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형제 독립경영' 본궤도 올랐지만.. '만만찮은 현실'

신설지주 세운 조현상, 인적분할 이어 계열분리 작업 '가속' '형제의 난' 없지만.. 상속세·사업안정화 등 해결 과제 '첩첩'

2024-05-09     함영원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 효성그룹 제공

효성그룹이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의 '형제 독립경영' 체제로 경영 구도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분 정리 및 상속 문제 해결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부실사업 개선, 신사업 발굴 등 여러 과제를 놓고 두 형제가 하반기 바쁜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조 부회장이 오는 7월 신설지주 출범을 앞두고 계열사 지분 정리와 지배구조 재정립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가칭 (주)효성신설지주 휘하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에는 효성중공업의 지분을 매각해 지분율을 4.88%에서 2.68%로 낮췄다. 효성중공업은 조 회장이 이끌 지주사 (주)효성 아래에 남을 기업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간 계열분리를 위해 상호 보유 지분을 3% 미만(상장사 기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조처다.

이에 조만간 효성화학 지분율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화학 역시 (주)효성 아래 남게 되는 계열사로, 현재 조 부회장의 효성화학 지분율은 6.16%다. 재계에서는 조 부회장이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등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고 신설지주 지분 매입에 활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 회장 역시 지난해 12월 29일 효성토요타 주식 20%(8만주)를 22억2152만원에 지주사 (주)효성에 매각한 바 있다. 효성토요타는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국내 위탁 판매법인이다. 이에 조 부회장이 신설지주에 효성토요타를 편입하기가 수월해졌다.

효성그룹은 지난 2월 23일 이사회에서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 홀딩스 USA, Inc.,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주)효성신설지주을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 책임경영 강화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신규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분할 승인절차를 거치고 7월 1일자로 존속회사인 (주)효성과 (주)효성신설지주의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될 예정이다. 기존 지주사인 (주)효성은 조 회장이 그대로 맡고 (주)효성신설지주는 조 부회장이 대표를 맡게 된다. (주)효성신설지주의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주)효성 0.82 대 효성신설지주 0.18다.

조 부회장이 독립경영하고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 부문 등을 포함하면 신설지주의 매출 규모는 7조원대, 글로벌 거점 숫자는 90여 곳에 이를 예정이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새로운 이사진을 꾸려 각 지주회사를 이끌며 독립경영에 나선다. 조 회장은 존속회사를 이끌며 기존 사업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조 부회장은 신설지주를 맡아 첨단소재 등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설지주는 현 마포 사옥을 떠날 예정으로 재계에서는 회사를 둘로 분리하기 위한 행보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효성그룹은 1980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계열분리를 통해 독립경영을 펼쳤다. 창업주 고(故) 조홍제 명예회장 시절 장남 조석래 명예회장이 효성을, 차남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은 한국타이어를 각각 맡아 계열분리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현재 두 형제의 지분 정리 등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도 (주)효성신설지주에 대한 주권 재상장 예비 심사 결과를 재상장에 적격한 것으로 확정했다.

다만 계열 정리와 관련한 쟁점도 남아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마련도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고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언장 등과 관련한 지분 문제와 상속세 납부가 큰 쟁점으로 꼽힌다.

일단 두 형제가 보유한 (주)효성 지분은 조 회장 21.94%, 조 부회장 21.42%로 큰 차이가 없다.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 방식을 택한데 따라 (주)효성 지분 21.94%를 쥔 조 회장이 (주)효성신설지주 지분 21.94%를 자동으로 갖게 된다. 조 부회장도 마찬가지로 (주)효성과 (주)효성신설지주 두 회사 지분을 각각 21.42%씩 보유하게 된다.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형제가 서로 보유한 지분을 말끔히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지분 맞교환 방식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 회장이 (주)효성신설지주 지분(21.94%)을 조현상 부회장에게 내주고 조 부회장의 (주)효성 지분(21.42%)을 가져오는 방식이다. 대신 두 회사 분할비율이 0.82 대 0.18로 차이가 큰 데 따라 단순 교환보다는 장내 매각이나 개인간 블록딜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고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효성 지분(10.14%)이 어디로 이동할지, 또 이에 따른 상속세 납부는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이 쟁점이다. 고 조 명예회장은 (주)효성 10.14%, 효성티앤씨 9.07%, 효성중공업 10.55%, 효성화학 7.48%, 효성첨단소재 10.32% 등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다.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아직 공개되지 않긴 했으나 민법상 법정상속분인 ‘배우자 1.5, 자녀 각 1’의 비율대로 균등 상속이 진행될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4년 ‘형제의 난’을 일으켰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유류분 청구 소송 이야기도 나오는 중이다.

그러나 앞서 조 전 부사장이 그룹 지분을 처분한 상태인 만큼 이번에 상속을 받더라도 효성의 지배구조엔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조 전 부사장은 유류분 청구 소송과 관련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지난 3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의 빈소를 조문 후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상속세 납부도 큰 관건이다. 고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가치는 7000억원 수준으로, 그에 따른 상속세는 4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인의 사망일이 해당하는 월말부터 6개월 이내 상속세 신고가 이뤄져야 함에 따라 오는 9월 말까지는 상속이 완료돼야 한다.

두 형제가 각 지주사 계열사의 지분 매각으로 상속세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속세 규모가 큰 탓에 자금 조달 방법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독립경영에 나서게 될 형제의 각 사업 안정화 및 책임경영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주력 자회사들에 대한 혁신과 재무구조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계열 분리를 진행한다면 그에 따른 사업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점이다.

조 회장에게는 주요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와 효성화학 살리기가 급선무다. 먼저 그룹 내 캐시카우로 통했던 효성티앤씨가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효성티앤씨의 연간 영업이익은 2134억원에 그쳤다. 중국의 대량 물량 공세가 큰 타격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효성티앤씨는 바이오 사업에 1조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는 등 새로운 동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효성화학은 재무상태가 불안해졌다.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188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2022년에 이어 연속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효성화학의 순차입금은 2조4000억원이며 부채비율은 무려 4934%에 달한다.

이에 효성화학은 올해 재무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조6000억원의 차입금 상환과 신소재·수소 등 그룹 내 신사업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실적 회복이 급선무다. 이에 최근 효성화학은 알짜 사업부인 특수가스사업부의 지분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선 상태다.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본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조 부회장이 맡는 (주)효성신설지주를 이끌어 갈 효성첨단소재의 어깨도 무겁다. 효성첨단소재는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점유율 2위인 수소에너지용 탄소섬유, 방산 소재인 아라미드, 시트벨트, 에어백, 모빌리티 인테리어 등 세계 3위 내 제품 10여 개를 보유한 글로벌 첨단소재 기업으로, 본래 효성그룹의 주요 계열사였다.

중국 공세와 경기 불황에도 효성첨단소재는 올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637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5.3% 줄긴 했으나 매출 규모(8368억원)는 유지했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같은 기간 2.2% 늘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현금흐름을 보면 효성첨단소재는 올해 1분기 영업에서 큰 규모의 현금을 창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고자산 부담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실적 상승과 차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사업 역량을 점검하고 적극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