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총수의 책사들] '정통 LS맨' 심현석, 구동휘 'IPO 성공' 이끌까
국내 주요 대기업이 경영구도 새판짜기에 나서면서, 이를 기점으로 오너 3~4세 경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예비 총수들이 선대 회장의 인물이 아닌 자신의 최측근을 포진시키면서 경영환경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경영승계 과정에서 책사(策士)이자 해결사의 면모로 주목받고 있는 인사들의 역할과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구동휘 LS MnM 부사장의 최근 경영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S그룹이 구자은 회장 지휘 아래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구 부사장이 이끄는 LS MnM이 핵심 계열사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 부사장은 지난해 말 LS그룹 정기인사 당시 부사장 직급을 유지하면서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됐다. LS MnM은 LS그룹의 비철금속 제련 전문 기업으로, 현재 LS그룹이 그리는 '비전 2030'에서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LS MnM은 오너 3세인 구 부사장의 본격적인 경영 승계 작업 무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계열사다. 그간 구 부사장은 지주사 ㈜LS를 시작으로 액화석유가스(LPG)업체 E1, 전력기기업체 LS일렉트릭 등에서 신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능력을 검증 받아오다, 올해부터 '배·전·반'을 중심으로 새 먹거리를 짜고 있는 LS그룹의 핵심 축인 LS MnM을 맡게 됐다.
이에 구 부사장은 LS MnM이 추진하는 배터리 소재 사업을 빠르게 키우고, 이를 토대로 기업공개(IPO)를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 몇 년새 LS그룹이 LS MnM을 비롯한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시켜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는데, LS MnM이 그룹 핵심 계열사로 떠오르면서 빠른 IPO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LS그룹은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LLBS)과 LS MnM을 중심으로 그룹이 추진하는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LS MnM이 배터리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채 소재 원자재를 공급하면 LLBS가 전구체를 생산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LS MnM은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6700억원을 투자해 전구체의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망간, 수산화리튬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을 예정으로 약 2만9000평 규모다.
아울러 LS MnM은 울산 온산산단과 함께 전북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내에도 1조1600억원을 투자해 고순도 금속화학물을 생산할 공장을 세운다. 이 프로젝트는 이른바 'EVBM새만금'으로, LS MnM이 추진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2026년 새만금산단 5공구에서 착공을 시작해 2029년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EVBM 새만금의 투자액은 당초 계획보다 3700억원이 늘어났다.
이외 추진 중인 투자가 차질 없이 마무리된다면 LS MnM은 연간 6만t을 웃도는 황산니켈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현재 LS MnM은 100% 자회사 토리컴을 통해 연간 5000t의 황산니켈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구 부사장의 경영 수업을 도울 인사에 이목이 집중된다. 구 부사장은 LS그룹의 유일한 후계자가 아닌 '유력한 후보'다. 때문에 그의 승계 작업을 위한 경영능력 극대화를 이끌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구 부사장의 조력자로는 심현석 부사장이 거론된다. 구 부사장이 COO 자리에 오르면서 LS MnM에는 경영관리본부도 새로 만들어졌는데, 이 경영관리본부장으로 LS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심 전무가 부사장 승진하면서 선임됐다.
이에 따라 '구동휘-심현석'이 '오너 3세-장수 CFO' 구조를 구축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 '구본규-이상호'로 구도가 짜여진 LS전선에 이어 또 한번 오너 3세의 승계 조력 라인이 만들어진 것이다.
심 부사장은 그간 LS전선, LS아이앤디 등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하고 LS그룹 CFO로서 기획 및 재무 분야에서 운영 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로, 구 부사장이 신사업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 심 부사장이 적극적인 조력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구 부사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은 아니지만 과거 LG전자에 입사한 이후 LS그룹 출범과 함께 자리를 옮긴 '정통 LS맨'인 그가 구 부사장의 경영 안착을 안정적으로 도울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특히 LS MnM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집중 투자에 나선 상황인 만큼, 심 부사장이 재무 분야 전문가로서 구 부사장을 도와 안정적 재무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적인 점은 LS MnMN이 2020년대 들어 우수한 재무 건전성을 보유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지난 3년 새 유동비율이 150% 이상을 웃돌고 있고 부채비율 역시 80%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연도별 LS MnM 유동비율 역시 2020년 176.27%, 2021년 183.96%, 2022년 173.69%로, 투자를 확대해도 충분히 자금 조달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제 구 부사장의 경영능력 평가는 IPO에 달려있다. 구 부사장은 지난달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해 "최대한 가치를 인정받겠다"며 IPO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차전지 신사업 생산설비 구축을 위한 자금 조달을 IPO를 통해 이루겠다는 목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