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리 인상 초읽기? ‘엔테크족’ 들썩인다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서 물가 상승 우려 대두 가즈오 총재, 물가 상승 시 정책금리 인상 암시

2024-05-09     조성진 기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뉴스 제공.

최근 일본은행이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암시하며 엔저 현상에 배팅하는 ‘엔테크족’이 들썩이고 있다. 다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지나친 집중 투자는 향후 큰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일본은행은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의사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일부 통화정책 참여 위원은 “엔화 약세와 고유가로 인해 원재료 가격 상승 요인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제가 달라지고 있다”며 “물가가 기본 시나리오 대비 상승할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역시 전날 도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물가전망이 상승할 경우 금리를 더 빨리 조정하는 게 적절해진다”고 말했다.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정책금리를 인상해 이를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최근 엔화 약세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급격하고 일방적인 엔저 현상은 기업의 사업 계획 책정을 어렵게 하는 등 불확실성을 높여 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우에다 총재가 지난달 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가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기조이다.

실제로 엔저 현상에 배팅한 엔테크족은 급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을 기준으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월 대비 5.5%(632억 엔) 증가한 1조2129억 엔을 기록했다. 4월 중순을 기준으로 보면 1조1851억 엔을 기록했는데 이는 1년 전(5978억1310만엔)과 비교해 약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내 은행의 엔화 예금 잔고가 증가추세인 이유는 지난해 12월 들어 엔화 환율이 910원대로 가파르게 상승해 투자자들이 엔저 시대의 끝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은행이 장기간 유지한 마이너스 금리를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엔화예금 잔액 규모는 증가했다. 

증권업계 움직임도 분주하다. 삼성증권은 이번달 말까지 일본 주식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 중 100만원 이상 매매한 고객 모두에게 일본주식 실시간 시세를 3개월간 무료로 제공한다. 일본 주식을 10억원 이상 매매하면 추첨을 통해 1명에게 현금 리워드 100만원을 제공한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온라인 계좌 보유 고객이 원화를 엔화 등 외화로 바꿀 때 100% 환율 우대를 지원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투자상품 지표는 시장 분위기와 다른 상황이다. 가령 엔화가치를 추종하는 ’TIGER일본엔선물’ 가격은 최근 1년간 12% 가량 빠졌다. 

일본 엔화 지폐(왼쪽)와 미국 달러화 지폐(오른쪽). 연합뉴스 제공.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해 초 100엔당 960원대를 기록한 이후 한때 900원을 하회하는 등 아직까지 기대하던 엔화 반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3월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해제 이후 오히려 엔화 가치는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횟수와 시점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낮아진 것도 달러 강세 및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부각되며 지난달 29일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60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79.63원을 기록했다. 2020년 1100원을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220원 가량 떨어진 것이다. 

엔저탈출 시기가 기약없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냉정하게 투자 실익을 따져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7일 ‘THE100매거진 77호’를 발간하며 엔저를 활용하는 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진웅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일본 섹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규모와 거래량은 아직 풍부하지 않지만 국내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를 고려할만 하다”며 “다만 엔화가치가 단기간 내 상승하지 않으면 투자 실익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은 엔저와 강달러 현상이 오히려 일본인 한국 방문객수 증가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날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3월 여행수지 적자 폭은 10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내국인 해외여행 감소 등으로 적자 폭은 2월 대비 2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경상수지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1분기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았는데 엔화 가치가 원화 대비 저평가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관광객이 늘었다”는 입장이다.

신 국장은 “물론 한국에 방문하는 일본인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달러가 워낙 강세이기 때문에 비교적 원화 사용에 대한 부담이 덜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 관광객이 값비싼 달러로 거리가 먼 미주나 유럽을 가는 것 보단 차라리 통화가치 부담도 덜하고 거리상으로도 가까운 한국 여행을 선호했을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엔저 및 강달러 현상이 국내 여행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