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 잃은 기술금융] ① 韓·日 지자체 기업 지원 격차는?

강병우 히토츠바시대학 교수 “각 지자체, 기업 유치 치열히 고민해야”

2024-05-10     조성진 기자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각종 기술금융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1월 특허청은 228억원 규모의 지식재산(IP) 직접투자 펀드를 신규로 조성했고 최근 금융위원회도 ‘기술금융 개선방안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시장은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이와 관련한 현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진단하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생기 잃은 기술금융』 시리즈를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픽사베이 제공.

국내 지방도시에 위치한 기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지방 소재 기업이 갚아야 하는 빚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이들 기업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담보로 대출하는 규모는 오히려 줄고 있다. 해외 학계에선 “한국의 각 지방자치단체가 기업 유치 및 지원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경남·DGB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의 1분기 중소기업대출 연체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8% 늘어난 8348억원으로 집계됐다. 5개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2022년 0.50%에서 지난해 0.74%로 0.24%포인트(p) 올랐다.

고금리 상황에서 지방 중소기업들의 돈줄이 마른 것이다. DGB금융지주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연초 대구 지역경기 모멘텀이 지난해와 비교해 떨어졌다”며 “대구·경북지역 2차전지 산업 등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올해 조정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지방도시 기업들이 은행에 갚아야 하는 돈을 제 때 갚지 못하는 상황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정작 기술을 담보로 대출하는 기술신용대출 규모는 오히려 역행하는 추세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3월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과 건수는 각각 12.01%(20조8162억원), 23.11%(10만3181건) 감소했다. 같은 기간 5대 지방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전년 동월 대비 2.70%(7130억원) 줄었다. 동 기간 건수 역시 3.05%(1842건) 감소했다.

기술신용대출 규모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기업체의 기술혁신 활동이 축소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혹자는 “지방도시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저출산 고령화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방도시 출산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기업도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저출생 원인의 하나인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과잉 경쟁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균형발전 정책과 사회 구조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앙정부의 탑-다운식 저출산 고령화 정책과 지방균형발전 정책이 실제로 지방도시 기업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선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 등 유관기관이 지방도시 기업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자력으로 기업 유치활동을 하는 동력은 일본과 비교해 미약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강병우 히토츠바시대학교 교수.

강병우 일본 히토츠바시 대학 교수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각 자치단체와 교육기관이 지방도시 기업의 기술혁신 활동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남북으로 3000km에 걸쳐 47개 현(지방자치단체)이 있는 국가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색깔도 짙고 자치권도 강하다. 가령 일본 대표기업 중 하나인 파나소닉은 오사카에 위치했다. 이 밖에 ▲유니클로는 야마구치현 ▲닌텐도는 동경 ▲야마하는 시즈오카에 위치했다. 

물론 사람과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건 한국과 똑같다. 강 교수에 따르면, 동경이 일본 전체 열도에서 차지하는 GDP 비중은 19.1%인데, 스타트업이 동경에 위치한 비중은 29.% 수준이다. 그는 “일본 열도 전체로 보면 앞으로 매년 인구가 100만명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동경을 중심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은 한국과 같은 흐름”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그런데 특이하게 일본의 경우, 지방도시에 위치한 기업이 해당 지역을 떠나 이동하는 현상은 잘 없다”며 “다수가 출신 지역에 남는 경우가 많고 혁신활동을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지역에 특화된 산업일 수록 해당 지역에 위치한 대학과 연계한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활동을 나타낸다”며 “또한 전국의 혁신기업이 모든 분야에서 걸쳐 골고루 등장하는 게 아니라 각 지역에 특화된 기술과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게 일본사회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 우선적으로 일본인 특유의 고향에 대한 애착을 손꼽았다. 강 교수는 “지방도시에 사는 젊은 일본인들 역시 한국사람들 처럼 동경으로 가서 다양한 경험을 쌓기를 희망한다”며 “이후 중장년층이 되어 출신지역으로 귀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향에 돌아온 이들은 해당 지역 기업체로 입사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인들은 자신의 고향에 기업체가 장기간 잔류하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고 그 기업체에 재입사해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길 희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일본에선 기업이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며 “기업이 생산활동을 하기 위해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것보다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하는 게 훨씬 쉬운 편” 이라고 말했다. 

일본 동경 시부야구는 신규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스타트업스 주식회사’를 세웠다. 은행 법인 계좌 개설에 걸리는 시간은 6개월에서 1~2주로 줄였다. 이 밖에 많은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을 지원한다. 최근 훗카이도현은 기업을 대상으로 ▲인재육성형 ▲팀 빌딩형 ▲지역과제 해결형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강 교수는 “각 지방도시의 기업유치가 치열한 생존게임이자 투쟁”이라며 “대기업 뿐만 아니라 지방도시 학교와 연계한 작은 스타트업까지 해당 지역의 경쟁력을 기반한 사업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일본의 각 지방자치단체는 한국 지방도시와 비교해 기업 유치에 더 적극적”이라며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도 중앙정부에 의존하기 보단 주어진 형편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