국산 헬기 수리온의 수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수리온에서 관심으로 보이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 상반기 안으로 헬기 수출 성과를 낼 것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러·우 전쟁에 이어 중동 전쟁까지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향후 K-방산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방산 수출 대상국이 늘어나고 수출 무기체계도 확대되면서 K-방산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KAI)의 수주 잔고도 2020년 26조원 대비 지난해 말 75조원까지 3배 가까이 늘었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방위사업청도 올해 방산 수출 목표를 200억 달러(27조5000억원)로 잡았다. 글로벌 4대 방산 강국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여기에 정부도 ▲무역금융 7조원 이상 투입 ▲올해 첨단 방산 소재부품 개발에 4000억원 투자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10조원 더 늘리는 수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등 방산업계 수출 역량 강화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다만 수은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신속하고 바른 적기에 자본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은법 통과와 정부 지원책이 빠르게 작용하고 있고 전세계 안보적 긴장감도 강해 폴란드 2차와 루마니아, 영국 등 수출 수주가 확대된 후 발생한 마진은 올해 실적 성장과 주가 상승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군비증강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럽, 중동, 아시아 등 기존·신규 바이어의 지속적인 수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방산 호황기는 이제 시작이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