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역은행 ‘부실 부동산 투자’ 위기
과거 SVB 사태는 채권투자에 따른 유동성 위기 NYCB, 무리한 상업용 오피스 투자 확장 ‘부메랑’
미국의 일부 지역은행이 1분기 실적 쇼크를 나타내며 건전성 모니터링이 필요한 실정이다. 부실한 상업 부동산 포트폴리오에 무리하게 투자를 했지만 수요가 적기 때문인데 국낸 증권업계에선 미국 지역은행의 ‘추가 도산’ 가능성을 우려한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미국 내 10개 지역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씨티즌과 M&T, 퍼스트 호라이즌 3개 은행의 경우 건전성 지표상으로 기초체력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디스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이후 9개 현지 지역은행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1개 은행은 하향 검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지난해 3분기 지역은행들의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일괄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준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 통상 등급 전망은 최종 변경일자로부터 12~18개월, 검토 의견은 3~6개월 이후 등급이 조정되기 때문에 올해 3분기까지 실적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각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등급 하향 여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부실 지역은행에 대해 잇따라 구조조정을 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 뱅크(SVB) 파산으로 불거진 지역은행 위기가 채권투자에 따른 유동성 위기였다면, 최근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NYCB) 등은 부실 부동산 투자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8일(현기시간 기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는 “펜실베이니아주 기반 풀턴 은행이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리퍼블릭 퍼스트 은행의 모든 예금을 실질적으로 인수하고 자산을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퍼블릭 퍼스트 은행은 지난해 초 비용 증기와 수익성 악화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경영난으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 1월 말 기준 이 은행의 총자산과 예금 규모는 각각 60억 달러, 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인수로 풀턴 은행의 총자산은 328억 달러를 가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다른 지역은행의 건전성도 이슈다. NYCB는 올해 1분기 3억35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2억6000만 달러 적자)에 이은 2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연초 NYCB는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CRE과 관련된 평가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5억 달러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는데 이 때문에 주가가 43.6% 하락하기도 했다.
NYCB는 오피스 빌딩을 기반한 상업용 부동산(CRE) 모기지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증가했고 공실률이 크게 늘어나며 손해율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NYCB는 지난해 4분기 배당을 70% 삭감했으며, 3월에는 투자자들로부터 10억 달러를 추가로 수혈받기도 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NYCB는 저금리 시절에 구성한 CRE 기반 공격적 포트폴리오가 재무건정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경우 올해 3월 퍼스트 커먼웰스 파이낸셜 미국 지역은행 5곳에 대해 상업용 부동산(CRE) 부실 우려를 이유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모승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 규모가 영세하고 오피스 기반 CRE 위험 비중이 높은 미국 은행의 추가 도산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같은해 5월 퍼스트리퍼블릭 등 3개 지역은행이, 같은해 11월 아이오와주 시티즌스 은행 등이 파산했다.
한편 국내 신용평가업계에선 저축은행업계의 부실 부동산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호준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국내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포트폴리오를 포함한 손실 대비 충당금 적립수준은 다소 미흡하고 충전영업이익 잠식률도 높아 올해에도 대손으로 인한 수익성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은행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대부분의 순손실이 부동산PF에서 발생하며 비은행계열은 대부분 가계신용대출과 사업자 모기지론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